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동아DB]
‘관계자 진술’ 신빙성 쟁점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인천 동·미추홀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윤 의원은 선거에서 이른바 ‘함바왕’ 유 모 씨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유 씨가 함바식당(공사현장 식당)을 수주하도록 편의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유 씨가 함바식당 수주 대가로 윤 의원의 경쟁 후보에게 불리한 허위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판단했다. 윤 의원은 보좌관 조 모 씨와 함께 선거가 끝난 2020년 5월 1일 언론인 등에게 인당 6만 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도 받았다.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윤 의원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1000건 이상 증거를 제출하며 파상 공세를 폈다. 이에 대응해 윤 의원을 변론한 변호인단도 의견서 수백 쪽을 제출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진 만큼, 대법원 판결에 법조계와 정치권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는데 윤 의원의 무죄로 최종 결론이 난 것이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윤 의원이 선거운동 관련자 6명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했다는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벌금 80만 원을,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윤 의원이 선거에 도움을 받는 대가로 이익을 제공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윤 의원은 의원직 상실은 면했으나 유죄가 나온 혐의에 대해서는 다시 판단받고 싶다며 항소했고 이에 검찰도 항소했다. 2심 법원은 “식사 자리 주재자가 윤 의원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선거운동과 관련해 이익을 제공했다고 단정하기도 쉽지 않다”면서 윤 의원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윤 의원이 연루된 핵심 혐의는 그가 유 씨로부터 함바식당 운영 등 이익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고 선거운동 과정에서 부당한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혐의를 뒷받침할 핵심 증거로 유 씨와 그의 아들 등 관계자들 진술을 제시했다. 여기에 맞서 윤 의원 측 변호인단은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진술 대부분이 유 씨 본인 진술이거나 이를 들었다는 주변인의 전문(傳聞) 진술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 측은 유 씨의 진술 간에도 모순이 있고, 이런 진술이 그가 과거 처벌받은 다른 사건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나타났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 씨의 주장과 배치되는 다른 증거 및 진술도 확보해 제출했다. 법원은 “유 씨가 구체적 사실관계를 토대로 허위를 뒤섞어 과장하거나, 직접 경험한 것처럼 보이는 구체적 정황까지 꾸며내는 방법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거짓말을 했다”는 취지로 그의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을 변호한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LKB) 변호인단은 1심 일부 무죄, 항소심 전부 무죄,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을 이끌어냈다. 변호인단에는 서울고법 부장판사 겸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 출신으로 2012년 LKB를 설립한 이광범 대표변호사, 거물급 마약사범을 다수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출신으로 드라마 ‘수리남’의 모티프가 된 김희준 대표변호사 등이 포함됐다. 김 대표변호사는 “검찰과 우리 변호인단 사이에 400~500쪽 분량의 의견서가 여러 차례 오가는 등 법정 공방이 치열했다”면서 “재판 과정에서 검찰 측이 제시한 여러 증거를 하나하나 탄핵하면서 윤 의원의 무죄를 법리적으로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검찰 증거 탄핵해 무죄 입증”
LKB는 윤 의원 사건 외에도 거물 정치인이 연루된 사건을 여럿 수임해 승소로 이끌었다. 대표적으로 홍준표 대구시장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가 LKB 변론으로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8년 제주도지사에 출마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선거캠프 인사들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LKB를 선임한 항소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외에도 LKB는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 법조인이 연루된 형사사건을 맡아 변호하기도 했다. 현 야권 인사 중에는 경기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있다.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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