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운동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발생한 폭락장에 외국인과 기관이 쏟아낸 코스피 우량주 매도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이 공격적인 매수세로 받아낸 상황에서 나온 신조어다. 온라인상에서는 동학개미운동을 1894년 반봉건·반침략을 목표로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에 빗대어 ‘대한민국 건국 101년(2020)에 개인투자자가 중심이 돼 일으킨 반기관·반외인 운동’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말은 처음에는 외국인과 기관이 쏟아내는 매도 물량을 힘겹게 받아내는 개인투자자의 모습을 자조하면서도 응원하며 탄생했다.
이후 증시 반등에 성공하면서 동학개미운동은 한국 증시의 체질을 바꾼 원동력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외국인과 기관에 당하기만 한다는 개인투자자에 대한 고정관념도 사라졌다. 지난해 4월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면서 개인의 누적 순매수 규모가 22조 원에 이를 정도로 증가했다”며 “우리 기업에 대한 애정과 주식시장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투자자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8월 23일 기준 개인이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금액인 신용융자 잔고가 25조676억 원에 이르렀다. [뉴시스]
회전율 5200%면 내야 하는 세금과 수수료만 13.52%
문제는 동학개미운동이 우량주 저가 매수로만 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3월에는 삼성전자 등 대형주 매수 중심이었으나 이후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동학개미들은 주가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곱버스(2배 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 원유 레버리지 ETN(상장지수채권), 테마주 등으로 옮겨 다니면서 레버리지(대출)를 일으키며 위험한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투자자의 일평균 거래 대금은 약 17조3000억 원으로, 증시 전체에서 하루 거래되는 자금인 22조7000억 원의 76.2%를 차지했다. 2019년 대비 288%나 늘어난 셈이다.NH투자증권이 조사한 결과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20대가 개설한 신규 계좌 회전율은 5248%에 달했다. 이들 계좌의 평균 잔액은 약 583만 원인데 빚투(빚내서 투자)와 단타로 11개월 동안 3억 원 이상 주식을 거래했다는 의미다. 신규 30대 고객의 회전율도 4472%나 됐다. 이들 계좌의 평균 잔액은 1512만 원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같은 기간 거래한 주식 대금은 6조7161억 원에 달한다. 평균 3265만 원 잔액을 가진 투자자가 약 3억7400만 원 규모(약 10배)를 거래하는 것이 평균치라는 점을 고려할 때 2030세대의 자금 회전율과 레버리지 규모는 위험 수위라고 볼 수 있다. 실제 빚투 크기를 나타내는 국내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해 3월 말 6조5783억 원에서 올해 8월 기준 25조 원대까지 치솟았다. 저금리와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로 개인투자자들이 단타와 빚투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한국 증시에 ‘동학개미’가 있다면 미국에는 ‘로빈후드’, 일본에는 ‘닌자개미’, 중국에는 ‘청년부추’가 있다. 유럽 국가들도 비슷하다. 문제는 이들이 단타와 빚투가 어떤 문제를 가지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앞서 20대의 계좌 회전율이 5248%라고 언급했다. 회전율 100%는 투자 금액을 한 차례 전부 매수했다 전부 매도했다는 뜻이다. 주식을 매도할 때는 0.23% 세금이 발생한다. 또한 매수 및 매도 시 각각 매매 수수료(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기준 약 0.015%)를 내야 한다. 즉 회전율 100%에 대한 비용이 0.26% 발생한다는 뜻이다. 회전율이 5200%라면 비용이 13.52% 발생한다. 매매 시 생기는 매매 호가 차이 등을 계산하지 않더라도 회전율만으로 투자금의 13% 넘는 돈이 비용으로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물론 그 이상 수익을 낸다면 문제없겠지만 과연 그게 쉬운 일일까.
투기 아닌 투자 원하면 기대수익률 플러스 값이어야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의 이름을 안 들어본 이는 없을 테다. 세계 5대 부호 순위에 늘 이름을 올리는 버핏의 연평균 수익률은 20% 수준이다. 물론 그는 40년 넘는 투자 기간에 연평균으로 그런 수익을 냈기에 세계적인 부자가 됐다. 개인투자자가 버핏과 같은 수익을 낸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 그게 가능하다면 모두 큰 부자가 됐을 테니 말이다.우선 약 13% 비용을 넘어서야 수익이 발생한다. 거기에 물가상승률(약 1%)만큼 더 수익을 내야 실질가치가 보존된다. 6%짜리 대출을 받았다면 대출금리보다 수익이 더 높아야 한다. 이를 모두 합하면 20%(=13%+1%+6%) 수익을 내야 본전이 된다. 단타와 빚투의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버핏만큼 20% 수익을 낸다고 해도 남는 게 없는 장사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그 이상 수익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그럴 수 있을까. 우리 돈으로 70조 원 넘는 재산을 가진 버핏의 사진을 보면서 가슴에 손을 얹고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로또 복권의 한 주 판매량은 약 500억 원, 하지만 1등부터 모든 등수에 당첨돼도 당첨금은 300억 원에 불과하다. [GETTYIMAGES]
김성일은… 홍익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국책은행에서 IT(정보기술)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은행원이 아닌 두 아이를 둔 가장으로서, 평범한 월급쟁이로서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까’ 고민한 끝에 자산배분이 정답이라고 결론 내렸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금융전문가 과정을 수료하고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금융공학 MBA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마법의 돈 굴리기’ ‘마법의 연금 굴리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