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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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준비금’ 없는 부실 재무구조가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 파산 불렀다

전문가들 “FTX 파산은 시작에 불과, 암호화폐 시장 당분간 얼어붙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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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2-11-18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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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4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에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돼 있다.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 여파로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세를 보였다. [동아DB]

    11월 14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에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돼 있다.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 여파로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세를 보였다. [동아DB]

    “FTX 파산으로 3000만 원 날렸다. 큰돈 벌려고 한 게 아니라 장투하는 김에 스테이킹(지분 고정)을 한 건데 진짜 뭐 같다.”

    “어제 FTX에 출금 신청했는데 아직도 안 되고 있다. 손절해서 (투자금을) 날린 것도 아니고 이렇게 어이없게 잃으니 허망하다.”

    FTX의 파산 신청 이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투자 손실 피해를 호소하는 게시물이 여럿 등장했다. FTX는 한때 거래량 세계 3위를 기록한 미국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였으나 11월 11일(현지 시간)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11월 2일 미국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FTX 계열사인 알라메다리서치의 자산이 대부분 FTT(FTX 자체 발행 암호화폐)로 이뤄져 재무 건전성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FTX에 60억 달러(약 8조 원) 규모의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고 끝내 파산으로 이어졌다.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통념을 거스른 FTX의 파산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은 일주일 사이 20% 가까운 낙폭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회복세를 보이던 암호화폐 시장이 FTX 파산 탓에 다시 어두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금 사실상 회수 불가능

    11월 11일(현지 시간) FTX는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한 직후 관련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FTX가 ‘챕터11 파산보호 (기업회생)’ 절차를 시작했으며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인 존 J. 레이 3세가 FTX 신임 최고경영자가 됐다는 내용이 골자다. [FTX 트위터 캡처]

    11월 11일(현지 시간) FTX는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한 직후 관련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FTX가 ‘챕터11 파산보호 (기업회생)’ 절차를 시작했으며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인 존 J. 레이 3세가 FTX 신임 최고경영자가 됐다는 내용이 골자다. [FTX 트위터 캡처]

    FTX는 코인데스크 보도 이후 열흘이 채 안 돼 파산에 이르렀다. 세계 1위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유동성 위기로 휘청거리던 FTX에 치명타를 가했다. 11월 7일 자오 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재무 불건전성을 이유로 “보유한 FTT를 전량 매각할 것”이라고 밝혀 FTX에 뱅크런(대규모 자금 인출)을 촉발했다. 이후 시장 패닉을 막기 위해 FTX를 인수하겠다던 바이낸스가 11월 9일 돌연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인수 철회를 선언했고, FTX 파산이 현실화했다. FTX가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제출한 ‘챕터11 파산보호(기업회생)’ 신청서에 따르면 FTX 부채는 암호화폐 업계 최대 규모인 500억 달러(약 67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TX 파산은 ‘코인판 리먼 사태’ ‘코인판 엔론 사태’로 불리며 암호화폐 시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FTX 계열사인 알라메다리서치가 자금을 투자한 암호화폐 솔라나는 전주 대비 가격이 60% 넘게 떨어진 1만6000원대를 기록했다(11월 14일 오후 3시 기준). 주요 암호화폐 가격도 급락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은 각각 -19.64%, -20.3%씩 내려앉았다. 비트코인의 경우 11월 10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2400만 원대까지 올랐으나 FTX 파산으로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다시 2100만 원대로 떨어졌다.



    “파산 거래소 더 나올 것”

    FTX 파산으로 국내 투자자의 피해도 적잖다. FTX는 마진 거래가 가능하고 출금 시 수수료가 없다는 장점 때문에 국내 투자자의 선호도가 높았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어스웹에 따르면 8월 기준 FTX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나라는 한국이었다. 전체 이용자의 6.21%를 차지했다. FTT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중 3곳(코인원, 고팍스, 코빗)에서 9만9700~15만5000개가 거래됐다(크립토퀀트 집계 기준). 미국 파산법상 암호화폐는 구제 금융 대상이 아니다. 개인투자자는 채권 우선순위가 낮아 투자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성원 강앤파트너스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FTX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할 순 있지만 재무 여건상 실제 배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FTX 파산이 ‘끝이 아닌 시작’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선 빗썸경제연구소 리서치센터장은 “FTX가 파산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의 위험성이 수면 위로 계속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투자자가 예치한 코인을 불법적으로 유용해 대차대조표상 자산이 거의 없는 거래소가 몇 군데 더 있다”며 “크립토닷컴 등 거래소의 추가 파산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래소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암호화폐 시장으로 유입되는 신규 자금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향후 각국에서 생겨날 암호화폐 거래소 규제도 시장에 악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수용 한국블록체인학회장(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경우 금융회사와 달리 지급준비금 등 유동성 위기에 대비한 안전망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면서 “안전망 구축 여부가 전적으로 CEO에 달렸다는 게 FTX가 파산한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박 학회장은 “각국의 거래소 규제가 금융회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엄격해질 가능성이 커 당분간 암호화폐 시장이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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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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