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21 부산국제철도 기술산업전에서 선보인 현대로템 수소전기 트램. [사진 제공 · 현대로템]
먼저 증권가에서 꼽는 1차 수혜 종목은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저감장치나 탄소배출권 판매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다. 탄소배출권이란 말 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 한국은 2015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할당받은 양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 기업은 남는 배출권을 이월하거나 시장에 팔 수 있다. 기준치를 초과한 기업은 배출권을 사야 한다. 특히 제3차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계획 기간(2021∼2025)부터는 할당량 일부를 돈 주고 사야 하는 유상할당 비중이 기존 3%에서 10%로 확대된다.
참여 기업도 62개 업종 589개 업체에서 69개 업종 685개 업체로 늘어난다. 탄소배출권을 판매하는 회사의 수익 증대가 기대되는 이유다. 휴켐스, 한솔홈데코, KC코트렐, 에코프로에이치엔, 후성 등이 주목할 기업 리스트에 올랐다.
이 중 태광실업 화학계열사 휴켐스는 연간 160만t 수준의 탄소배출권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단일 기업으론 최대 수준이다. 원래 질산과 DNT(Di-Nitro Toluene: 폴리우레탄 기초 원료) 판매가 주 수입원이지만 희질산(물에 희석한 질산) 공장에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시설을 설치해 배출권을 확보했다. 지난해 탄소배출권 관련 영업이익은 374억 원이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연합(EU)에서 핏 포 55(Fit for 55)를 발표하는 등 탄소 저감을 위한 주요국의 친환경정책이 타이트하게 진행되는 만큼 하반기 실질 탄소 가격 및 배출권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며 휴켐스 하반기 실적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휴켐스와 함께 대장주 격인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온실가스 및 유해가스 저감장치, 대기환경 플랜트 제조사업을 한다.
5월 28일 상장 후 상한가를 3번이나 찍었다. 주당 3주를 배정한 무상증자가 단기 급등의 직접적 원인이긴 하지만, 매출의 100%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 있는 만큼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평가다.
[자료 | 2050 탄소중립위원회]
신재생에너지· CCUS·그린수소 주목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발표 후 증권사마다 내놓은 정책 분석 및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1차 수혜 종목 이외에 좀 더 포괄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그린수소 등도 후광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측된다. 박기현,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투자 아이디어의 보고(寶庫)’라는 보고서에서 “이번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전환(발전) 분야”라며 “향후 30년간 국내 신재생에너지산업은 현재 대비 20배가량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수송 전기·수소차 보급률을 76~97%까지 확대하고, 철도 차량 전량을 전기·수소 차량으로 교체함에 따라 새로운 투자 수요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대중교통 탈탄소화의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회사로는 수소전기 트램을 개발 중인 현대로템과 수소 및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가 가시화되는 조선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가 거론된다.해외로 눈을 돌릴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주식팀장은 “EU의 탄소국경조정세(CBAM) 시행은 주요국 정부의 공격적 탄소중립정책 시행과 기업 의사결정의 속도를 내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라면서 “더 나아가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이자 세계 최대 수소 생산국인 중국의 수소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주식팀은 초기 발전 단계에선 밸류체인 대표주인 중국석유화학과 미금에너지, 중장기적 관점에선 수전해를 통한 그린수소 생산사업에 진출한 바오펑에너지에 주목했다.
‘탄소세’ 정책 리스크가 변수
하반기에도 탄소중립 관련 정책이 다수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투자 목적에 따라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탄소중립 관련주는 가치주이자 테마주이기도 한 복합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업계에서 직접 수혜주로 점친 탄소배출권 판매 기업만 해도 변수가 존재한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2020년(KAU20)과 2021년(KAU21) 탄소배출권 가격 모두 최근에 상승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거래제 시장을 통한 팔기보다 할당량을 이월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탄소중립을 위해 기업들이 얼마만큼 속도를 낼지는 정부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8월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탄소중립기본법)을 통과시켰다. 그러자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이 일제히 유감을 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게 한 것은 제조업 중심의 우리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국민 경제에 지나친 부담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며 “우리 경제 여건에 맞게 합리적으로 수립될 수 있도록 향후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탄소중립기본법을 신중하게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탄소금융협회 이사를 맡고 있는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탄소중립주라는 게 탄소중립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회사를 말하는데, 누군가 돈을 써야 그 업체들이 수익을 낸다. 하지만 돈을 쓰는 처지인 대기업들은 RE100(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이미지 제고뿐으로, 이익 면에서는 오히려 손해”라고 밝혔다.
이어 홍 교수는 “탄소중립 관련 입법 후 정부가 해당 기업을 지원하고, 기업 역시 탄소중립 로드맵을 제대로 지킨다면 투자자들도 수익이 나겠지만, 이러한 추가 조치가 없다면 지금의 탄소중립주 가격은 ‘버블’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환경 이슈는 사이클을 탄다. 향후 1~2년은 현 기조가 유지되겠지만 정책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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