부동산시장 관련 기사 가운데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역시 ‘집값’이다. 집값 관련 뉴스는 ‘상승·폭등’ ‘하락·폭락’ 같은 이분법적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보도는 대부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수도권 부동산시장에 대한 것이고, 집값 시세를 측정한 기간도 1주일 단위일 개연성이 크다. 주식에 비해 부동산은 거래 빈도가 극히 낮다. 한 주간 거래량으로 시세 변동을 얼마나 유의미하게 따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서울 부동산시장은 25개 자치구 흐름이 제각각 다르고, 인구 100만 명 이상인 수도권 특례시의 경우 구마다 상황이 천차만별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출처불명의 통계와 화려한 그래프로 포장된 뉴스, 1분도 안 되는 쇼츠폼 콘텐츠가 부동산시장을 정확히 짚을 수 있을까. 부동산 통계는 적어도 월 단위 수치를 확인해야 하며, 당장의 집값 상승·하락이 추세적 흐름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 데이터의 원천이라 할 국토교통부 ‘통계누리’나 KB국민은행 ‘KB부동산 데이터허브’, 한국부동산원 같은 웹 사이트를 ‘즐겨찾기’ 해놓고 자주 들여다보길 권한다. 시장 상황을 오독한 콘텐츠가 난무할수록 정확한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곧 부(富)의 파이프라인이 될 것이다. 부동산시장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어느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부동산 데이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통계다. 거래량, 미분양 물량, 입주량 등 다양한 통계가 있지만 이것들은 주택시장의 최종 성적표인 가격 흐름을 예측하기 위한 디딤돌에 불과하다. 가격통계를 정확히 해석하려면 17개 광역시도뿐 아니라, 시군구 단위로도 세분화해 살펴봐야 한다. 또한 한 지역의 가격 변동률만 주목해선 안 된다. 가격 하락 국면에서도 어느 지역 집값은 크게 떨어지는 반면, 다른 지역은 하락폭이 미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A지역이 최근 한 달 동안 2% 하락폭을 기록했다고 치자. 그런데 인접한 B, C지역의 같은 시기 하락폭이 4%, 5% 수준이라면 과연 A지역 부동산 가치를 나쁘게만 볼 수 있을까. 가격통계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비결은 ‘합리적 비교’에 있다. 어느 지역 혹은 아파트의 적정 가격을 판단할 때 자연스레 인접 지역 부동산과 비교하기 마련이다. 부동산 가치에 영향을 끼치는 학군, 교통, 자연환경 등 여러 조건에 일일이 점수를 매겨 적정 가격을 산출하지는 않는 것이다. 따라서 가격 흐름도 한 지역의 절대 변동률이 아닌, 비교할 만한 인접 지역 흐름과 견줘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다.
부동산시장의 급락 공포가 절정이던 지난해 4분기 서울 집값은 평균 2.7% 하락을 기록했다. 그러나 자치구별로 따져보면 집값 흐름은 저마다 달랐다. 관악구가 4.7% 하락을 보인 반면, 도심 지역인 용산·영등포구는 1%대로 비교적 하락폭이 적었다. 3분기 서울 집값이 평균 0.24% 회복세를 보인 가운데 송파·강남·양천·마포·서초구는 평균 0.4%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관악·강북·도봉구는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여 서울 평균 회복세에 미치지 못했다. 이 같은 자치구별 가격 흐름을 보면 서울은 강남 3구와 도심지, 학군 지역이 시장 충격에서 비교적 자유로우며, 회복 국면에서 강하게 반등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경기 지역 내 특례시 리딩 지역의 부동산시장 흐름은 하락장이든, 상승장이든 다른 지역보다 가격 강세를 보인 서울과 사뭇 다르다. 그 원인은 서울과 경기 집값의 큰 격차에서 찾을 수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5000만 원으로 경기(4억7000만 원)의 2배에 달한다. 