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5월 19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 앞에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지역 구도가 크게 완화된 선거는 2016년 총선이었다. 당초 예상을 깨고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제1당에 올랐다. 당시 민주당은 안방이던 호남을 거의 통째로 내주고 말았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도 지역에 균열이 생기면서 영남에서 10석 이상을 민주당과 무소속에 빼앗겼다. 국민의당은 38석을 획득해 3김(金) 이후 최초로 제3당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다. 그해 총선은 세대가 전면에 등장한 첫 선거였다.
지지율 정체, 20대에선 되레 뒷걸음도
2017년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40대 이하 세대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는 60대 이상에서 앞섰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50대에서 선전했다.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50대 이하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60대 이상에서 지지를 획득했다. 이제 정당은 지역 대신 세대를 지지기반으로 재편되고 있다.국민의힘 지지율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10월 통합’에서 18%를 나타냈다. 이는 올해 4월 총선은 물론, 1년 6개월 이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총선 패배 후 진통 끝에 6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출범했다. 김 비대위 체제는 잇따른 진보 이슈 제기, 호남 공들이기 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여권 인사들의 각종 의혹과 부동산 정책 혼란 등 숱한 정부 여당 실책의 반사효과 소재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약세를 김종인 비대위 체제와 거리두기 등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60대 이상이 국민의힘 지지로 돌아서도 전체 결과를 바꾸기 힘든 형국이다. 60대 이상 유권자 비중은 27%를 조금 상회한다. 어느새 내년 재보궐선거는 5개월, 그 이듬해 대선은 1년 4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국민의힘은 지지율 조사에서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진보 이슈에도 감정공동체 요지부동
2002년 반미, 2004년 탄핵 반대, 2008년 광우병 사태, 2016년 국정농단 등 네 번의 촛불집회.(왼쪽부터) [동아db]
세대는 동년배(코호트·cohort) 집단으로 불린다.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다. 또 특정 역사적 환경 아래에서 기억과 경험을 공유한다. 따라서 세대는 감정공동체 성격을 갖는다. 40대는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견고한 지지층이다. 이들의 주류는 1970년대 후반 태어났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정부에서 민주주의를 만끽했다. 민주화 수혜 세대라 볼 수 있다.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육에도 익숙한 이들은 뒤이어 들어선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경험하면서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 대한 반감을 공유하기도 했다.
1980년대 태어난 30대도 비슷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40대처럼 진보 성향이 강화된 세대라고 볼 수 있다. 30, 40대는 2002년 반미, 2004년 탄핵 반대, 2008년 광우병 사태, 2016년 국정농단 등 4번의 촛불집회를 뉴스나 현장에서 목격하고, 40대 중후반 세대는 적극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민주당 계열 정당에는 정서적 유대를 형성했지만 국민의힘 계열 정당과는 더욱 멀어졌다. 20대와 30대 초반은 상대적으로 진영과 이념에서 자유롭다. 다만 60대 이상보다 30, 40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젊은 세대에서 국민의힘 지지율 반등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총선부터 올해 총선까지 4번의 선거에서 모두 패배한 국민의힘이 과거와 단절, 새로운 미래 비전, 수권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면 감정공동체인 젊은 세대가 움직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 2040세대에 다가가지 못하는 ‘닥치고 반문(반문재인)’ 구호와 반사효과의 기대감은 자칫 반감 정서만 고착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