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누리가 지난해 12월 24일 달 344㎞ 상공에서 촬영한 지구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탄도형 달 전이 방식으로 안착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린 다누리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다누리는 한국 최초 달 궤도선이다. 달 궤도선은 달에 착륙하지 않고, 달 상공을 돌면서 표면을 관측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한다. 다누리는 지난해 8월 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된 뒤, 145일간 항행 끝에 지난해 12월 27일 달 상공 100㎞ 궤도에 진입했다. 이렇게 오랜 기간이 걸린 이유는 BLT를 통해 달에 갔기 때문이다. 지구와 달의 직선거리는 38만㎞로 곧장 가면 사흘가량 걸린다. 하지만 다누리가 택한 BLT 궤적에서는 지구와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L1 지점을 지난 뒤 나비 모양 궤적을 그리면서 멀리 돌아 달 궤도에 진입한다. 라그랑주 L1은 태양과 지구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지점이다.
다누리가 BLT 궤적을 택한 이유는 달 궤도선 무게가 중량 목표인 550㎏을 맞추지 못하고 128㎏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누리의 최종 무게는 약 678㎏으로 크기는 가로 3.18m, 세로 6.3m, 높이 2.67m다. 무게가 늘면 연료가 부족해지거나 임무 기간을 단축해야 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BLT 궤적을 택하는 것이다. 달로 직접 가지 않고 태양 중력에 끌려갔다가 마치 부메랑처럼 지구와 달 중력에 끌려오는 방식으로, 연료를 25%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우주선이 이 궤적으로 달에 도달한 사례가 역사상 극히 드물 정도로 까다로운 설계와 매우 정밀한 항법 기술이 필요하다. 1도만 틀어져도 큰 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주인터넷 시연
다누리는 당초 5번 궤도진입기동을 계획했으나 세 차례 만에 임무 궤도에 들어섰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차 궤적수정기동을 수행했다. 그리고 11월에 3차, 4차 궤적수정기동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달 궤도에 진입했다. 다누리가 임무 궤도인 달 상공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도 당초 계획보다 더 안정적이었다. 시속 8000㎞로 날아가던 다누리가 추력기를 사용해 속도를 늦추고 고도를 낮추며 임무 궤도에 다가가는 궤도진입기동은 애초에 5번으로 계획됐는데, 세 차례 만에 임무 궤도에 들어섰다.
현재 다누리는 성공적으로 목표한 임무 궤도인 달 상공 100㎞ 궤도에 안착했다. 초속 1.62㎞ 속도로 약 2시간마다 공전 중이다. 근월점(달-다누리 최단거리) 104.1㎞, 원월점(달-다누리 최장거리) 119.9㎞ 궤도에 위치해 있다. 1월 말까지 탑재체 성능 확인과 오차 및 왜곡을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누리는 1년간 임무 수행을 위한 잔여 연료량도 총 연료량 260㎏ 중 93㎏으로 충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누리에는 NASA가 제작한 초감도 광학 카메라 셰도캠을 포함해 국내 기술로 제작한 고해상도 카메라, 광시야 편광 카메라, 자기장 측정기, 감마선 분광기, 우주인터넷 탑재체 등 6개 과학 장비가 탑재돼 있다. 다누리는 1년간 이것들을 활용해 달 표면 탐사를 펼칠 예정이다.
다누리는 우주인터넷 탑재체에 저장된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를 지구로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달 착륙지 탐색 임무 수행
앞으로 다누리는 달 궤도를 돌며 착륙선 후보지를 찾고, 물과 헬륨-3 등 자원 채굴을 위한 달 표면 자원 지도를 만들 계획이다. 심우주 탐사용 우주인터넷 기술도 점검한다. NASA와 협력한 셰도캠은 달에 존재하는 얼음 퇴적물의 증거를 찾고 영구적으로 그늘진 달 극지의 이미지를 수집하도록 설정돼 있다. 이번에 다누리가 보내온 지구 모습은 고해상도 카메라가 촬영한 사진이다. 고해상도 카메라가 촬영한 달 표면 영상은 향후 달 탐사선의 착륙 및 원격 탐사를 위한 40여 개 착륙 후보 지역을 선정하는 데 활용될 계획이다. 국내외 과학 연구에도 영상 자료로 쓰일 전망이다. 고해상도 카메라는 무게와 크기 제약으로 내구성과 해상도를 높이는 대신 흑백 촬영 장비를 싣는 것으로 결정됐다.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대한민국은 일곱 번째 달 탐사 국가로서 우주 탐사 역사에 첫발을 내딛었다”며 “앞으로 10년 뒤 2032년 달착륙선을 우리 발사체로 쏘아 올릴 수 있도록 대한민국 우주개발 역량을 꾸준히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