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매가가 하락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뉴시스]
한국은행(한은)이 7월 13일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쏟아진 질문이다. 한은이 연내에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것도 이런 궁금증을 부채질한다. 여기에는 최근 집값 상승이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에서 비롯됐고, 이자 부담 증가로 매수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실제로 시장 반응은 거래 중단과 가격 하향 안정화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최근 시장 상황은 일시적 조정 국면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라고 반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적잖다. 과거 사례를 보면 금리가 오른다고 반드시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오히려 자재 가격 급등으로 착공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등 집값 불안 요인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연말까지 기준금리 3% 도달 가능성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7월 13일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2.25%로 0.50%p 인상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이날을 포함해 최근 10개월 새 모두 6차례(지난해 8, 11월과 올해 1, 4, 5월)에 걸쳐 1.75%p 상승했다. 특히 이번 금리인상은 여러 가지 기록을 남겼다. 일단 사상 첫 3회 연속 금리인상이다. 또 기준금리가 도입된 1999년 5월 이후 첫 빅스텝이다.이날 행보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심각한 수준인 데다, 미국이 경기침체를 각오하면서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을 펼쳤기에 예상된 일이었다. 문제는 앞으로 연내 예정된 3번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추가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시중에서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3.00% 수준까지 올릴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이에 따라 빚을 내 투자한 ‘빚투족’이나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은 ‘영끌족’은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에 정부가 “은행권 이익 추구가 지나치다”고 비판하는 등 우회적인 금리인하 압박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상은 주택담보대출뿐이었다.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모두 17차례에 걸쳐 인하했다. 반면 신용대출 금리 인하 조치는 저소득 취약차주 대상인 새희망홀씨대출 등을 포함해 3차례에 불과했다.
그 결과 아직까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신용대출 금리(연리 기준)는 연 7%를 돌파하는 은행이 속출하고 있다. 7월 11일 신한은행 ‘쏠편한 직장인대출S’의 최고 금리는 7.31%(금융채 1년물 기준금리 3.61%+가산금리 3.70%)나 됐다. 하나은행 ‘프리미엄 직장인론’ 신용대출도 최고 금리가 연 7.33%(시장 금리 적용, 만기 1년 기준)였다.
이처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집값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진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이 6월 20일부터 7월 4일까지 애플리케이션 접속자 17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61.9%가 주택 매매가 ‘하락’을 예상했다. 6개월 전인 지난해 말 진행한 설문조사 때 ‘하락’을 선택한 응답자(43.4%)보다 18.5%p 증가했다.
응답자들은 집값 하락 이유로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63.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현재 가격 수준이 높다는 인식으로 인한 수요 감소(15.0%) △물가상승 부담과 경기 둔화(12.1%)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완화에 따른 매물 증가(4.7%)가 뒤를 이었다.
쏟아지기 시작한 집값 하향 전망
한국은행이 연내에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부동산시장에서는 거래 중단과 가격 하향이 나타나고 있다. [GETTYIMAGES]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는 금리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으나 이후부터 크게 확대됐다. 특히 2020~2021년 주택 가격 상승 시기는 금리 충격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가장 강력한 때였다. 그것에 비례해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금리인상 충격 역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내용이다. 결국 금리인상이 지속된다면 주택시장이 침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주택산업연구원 등 민간연구소들도 앞다퉈 금리인상 등을 이유로 내세우며 집값 전망을 하향으로 바꾸는 추세다. 이들 연구소는 모두 반년 전까지만 해도 올해 집값에 대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런 전망들에 반응하듯 부동산시장은 빠르게 얼어붙는 모양새다. 전국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인 서울 집값이 최근 6주 연속 하락했고, ‘불패신화’ 주인공인 강남구 집값도 4개월 만에 떨어졌다. 특히 ‘부촌의 상징’인 강남구 대표 단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도 매매가가 하락했다.
기준금리 올라도 집값 오른 사례 존재
하지만 반론도 나온다. 금리인상만으로 집값을 잠재우기에는 효과가 제한적인 데다, 주택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착공 물량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한계론은 강력한 대출 규제에서 비롯됐다. 2019년 12월 이후 15억 원(KB시세 기준) 넘는 아파트는 대출 대상에서 제외됐고, 9억 원 초과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20%만 적용됐다. 또 윤석열 정부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일괄적으로 70%까지 완화했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풀리지 않아 실제 효과가 미미한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과거 금리인상에도 집값이 오른 사례가 적잖은 것도 반론의 근거다. 집권 내내 집값 문제에 시달린 노무현 정부(2003~2008)는 2005년 10월부터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3.25%였던 기준금리가 2008년 8월 5.25%로 2%p 올랐다. 하지만 이 기간 전국 아파트 값은 20.7%, 서울은 37.5% 상승했다.
이명박 정부(2008~2013) 때인 2010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도 기준금리가 2%에서 3.25%로 인상됐지만, 전국 아파트 값은 12.2% 올랐다. 또 문재인 정부(2017~2022)도 초기인 2017년 11월 1.25%였던 기준금리를 1.5%로 올렸고, 1년 뒤인 2018년 11월 다시 1.75%로 높였다. 하지만 이 기간에도 전국 아파트 값은 3.1%, 서울은 14.2% 뛰었다.
여기에 각종 자재값 급등과 분양가 상한제 조정에 대한 기대 심리로 주택건설 물량이 크게 줄어든 점도 눈여겨봐야 할 변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전국 주택 착공 실적은 14만9019채로 지난해 같은 기간(22만6694채)보다 34.3% 줄었다. 최근 10년간 평균 물량(18만6717채)과 비교해도 20% 이상 감소했다. 이처럼 착공 물량이 줄어들면 2~3년 뒤 입주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