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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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립하는 반려동물 자격증 주의보

[이학범의 펫폴리] 발급 기관 수십 개, 기준도 제각각… 첫 국가자격 동물보건사 관심↑

  •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대표

    입력2023-10-1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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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반려동물 시장이 뜬다니, 나도 반려동물관리사 자격증을 따볼까.”

    얼마 전 대기업에 다니는 고교 동창이 전화해 대뜸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때 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 전혀”라고 답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현재 ‘반려동물관리사’라는 똑같은 이름의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이 수십 개에 달하고, 기준도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반려동물 관련 첫 국가자격인 ‘동물보건사’(동물병원 간호사, 수의테크니션) 자격증이 신설됐다. [GETTYIMAGES]

    지난해 반려동물 관련 첫 국가자격인 ‘동물보건사’(동물병원 간호사, 수의테크니션) 자격증이 신설됐다. [GETTYIMAGES]

    공신력 부족한 자격증이 대부분

    자격증은 면허증과 다릅니다. 요리는 요리자격증이 없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운전은 운전면허증 없이 하면 불법입니다. 자격증은 그 사람이 해당 일을 잘한다는 증명인 반면, 면허증은 면허를 가진 사람만 해당 일을 할 수 있다는 고유 권한입니다. 현재 반려동물과 관련된 면허는 수의사, 수산질병관리사, 가축인공수정사 3개뿐입니다. 흔히 접하는 미용사, 훈련사 등은 모두 자격증에 해당하죠. 즉 자격증 없이도 애견미용사, 애견훈련사가 되는 데 아무런 법적 제약이 없는 것입니다.

    자격증은 크게 ‘국가자격’과 ‘민간자격’으로 구분되고, 민간자격은 다시 ‘공인민간자격’과 ‘등록민간자격’으로 나뉩니다.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민간자격보다 국가자격이, 민간자격 중에서는 등록민간자격보다 국가가 공인하는 공인민간자격이 더 공신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국가 검증을 한 차례 거친 자격증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반려동물 관련 자격증은 대부분 국가 공인이 필요 없는 등록민간자격입니다. 민간자격정보서비스 홈페이지에서 ‘동물’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자격증 수백 개가 쏟아지는데요. 다음이 그중 일부입니다.

    반려동물 관련 민간자격은 2017년 111개에서 지난해 502개로 증가했습니다. 5년 만에 5배 가까이 늘어난 거죠. 하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자격증이 많습니다. 전체의 4분의 3이 1년간 단 1명도 따지 않은 자격증입니다. 또 애완동물관리사, 애완동물핸들러, 애완동물관리지도사처럼 이름부터 기본 개념을 갖추지 않은 자격증도 있습니다. 애완동물의 ‘완’은 ‘희롱할 완(玩)’으로 장난하다, 놀이하다, 깔보다, 장난감 등의 뜻이 있는데요. 이 명칭에 따르면 애완동물이 ‘사랑스러운 장난감 동물’로 해석되기에 사용해선 안 되죠. 그럼에도 애완동물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자격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반려동물 관련 자격증의 현주소가 어떤지 짐작 가능합니다.



    “자격증 장사 판친다” 지적 나와

    반려동물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요. 보통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이 듭니다. 또 자격증을 1~3급으로 나눠 2급을 따려면 3급을 먼저 따야 하고, 또 1급을 따려면 2급을 먼저 따야 하게끔 해놨습니다. 자격증 시험 응시를 위한 강의 수강료만 100만 원이 넘는데 교재비, 시험 응시료, 자격 발급비 등을 별도로 받는 자격증도 많습니다. 일부 유명 자격증의 경우 취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연간 수천 명이 응시해 응시료 수입이 수억 원에 달합니다. “자격증 장사가 판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반려동물 관련 자격증 취득을 원한다면 자격 관리 및 발급 기관의 역사와 연혁을 꼼꼼히 따져보고, 응시자 수 등 운영 상황을 꼭 확인하기를 권합니다. 관련 전문가에게 의견을 묻는 것도 좋습니다.

    반가운 소식은 지난해 반려동물 관련 자격증 중 처음으로 국가자격이 신설됐다는 것입니다. 바로 ‘동물보건사’ 자격증인데요. 동물보건사는 동물병원에서 수의사를 도와 동물의 진료 보조 및 간호를 담당하는 사람입니다. 동물병원 간호사, 수의테크니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으나 지금까지 정식 자격 제도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국가자격이 되면서 이 자격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 또한 면허가 아닌 자격이기에 동물보건사 자격증이 없어도 동물병원에서 얼마든지 근무할 수 있습니다. 법적인 업무 범위에는 차이가 없다는 뜻입니다. 다만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해 동물보건사 자격을 갖춘 사람의 전문성이 더 높다고 평가받습니다. 향후 반려동물 관련 국가자격은 하나 더 추가될 예정인데요. 바로 ‘반려동물행동지도사’(훈련사)입니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양성 방안과 국가시험 방법을 논의 중이니, 훈련사에 관심 있다면 곧 생길 국가자격 취득을 고려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반려동물 관련 민간자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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