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왼쪽)와 LX홀딩스가 새로 입주한 서울 종로구 LG광화문빌딩. [뉴시스, 사진 제공 · LX홀딩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계열 분리가 인정되려면 한 그룹 특수관계인들의 상대 그룹 계열사 지분 보유율이 3% 미만을 유지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LX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구본준 회장이 아닌 구광모 회장이다. 구광모 회장은 LX홀딩스 지분 15.95%, 구본준 회장은 7.7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율은 LG그룹에서도 동일하다. 구본준 회장이 보유한 ㈜LG 지분율 역시 7.72%. 양쪽 모두 ‘3% 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내부거래 이슈에 가장 민감한 곳은 LX인터내셔널(옛 LG상사) 자회사 LX판토스다. LX판토스는 지난해 기준 매출 2조7283억 원으로, 이 가운데 66%인 1조8029억 원이 LG그룹 계열사들에서 나왔다. 물론 LX판토스는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없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규정하는 ‘오너 사익편취 규제’의 직접적 대상은 아니지만, 내부거래 의존도가 워낙 높아 공정위가 늘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LX그룹 계열사 LX세미콘(옛 실리콘웍스) 역시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의 69%를 LG디스플레이에, LX인터내셔널(옛 LG상사)은 47%를 LG전자에 의존했다.
LG 잔여 지분 장내 매각 혹은 자사주 매입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왼쪽). 구본준 LX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사진 제공 · LG, 사진 제공 · LX]
가장 손쉬운 방법은 구광모 회장이 구본준 회장의 LG 잔여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6000억~7000억 원가량의 거금이 든다. 2018년 아버지인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별세로 상속세 7000억 원을 분할 납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잔여 지분 매수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지난해 구광모 회장은 보수로 80억800만 원, 배당으로 701억 원을 받았고 상속세로 1100억 원가량을 냈다. 상속세는 내년까지 완납할 계획이다.
다음으로 현실적 방안은 구본준 회장이 LG 지분 일부를 장내 매각하는 것이다. LG그룹 지배구조상 구광모 회장이 구본준 회장의 LG 지분 전량을 확보해야 할 이유도 현재로선 없다. 기관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할 경우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그리 크지 않다.
LG그룹이 구본준 회장의 LG 잔여 지분을 자사주로 사들이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이 경우 장점은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만으로도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차후에 자사주를 소각해 주당 가치를 높여 추가적으로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칠 수도 있다.
재계는 공정위가 공시대상 기업집단을 지정하는 내년 5월까지 LG그룹과 LX그룹의 지분 정리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9월 8일 권영수 (주)LG 부회장은 LX 인적분할을 통해 보유하게 된 LX홀딩스 주식 6630주를 전량 장내 매도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두 그룹 간 지분 정리가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권 부회장은 (주)LG 대표이사이자 주요 핵심 계열사인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 4개사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권 부회장의 주식 매각이 상징성을 띠는 이유다.
양사의 지분 정리는 향후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LG는 상반기 2조 원가량 순이익을 올렸고, 하반기 실적 모멘텀도 양호하다”며 “현재 주가는 실질 순자산가치 대비 절반 이상 하락한 상태인데, LX홀딩스와 지분 정리 이슈가 해소되면 어느 정도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