이 같은 가격 격차는 언제 줄어들지 알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말 서울 집값마저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경기 리딩 지역 아파트 보유자들은 “서울 집값이 이 정도로 하락하면 우리 동네는 얼마나 떨어질까”라는 불안감을 느꼈다. 한국갤럽 ‘주거인식조사’에 따르면 주거하는 집을 사회적 지위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가장 큰 연령대가 3040세대다. 이들은 서울 상위 지역에 진입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경기 상위 지역 및 리딩 지역 아파트를 매입하는 경향이 있다. 매입 자금 상당 부분을 부채에 의존했을 3040세대는 부동산 불황기를 틈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진 자극적인 콘텐츠의 공포 마케팅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통계를 봐도 경기 리딩 지역 집값이 하락장에서 취약한 이유를 알 수 있다. 통계청의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임금근로자 중 다주택자 비중이 가장 큰 전국 5곳에서 서울은 강남구 1곳뿐이다. 그런데 비(非)임금근로자 가운데 다주택자 비중이 큰 톱5 지역을 보면 강남·서초·송파구 등 서울 자치구가 3곳이나 된다. 이는 서울 상급지 아파트가 평범한 월급으로 매입하기에는 ‘너무나 먼 당신’이며, 직장인이 아닌 전업투자자 혹은 자산가가 주도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됐음을 보여준다. 근로소득을 담보로 대출을 크게 일으킨 직장인과 자산가 중 누가 금리인상에 더 민감할까. 어지간한 직장인은 접근조차 어려운 서울 상급지 대신, 경기 상급지 아파트를 대출로 매입한 3040세대 직장인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경기 리딩 지역 아파트 가격 변동성이 높은 이유다. 물론 경기 지역에서도 상급 입지의 위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부동산 심리가 살아날 경우 또다시 매수 물결이 밀려오기에 경기 리딩 지역 회복세도 빨라진다.
서울과 경기 아파트의 가격 패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이렇다. 우선 서울은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결국 강남 3구와 도심지 매입이 정답이다. 경기의 경우 주거 만족도를 감안해 특례시 같은 리딩 지역을 목표로 하되, 단기 과열 국면(1년 내 30% 이상 급등)에선 매수를 지양해야 한다. 단기 과대 낙폭 국면(1년 내 30% 이상 급락)이나 서울 부동산시장 회복기에 매입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
어느 지역에 오랫동안 미분양이 없다면 마냥 좋은 걸까. 도리어 개발 호재가 적거나 인구가 줄어 분양사업 매력이 떨어진다는 방증일 수 있다. 다른 지역에 대규모 개발 붐이 일어 짧은 기간 약 1만 채 분양 물량이 공급됐다고 가정해보자. 분양이 시작되고 6개월 동안 초기 미분양 물량이 3000채라면 과연 이 지역 분양시장 상황이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미분양 숫자에만 매몰된다면 “미분양이 급증한 것을 보니 분양시장이 급랭 국면이다”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을 가늠하는 지표인 초기 분양률을 따져보면 해당 지역은 70%를 기록해 결코 심각한 상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올해 1분기 전국 미분양 물량이 7만 채를 돌파해 분양시장의 공포심을 키웠다. 그러나 같은 시기 초기 분양률 통계를 보면 서울 98%, 경기 77%, 부산 69%, 대전 67%로 분양시장 상황이 결코 나쁘지 않았다. 해당 지역 미분양을 ‘줍줍’한 이는 올해 하반기 “청약통장을 안 쓰고도 ‘로얄층’처럼 좋은 물건을 거머쥐었다”며 뿌듯해할 수 있다. 합리적 투자자라면 분양시장의 질적 지표인 초기 분양률 통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공적인 내 집 마련과 부동산 투자를 원한다면 특정 지역의 가격 흐름만 보는 저차원적 분석 습관을 버리자. 집값 흐름과 미분양 물량에 대한 합리적 분석에 익숙해진다면 부동산 빅데이터는 시장 위기에도 황금 같은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다.
