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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짚어야 할 것은 다른 저속한 표현은 좀 더 일찍 보급됐다는 사실이다. 여성을 비하하거나 때로 친밀감을 담아 저속하게 일컫는 ‘bitch’는 힙합 신에서 많은 논란을 거쳤다. 케이팝에서는 2015년을 기점으로 ‘빛이 나는’처럼 다른 단어로도 들리는 이중적 표현을 경유하며 드문드문 들려오고 있다. ‘F-워드’는 감정을 격렬하고 저속하게 내뱉는 데 자주 쓰여 좀 더 대표적인 욕설로 인지돼 있다. 영미권에서도 청소년 소비가 지양되는 등급의 중요한 지표로 쓰인다. 한국어 화자로서 외국어 욕설에 금기의식을 덜 느끼는 특성이 케이팝에 조금씩 영어 욕설을 도입하는 배경으로 자리하기도 한다.
케이팝에서 수용되고 있는 욕설
가사 속 욕설을 대하는 팬의 반응은 미묘하게 갈린다. 불편해하거나, 오히려 반기는 경우도 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매력적인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을 때 전해지는 강한 대조감에 매혹되는 팬도 있다. 왜 아름다운 목소리와 욕은 대조를 이룰까. 욕은 인간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분이고,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인데 말이다. 욕설의 수용이란 결국 케이팝이 얼마만큼 안전한 것이어야 하는가, 케이팝 아티스트가 일상과 얼마만큼 유리돼 인식되는가 하는 질문이 될 수밖에 없다.여성 아티스트에게 더 민감한 문제가 되는 이유도 거기 있다. 안전한 콘텐츠와 저속하지 않은 인간이라는 두 기준 모두를 여성 아티스트에게 더 기대하는 사회적 인식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때론 여성 아티스트의 욕설을 더욱 환영하는 이도 존재한다. ‘예쁜 척’을 내려놓고 저속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더 ‘진정성’ 있고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 아티스트의 욕설 가사라는 주제에서 고려하지 않고 넘어갈 대목은 아닐 듯하다.
그렇다면 케이팝에서 욕설은 의미가 있을까. 또한 청자에게 어떤 효과와 부작용을 일으킬까. 케이팝에 뒤섞인 수많은 기호 중 어떤 것은 파편적으로 수용되고, 일부는 애초부터 없었던 양 생략돼 유통된다. 성소수자 기호 같은 것이 그렇다. 현재 욕설도 그중 하나인 듯 보인다. 케이팝에서 영어 욕설이 아직까지 일반 대중에게 충격을 주거나 검열기제를 발동시키지는 않는 분위기다. 아티스트 이미지를 저해하지도 않는 듯하다. 케이팝이 사회적 관념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작품과 아티스트를 분리하는 사고에 익숙한 분야라서 가능한 일이라고도 하겠다. 다만 그럴수록 작품에 욕설이 쓰인 맥락 역시 희석되기 쉬울 테다. 케이팝에서 욕설이 ‘해금(解禁)’되고 있다면 그 필요성과 청각적·정서적 효과에 대한 고민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