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교육을 위한 새로운 흐름’ 이케다 다이사쿠·짐 개리슨·래리 히크먼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472쪽/ 1만5000원
군부에 저항한 마키구치의 창가정신
군부의 눈 밖에 난 마키구치 회장은 결국 투옥돼 옥사한다. 군부의 잇따른 탄압으로 창가학회는 한때 위축되기도 했으나 결코 사그라지지 않았다. 초대 회장의 뜻을 이은 제자들이 그의 가르침을 끊임없이 전파했기 때문이다. 스승에서 제자로 이어지는 앎의 재창조는 마키구치 회장의 교육철학이기도 하다. 듀이 역시 저서 ‘경험과 자연’에서 “인간은 세대에서 세대로 끝없이 창조 행위를 지속하는 창조자로 만들어졌다. 이는 필시 종(種) 그 자체가 멸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책 ‘인간교육을 위한 새로운 흐름’ 역시 여기에 기반한 산물이다. 책에는 이케다 다이사쿠 국제창가학회(SGI) 회장과 짐 개리슨 존 듀이 협회 회장, 래리 히크먼 서던일리노이대 카본데일캠퍼스 철학 교수의 대담이 담겨 있다. 듀이의 교육철학에 정통한 저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교육의 사명 △대화와 민주주의 △대학의 사명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동양철학과 서양철학, 종교와 과학을 넘나들며 전개되는 교육에 대한 담론은 책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든다. 저자들은 ‘민주주의는 어떻게 달성 가능한가’라는 큰 주제부터 ‘집단따돌림 문제에 대처하는 올바른 방식’ 같은 구체적인 내용까지 폭넓게 다룬다.
교육 하면 ‘경쟁’을 떠올리는 이도 적잖다. 유년 시절부터 치열한 입시 경쟁을 겪다 보니 교육이라는 단어만 보면 자동으로 몸서리가 쳐지는 사람도 있을 테다. 매일같이 언론 보도를 장식하는 각종 ‘입시 비리’도 교육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강화한다.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정반대다. 저자들은 참된 배움이란 “각자의 개성을 자기답게 힘껏 꽃피우는 것”이라며 “각자의 과제에 대한 각자의 승리”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강변한다. 배움이란 곧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얘기다.
자연스레 상대방은 ‘경쟁 대상’에서 ‘배움의 대상’으로 다시 정의된다. 타인을 통한 배움은 대화를 통해 이뤄진다. 저자들은 “다양한 사람의 도움을 받아들이는 것은 창조적이고 다원적인 민주주의의 지혜이고, 우리 ‘눈앞에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며 “창조적인 대화는 헤아릴 수 없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듀이의 말마따나 민주주의는 대화에서 시작된다.
장벽 없는 교류 배움에 도움 돼
미국 교육철학자 존 듀이. [사진 제공 · 매일경제신문사]
다양한 사람과 교류는 민주주의의 적에 대항하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듀이는 한 강연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힘겨운 적과 맞서 싸워 이기려면 한 사람 한 사람이 확고한 인격의 자세를 창조해야 한다. 외적 수단을 통해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듀이는 강력한 무기보다 개개인의 신념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19세기에 태어난 사상가이지만, 듀이의 생각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교육을 업으로 하는 사람, 자녀 교육에 고민이 깊은 사람, 일상이 정체됐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자신만의 가치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배움을 향한 끝없는 여정에 듀이와 마키구치가 따뜻한 동행자가 돼줄 것이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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