부동산 통계, 최소 1개월 단위로 봐야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뉴스1]
부동산 데이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통계다. 거래량, 미분양 물량, 입주량 등 다양한 통계가 있지만 이것들은 주택시장의 최종 성적표인 가격 흐름을 예측하기 위한 디딤돌에 불과하다. 가격통계를 정확히 해석하려면 17개 광역시도뿐 아니라, 시군구 단위로도 세분화해 살펴봐야 한다. 또한 한 지역의 가격 변동률만 주목해선 안 된다. 가격 하락 국면에서도 어느 지역 집값은 크게 떨어지는 반면, 다른 지역은 하락폭이 미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A지역이 최근 한 달 동안 2% 하락폭을 기록했다고 치자. 그런데 인접한 B, C지역의 같은 시기 하락폭이 4%, 5% 수준이라면 과연 A지역 부동산 가치를 나쁘게만 볼 수 있을까. 가격통계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비결은 ‘합리적 비교’에 있다. 어느 지역 혹은 아파트의 적정 가격을 판단할 때 자연스레 인접 지역 부동산과 비교하기 마련이다. 부동산 가치에 영향을 끼치는 학군, 교통, 자연환경 등 여러 조건에 일일이 점수를 매겨 적정 가격을 산출하지는 않는 것이다. 따라서 가격 흐름도 한 지역의 절대 변동률이 아닌, 비교할 만한 인접 지역 흐름과 견줘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다.
부동산시장의 급락 공포가 절정이던 지난해 4분기 서울 집값은 평균 2.7% 하락을 기록했다. 그러나 자치구별로 따져보면 집값 흐름은 저마다 달랐다. 관악구가 4.7% 하락을 보인 반면, 도심 지역인 용산·영등포구는 1%대로 비교적 하락폭이 적었다. 3분기 서울 집값이 평균 0.24% 회복세를 보인 가운데 송파·강남·양천·마포·서초구는 평균 0.4%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관악·강북·도봉구는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여 서울 평균 회복세에 미치지 못했다. 이 같은 자치구별 가격 흐름을 보면 서울은 강남 3구와 도심지, 학군 지역이 시장 충격에서 비교적 자유로우며, 회복 국면에서 강하게 반등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서울·경기 리딩 지역 부동산 상반된 흐름
경기 지역 내 특례시인 고양·수원·용인의 부동산시장 흐름도 살펴보자. 고양시는 1분기 평균 2.7%에 달하는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는데, 구별 흐름을 살펴보면 서울에 가까워 리딩 지역으로 꼽히는 덕양구가 3.1%로 하락폭이 가장 컸다. 용인시도 같은 시기 3.7%라는 높은 하락세를 보였는데 역시 리딩 지역인 수지구의 하락폭이 4%에 달했다. 수원시의 경우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지난해 4분기에 리딩 지역인 영통구가 6%나 떨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특례시의 리딩 지역이 올해 3분기 변곡점을 맞아 인접 지역에 비해 강한 회복세를 기록했다는 것이다.이 같은 경기 지역 내 특례시 리딩 지역의 부동산시장 흐름은 하락장이든, 상승장이든 다른 지역보다 가격 강세를 보인 서울과 사뭇 다르다. 그 원인은 서울과 경기 집값의 큰 격차에서 찾을 수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5000만 원으로 경기(4억7000만 원)의 2배에 달한다. 이 같은 가격 격차는 언제 줄어들지 알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말 서울 집값마저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경기 리딩 지역 아파트 보유자들은 “서울 집값이 이 정도로 하락하면 우리 동네는 얼마나 떨어질까”라는 불안감을 느꼈다. 한국갤럽 ‘주거인식조사’에 따르면 주거하는 집을 사회적 지위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가장 큰 연령대가 3040세대다. 이들은 서울 상위 지역에 진입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경기 상위 지역 및 리딩 지역 아파트를 매입하는 경향이 있다. 매입 자금 상당 부분을 부채에 의존했을 3040세대는 부동산 불황기를 틈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진 자극적인 콘텐츠의 공포 마케팅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통계를 봐도 경기 리딩 지역 집값이 하락장에서 취약한 이유를 알 수 있다. 통계청의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임금근로자 중 다주택자 비중이 가장 큰 전국 5곳에서 서울은 강남구 1곳뿐이다. 그런데 비(非)임금근로자 가운데 다주택자 비중이 큰 톱5 지역을 보면 강남·서초·송파구 등 서울 자치구가 3곳이나 된다. 이는 서울 상급지 아파트가 평범한 월급으로 매입하기에는 ‘너무나 먼 당신’이며, 직장인이 아닌 전업투자자 혹은 자산가가 주도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됐음을 보여준다. 근로소득을 담보로 대출을 크게 일으킨 직장인과 자산가 중 누가 금리인상에 더 민감할까. 어지간한 직장인은 접근조차 어려운 서울 상급지 대신, 경기 상급지 아파트를 대출로 매입한 3040세대 직장인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경기 리딩 지역 아파트 가격 변동성이 높은 이유다. 물론 경기 지역에서도 상급 입지의 위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부동산 심리가 살아날 경우 또다시 매수 물결이 밀려오기에 경기 리딩 지역 회복세도 빨라진다.
