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턱밑에 칼끝 겨눈 檢

20년 만에 다시 무대 오른 ‘불법 대선 자금 의혹’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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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2-10-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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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같이 지은 죄는 같이 벌을 받고 내가 안 한 것은 덮어쓰면 안 되고 이재명 (대표) 명령으로 한 것은 이재명이가 써야 될 것이고. 그렇지 않나. 이게 맞는 것 아닌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재판 중이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의 작심 발언을 기점으로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10월 20일 구속 기간 만료로 풀려난 유 전 직무대리는 다음 날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지은 죄만큼 벌을 받을 것”이라며 이와 같이 말했다. 검찰 역시 이 사건 핵심 관계자들의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이 대표가 관련 사실을 알았느냐 몰랐느냐 문제다. 설령 관련 사실을 알았더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 대비해 그간 관련 발언 자체를 삼갔을 것이다. 이 대표도 법조인 출신 아닌가. 다만 검찰이 수사 의지를 갖고 철저히 수사한다면 당사자가 아무리 부인해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관건은 검찰의 수사 의지뿐이다. 지금 검찰은 상당한 의지를 갖고 수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 명운 걸린 이재명

    2003년 불법 대선 자금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출신 변호사가 10월 27일 ‘주간동아’와 통화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내놓은 진단이다. 검찰이 수사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실체적 진실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이 대선 자금 수사에 나선 것은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주요 대기업으로부터 823억 원 불법 자금을 모금한 이른바 ‘차떼기 사건’ 이후 20여 년 만이다. 당시 민주당도 113억 원 불법 대선 자금을 모은 사실이 드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 이광재, 여택수 등이 잇달아 구속되거나 재판을 받았다. 다만 두 사안 모두 이회창 전 총재와 노 전 대통령으로까지 수사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대선 자금이 아닌, 불법 정치 자금 수수 혐의로 처벌받았다.

    이번 불법 정치 자금 의혹 수사는 제1야당 대표이자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걸렸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물론, 온 국민의 시선이 향해 있다. 이 대표가 대선 기간 대장동 개발 주요 관계자인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두고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추가 기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자금, 성남FC 후원금이 이 대표의 선거 지원에 활용됐을 개연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여러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구체적인 자금 사용처를 규명하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 의지가 강한 만큼 올해 안으로 일정한 결과가 나오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일부 정치 검찰의 검찰 독재, 공안 통치가 판을 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측근 정진상·김용 수사 본격화

    자금 흐름 추적은 이 대표의 턱밑까지 도달한 상황이다.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정진상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구속)이 본격적으로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이 대표가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측근”이라고 말할 정도로 핵심 인사로 분류된다.

    검찰은 “광주에 돈을 뿌려야 한다”는 이유로 대선 경선을 앞둔 지난해 2월 김 부원장으로부터 20억 원을 요구받았다는 유 전 직무대리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는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후보 등록을 앞두고 지역 지지 기반을 다지는 시기였다. 호남은 민주당 최대 지지 기반으로 꼽힌다. 유 전 직무대리는 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해 4~8월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로부터 8억4700만 원을 건네받았고, 이 중 6억 원을 김 부원장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인포그래픽 참조). 검찰은 유 전 직무대리가 지방선거와 대선이 있던 2014년, 2021년 관련 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간 전달자로 알려진 정민용 변호사 측 역시 관련 진술에 힘을 실었다. 정 변호사 측 변호인은 10월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재판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의미 있는 것은 (자금을) 만든 사람(남욱), 갖다준 사람(정민용), 전달한 사람(유동규) 세 사람이 똑같은 얘기를 하는데 (김용은) 왜 부인하고 있나”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 측 변호인은 이어 “8억4700만 원이었고 1억 원을 다시 돌려줬다고 한다. 그래서 정확하게는 7억4700만 원”이라며 금액을 구체적으로 말했다. 이는 앞선 유 전 직무대리 진술과도 일치한다.

    검찰은 이전부터 김 부원장이 유 전 직무대리와 빈번히 접촉했다는 관계자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김 부원장이 성남시의원 시절부터 종종 공사를 방문해 유 전 직무대리와 독대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성남도시공사 관계자들이 한 것이다. 정 변호사 역시 지난해 4월 김 부원장이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유 전 직무대리를 만났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원홀딩스는 유 전 직무대리와 정 변호사가 함께 운영한 다시마 비료업체다. 다만 두 사람이 직접 돈을 주고받은 장면을 목격한 진술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 실장 역시 향후 본격적으로 수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정 실장을 출국금지했다. 검찰은 9월 30일 전 두산건설 및 성남시 관계자를 정자동 병원 부지 용도 변경 건과 관련해 기소한 상태다. 관련 공소장에는 ‘이재명 성남시장, 정진상 정책실장과 공모했다’고 명시돼 있다. 두 사람을 해당 사안의 공범으로 지목한 것이다. 정 실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구 그 자체”라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맨 앞줄 가운데)와 의원, 당직자 등이 10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찰독재 규탄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맨 앞줄 가운데)와 의원, 당직자 등이 10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찰독재 규탄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당 쑥대밭 될 것이라는 걱정 있지만…”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규탄대회를 여는 등 총력 대응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이 쑥대밭이 될 것’이라는 걱정도 있지만 민생이 쑥대밭이 될 것이라는 걱정이 더 크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찬대 최고위원은 10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부원장이 “거대한 조작의 중심에 서 있다”며 “중차대한 대선에서 정치 자금을 요구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구속 이후 “돈을 받았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며 진술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친이재명(친명)계 일각에서는 김 부원장이 불법 자금을 수수했을 개연성도 열어놓은 상태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10월 24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진실은 하나님만이 알겠고, 김용이 개인 비리를 저질렀을 개연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죄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이 대표와는 무관하다고 거리를 둔 셈이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마약·정치 자금 같은 사안은 윗선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를 입증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때문에 금액 규모, 시기, 권한 등을 토대로 청탁의 주된 목적을 추론하는 식으로 재판이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곽 변호사는 “실무자에게 책임을 씌우는 식으로 사안이 마무리되면 이를 악용하는 제2, 제3의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에 재판부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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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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