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항공우주자위대 소속 F-35A 스텔스 전투기가 후지산 인근을 비행하고 있다. [JASDF]
자위대는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6·25전쟁 덕분에 만들어졌다. 미국이 일본에 주둔한 군 병력을 차출해 한국에 파견하자 주일미군 빈자리를 대신하고자 자위대 전신인 경찰예비대가 창설됐다. 이후 자위대는 1991년 걸프전을 계기로 미국 요청에 따라 소해정을 페르시아만에 파견해 기뢰 제거 활동 등을 벌이며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패배 이후 첫 해외 임무를 수행했다. 자위대는 또 창설 60주년인 2014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주재한 각의(국무회의)의 결정과 2015년 의회를 통과한 안보법에 따라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이 자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가 공격을 당하는 경우 자국이 공격당한 것으로 간주해 대신 반격하는 권리를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안보 전략 대전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도쿄 인근 아사카 기지에서 자위대를 사열하고 있다. [일본 총리실]
일본 정부는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하고 그 수단으로서 탄도미사일 등으로 공격할 경우 ‘무력 행사 3가지 요건’에 근거해 그런 공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자위 조치로 상대 영역에 반격하는 능력을 보유한다”고 규정했다. 무력 행사 3가지 요건은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자유에 명확한 위험이 발생하며 △국민을 지키기 위한 다른 수단이 없는 경우 △필요 최소한으로 실력 행사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번 결정에 따라 일본은 ‘방패’는 물론, ‘창’도 보유하게 됐다. 일본의 기존 안보 전략은 미·일 동맹에 의거해 미군은 ‘창’, 자위대는 ‘방패’ 역할을 맡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일본이 공격을 받으면 타격 능력을 갖춘 미군이 보복한다는 전략이었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유지해온 안보 전략을 77년 만에 바꾸는 대전환이다. 말 그대로 일본이 사실상 ‘전쟁할 수 있는 국가’가 된 것이다.
특히 이번 결정은 평화헌법 제9조를 무력화하는 조치로 간주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반격 능력 보유 명분으로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등 무력 도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저지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이런 속셈은 이번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중국을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 전략적 도전’으로 규정한 것에 그대로 드러난다. 일본 정부는 2013년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선 중국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 사항’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볼 때 중국도 대만을 공격할 수 있으며, 이는 자국에 중대한 안보 위협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 결정에 따라 자위대의 전력 강화는 물론, 조직 개편 등을 통해 ‘진짜 군대’를 만들려는 계획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무엇보다 2024년까지 자위대를 종합적으로 지휘할 통합사령부와 통합사령관을 신설할 예정이다. 통합사령부는 자위대 통합 운영과 함께 미군과의 일체성을 강화할 의사소통 및 전략 조율을 맡는다. 한국과 미국은 양국군을 통합·지휘하는 연합사령부가 있지만, 미국과 일본은 양국 군사조직을 함께 통솔하는 조직이 없었다. 일본에는 자위대를 통합 운용하는 조직으로 ‘통합막료감부’가 있으며, 그 수장인 통합막료장(합참의장 격)은 총리와 방위상을 보좌하고 명령을 집행하며 미군과의 창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통합막료장이 총리 보고와 미군과의 조율에 쫓겨 정작 재해 현장 파견부대를 지휘할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그래서 통합막료장은 총리나 방위상 지원 업무에 전념하게 하고, 통합사령관이 자위대를 지휘해 적의 공격 등에 대응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인공지능(AI), 무인기(드론) 등 첨단 군사기술 연구를 지원할 기관을 방위장비청에 신설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방위장비 연구와 생산 활성화를 위해 살상 능력이 있는 무기를 외국에 팔거나 양도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위장비 이전 3원칙’ 운용 지침을 전면적으로 개정할 계획이다.
‘반격 능력’에 필요한 무기 획득 적극 추진
일본 육상자위대가 12식 지대함 유도탄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JGSDF]
특히 사이버 방어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자 현재 890명 수준인 인력을 5년간 2만 명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 있는 육상자위대 통신학교를 육상자위대 시스템통신·사이버학교로 개편해 사이버 방어 교육을 맡기기로 했다. 각국 사이버 부대는 △중국 17만 5000명 △북한 6800명 △러시아 1000명 등으로 추정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무력 공격과 사이버 공격을 조합한 ‘하이브리드전’을 펼쳤다”며 “일본 정부의 사이버 부대 강화 계획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 러시아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이버 공격까지 감행할 것에 대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반격 능력에 필요한 미사일 등 무기를 획득하는 계획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기존 12식 지대함 유도탄 사거리를 200㎞에서 1000㎞ 이상으로 늘려 2026년 이후부터 배치할 예정이며, 전투기나 함정·잠수함에서 발사하는 개량형도 개발할 방침이다. 또 2027년까지 사거리 1250㎞인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미국으로부터 최대 500발 구입해 해상자위대 이지스함 등에 탑재할 예정이다. 장거리미사일을 운용할 ‘스탠드오프 미사일 부대’를 신설해 육상자위대 핵심 조직으로 삼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 부대는 지대함 미사일 부대 7개, 도서 방위용 고속 활공탄 대대 2개, 장사정 유도탄 부대 2개로 구성된다. 이와 함께 음속의 5배 이상으로 날아가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2028년까지 개발해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中과 갈등 지역 난세이 제도 요새화
대만에서 110㎞ 떨어진 일본 요나구니섬에 위치한 육상자위대 레이더 기지. [NISHINPON]
일본 정부는 대만과 110㎞ 떨어진 요나구니섬을 비롯해 이시가키섬과 미야코섬 등의 활주로를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확장할 방침이다. 또 요나구니섬에는 해상자위대 함정이 기항할 수 있는 시설도 만들 계획이다. 난세이 제도의 섬들에 공격형 무인기도 배치할 예정이다. 미군은 오키나와현과 가까운 가고시마현에 정밀 타격 능력을 갖춘 무인기 MQ-9 리퍼를 배치한 상태다.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나하시에 사령부를 둔 육상자위대 15여단의 병력을 2027년까지 2000명에서 3000명으로 증원하고, 15여단을 오키나와 방위집단(일종의 사단)으로 격상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의 반격 능력 보유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3년 방위 예산을 사상 최대 규모인 6조8219억 엔(약 64조43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2022년 5조4000억 엔보다 26% 증액한 것인데, 국내총생산(GDP)의 1.19%다. 또한 2027년까지 향후 5년간 방위 예산을 43조 엔(약 406조 원)으로 늘리기로 했으며, 5년 뒤에는 GDP의 2%에 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명기했다.
GDP의 2%는 11조 엔(약 104조 원) 규모로, 2022년 방위 예산의 2배 이상이다. 이런 목표가 실현되면 지난해 기준 세계 9위였던 일본 방위 예산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가 된다. 일본 자위대가 명실공히 충분한 자금과 무기를 보유한 진짜 군대가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