서울과 경기 아파트의 가격 패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이렇다. 우선 서울은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결국 강남 3구와 도심지 매입이 정답이다. 경기의 경우 주거 만족도를 감안해 특례시 같은 리딩 지역을 목표로 하되, 단기 과열 국면(1년 내 30% 이상 급등)에선 매수를 지양해야 한다. 단기 과대 낙폭 국면(1년 내 30% 이상 급락)이나 서울 부동산시장 회복기에 매입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
미분양 제로(0), 마냥 좋을까
재고 주택과 함께 국내 아파트시장의 한 축을 이루는 게 바로 분양시장이다. 분양시장을 판단하고 예측하는 데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바로 미분양통계다. 혹자는 청약률통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청약에 당첨되고도 실제 계약하지 않는 경우가 적잖기에 분양 성적은 결국 미분양통계에서 판가름 난다. 미분양통계를 정확히 해석하려면 합리적인 인과 분석이 중요하다. 단편적인 부동산 관련 뉴스는 미분양 물량의 증감에만 주목한다. 미분양통계는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분양이라는 이벤트에 의존적인 데이터다. 분양 절대 물량이 많다면 초호황이 아닌 이상 으레 초기 미분양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분양이 없다면 미분양도 없는 것이다.
어느 지역에 오랫동안 미분양이 없다면 마냥 좋은 걸까. 도리어 개발 호재가 적거나 인구가 줄어 분양사업 매력이 떨어진다는 방증일 수 있다. 다른 지역에 대규모 개발 붐이 일어 짧은 기간 약 1만 채 분양 물량이 공급됐다고 가정해보자. 분양이 시작되고 6개월 동안 초기 미분양 물량이 3000채라면 과연 이 지역 분양시장 상황이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미분양 숫자에만 매몰된다면 “미분양이 급증한 것을 보니 분양시장이 급랭 국면이다”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을 가늠하는 지표인 초기 분양률을 따져보면 해당 지역은 70%를 기록해 결코 심각한 상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올해 1분기 전국 미분양 물량이 7만 채를 돌파해 분양시장의 공포심을 키웠다. 그러나 같은 시기 초기 분양률 통계를 보면 서울 98%, 경기 77%, 부산 69%, 대전 67%로 분양시장 상황이 결코 나쁘지 않았다. 해당 지역 미분양을 ‘줍줍’한 이는 올해 하반기 “청약통장을 안 쓰고도 ‘로얄층’처럼 좋은 물건을 거머쥐었다”며 뿌듯해할 수 있다. 합리적 투자자라면 분양시장의 질적 지표인 초기 분양률 통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공적인 내 집 마련과 부동산 투자를 원한다면 특정 지역의 가격 흐름만 보는 저차원적 분석 습관을 버리자. 집값 흐름과 미분양 물량에 대한 합리적 분석에 익숙해진다면 부동산 빅데이터는 시장 위기에도 황금 같은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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