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사용할 때 필수 소프트웨어가 웹 브라우저(web browser)다. 2010년 이전에는 사용자가 웹 브라우저를 선택할 여지가 사실상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에 탑재된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독보적 시장 지배자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곳이 구글이다.
‘작지만 큰 왕국’ 주인 노릇
구글은 크롬 브라우저 출시 8년 만인 2016년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현재도 세계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사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추락을 거듭했다. 구글 크롬은 물론, 아이폰·매킨토시(맥)를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키운 애플 사파리에 이어 3위 사업자로 주저앉았다. 시장점유율도 10%로 낮아졌다. 크롬 독주체제가 고착화한 지 5년, 웹 브라우저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다.인터넷 공룡 기업이 웹 브라우저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PC(개인용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PC, IPTV 등 디지털 기기의 주된 인터넷 사용 방식이 바로 웹이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웹에 접속할 때 거쳐야 하는 관문이 브라우저다.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면 이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우리가 개발한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사람이 이 정도로 많다”며 웹 표준을 자사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유도할 수도 있다. 일단 브라우저 운영사가 웹 공간에서 광고를 차단하는 등 제한을 가하면 인터넷 사업자는 따라야 한다. 인터넷 사업자의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이든 브라우저의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업체는 웹 브라우저라는 작지만 큰 왕국의 주인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때 왕좌를 차지한 MS가 웹 브라우저 시장 재탈환에 나섰다. 여전히 윈도로 컴퓨터 운영체제 시장점유율 76%를 유지하는 것이 강점. 2015년 출시한 윈도10의 기본 브라우저로 ‘에지’를 탑재해 제공하고 있다. 당초 에지는 느린 속도와 잦은 오류로 일부 홈페이지를 정상 구동하지 못하는 등 문제가 적잖았다. 다만 소프트웨어 명가답게 꾸준한 성능 개선으로 최근 들어 오히려 빠른 속도와 안정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2017년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은 물론 맥, XBOX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 적용되면서 크롬의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맥 환경에서 에지는 크롬보다 컴퓨터 리소스(resource)를 덜 차지하고 구동 속도가 빨라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MS는 여세를 몰아 올해 출시한 윈도11에선 에지를 기본 브라우저로 사용하고 삭제조차 할 수 없게 했다. 에지디플렉터(edge deflector)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삭제 시도를 사실상 원천봉쇄한 것. 에지와 운영체제를 한 몸처럼 구성해 공격적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암호화폐 지갑 된 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인터넷 표준 전쟁에서 네비게이터를 압도했다. [사진 제공 · 마이크로소프트, 사진 제공 · 넷스케이프]
이처럼 익숙하지만 새로운 기술인 브라우저 시장을 둘러싸고 빅테크 기업 간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 기업 중에선 삼성전자가 ‘삼성 인터넷’을 갤럭시 스마트폰에 적용해 크롬, 사파리에 이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는 2017년 브라우저 ‘웨일’을 출시해 경쟁에 뛰어들었으나 아직 4위에 머물고 있다(이상 국내 기준). 한국 내 네이버 포털과 애플리케이션의 위상 덕분에 MS 에지를 가볍게 누른 것이 관전 포인트. 이제까지 디지털 공간 ‘표준’을 차지하기 위한 두 차례 대전(大戰)이 있었다. 1차 대전은 2000년 인터넷 표준을 둘러싼 넷스케이프 네비게이터와 MS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대결이었다. 승자 익스플로러는 10년 만에 펼쳐진 2차 디지털 표준 대전에서 구글 크롬, 애플 사파리에 패해 3위로 전락했다. 이제 한국 삼성전자, 네이버가 참전한 세 번째 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브라우저 전쟁에서 승자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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