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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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도약에 검색시장 60% 점유율 붕괴된 네이버, 돌파구는?

내수시장 공룡 기질 버리고 초거대 AI 사업 박차 가해야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3-10-17 10: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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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인터넷 검색엔진 시장 1인자는 단연 구글이다. 점유율 90%에 달하는 구글이 유독 힘을 못 쓰는 나라가 한국과 중국, 러시아다. 중국에선 바이두의 시장점유율이 80%를 훌쩍 넘고, 러시아의 경우 얀덱스가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두 나라는 정부가 인터넷 사업 보호 차원에서 강력한 검색엔진 ‘쇄국 정책’을 편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한국은 네이버로 대표되는 검색엔진 기업이 자체 경쟁력으로 내수시장을 수성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오랫동안 국내 검색엔진 시장 1위를 지킨 네이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014년만 해도 82%에 달하던 시장점유율은 갈수록 줄어 이제 50% 초반대에 머무는 상태다. 국내 검색엔진 시장의 변화는 선두주자 네이버의 위상이 흔들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2017년 이전까지 2위 검색 사업자였던 다음의 자리를 구글이 차지한 것이다. 이제 구글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30%를 훌쩍 넘겼다. 그사이 다음의 점유율은 5%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네이버의 인공지능(AI) 검색 서비스 ‘큐(Cue:)’. [네이버 제공]

    네이버의 인공지능(AI) 검색 서비스 ‘큐(Cue:)’. [네이버 제공]

    좁아지는 국내 검색엔진 입지

    최근 10년간 한국 검색엔진 시장에서 구글이 도약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삼성 갤럭시에 탑재된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덕분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가 기본 검색엔진인 구글을 주로 쓰다 보니 네이버 검색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둘째, 개인용 컴퓨터(PC)에 쓰이는 웹브라우저 크롬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66%로 압도적 1위이기 때문이다. 크롬 브라우저의 기본 검색엔진은 구글이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컴퓨터 기반의 정보기술(IT) 환경에서도 구글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사실상 ‘끼워 팔기’ 같은 구글의 행태에 국내 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은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구글 검색엔진을 기본으로 탑재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했다”며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2년간 조사 끝에 공정위는 2013년 7월 구글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당시만 해도 네이버의 국내 검색엔진 시장점유율이 70%를 넘었기에 구글의 납품 정책 효과가 미미하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후 모바일 환경을 중심으로 구글의 검색엔진 시장점유율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이에 공정위는 2021년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만 쓰도록 사실상 강제했다며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2074억 원을 부과했다. 구글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불복하고 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올해 4월에는 구글의 앱마켓 불공정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시정명령과 더불어 과징금 421억 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물론 구글이 검색엔진 시장에서 공짜로 왕좌에 오른 것은 아니다. 구글은 2000년대 인터넷 검색과 관련해 독자기술을 갖춘 아웃라이드(Outride), 캘틱스(Kaltix) 등 여러 회사를 인수했다. 모바일 기반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모바일 운영체제 회사 안드로이드와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업체 레크와이어리스(Reqwireless)를 인수한 것도 주효했다. 특히 2006년 유튜브 인수와 2014년 인공지능(AI) 회사 딥마인드 인수는 구글이 검색엔진 시장에 머물지 않고 미래 IT 산업을 선점하는 발판이 됐다.



    유성욱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4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구글의 애플리케이션 마켓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유성욱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4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구글의 애플리케이션 마켓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구글, 유튜브·딥마인드 인수로 미래 먹을거리 확보

    초거대 AI 기술의 등장은 인터넷 검색엔진 시장의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빅테크 가운데 선수를 친 것은 MS(마이크로소프트)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지분의 49%를 확보한 데 이어 초거대 AI 기술을 자체 검색 서비스인 빙(Bing)에 적용한 것이다. 구글은 딥마인드를 AI 사업의 전초기지로 삼아 차세대 검색 서비스 ‘바드’를 내놓았다. 아직 초거대 AI가 기존 검색엔진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았지만, 빅테크들은 ‘포스트 검색 시대’에 대비하고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구글에 검색엔진 시장을 조금씩 뺏기고 있는 한국 테크 기업의 대응은 어떨까. 네이버는 자체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였고, 이를 바탕으로 큐(Cue:)라는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를 론칭했다. 네이버가 확보한 방대한 한국어 데이터를 바탕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카카오는 다음의 점유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차세대 검색엔진 시장에서 이렇다 할 대응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내 IT 시장의 저력은 10년 전 네이버와 다음의 검색엔진 시장 수성과 카카오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등 인터넷 서비스의 약진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이제 포스트 검색 시대를 맞아 국내 시장을 글로벌 빅테크에 빼앗길 위기가 찾아왔다. 한국 IT 기업은 내수시장에서의 공룡 기질을 버리고 초거대 AI 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국내 규제당국도 글로벌 빅테크의 불공정행위는 없는지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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