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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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도 48% 성장한 비결? 그린 기술개발에 집중한 결과죠”

K-뷰티 키우는 대봉엘에스 박진오 대표 인터뷰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20-08-18 16: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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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례 없는 감염병 대유행으로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3.3%를 기록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기업의 시름이 점점 깊어가는 요즘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기업이 역성장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화장품 소재 및 원료의약품 전문기업 대봉엘에스는 올 상반기 매출액(412억 원)과 영업이익(58억 원)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48% 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오히려 기회가 된 이유는 뭘까. 박진오 대봉엘에스 대표이사는 “끊임없는 기술 투자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자적 제조 기술, 국내외 기술 이전 추진

    박진오 대봉엘에스 대표이사. [조영철 기자]

    박진오 대봉엘에스 대표이사. [조영철 기자]

    - 코로나19 사태에도 성장하는 비결이 뭔가. 

    “그동안 연구개발(R&D) 등 기술 투자에 적극 나서 글로벌시장에서 통하는 신제품을 개발해온 것이 성장동력이 됐다. 의약품 분야에서는 독자적인 그린 바이오 기술로 신규 혈압 약물, 당뇨·비만 치료 및 항진균 원료 개발에 성공했다. 화장품 분야에서는 순수 식물수 등 40개 이상의 천연·유기농 원료가 유럽 유기농 화장품 원료(COSMOS Certified) 인증을 획득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우리 제품을 찾는 국내외 제약사, 화장품 회사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오히려 늘어났다. 코로나19로 차질이 생긴 글로벌 물류 시스템이 정상화하면 매출이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봉엘에스는 서울대 제약학과를 졸업한 박종호 회장이 1986년 창업한 회사다. 화장품 소재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다 1990년대 들어 의약품 원료 개발로 사업을 확장했다. 박 회장의 아들 박진오 대표가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한 뒤 2001년 합류하면서 화장품 산업과 제약 산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보기 드문 기업으로 본격 성장했다. 2005년에는 코스닥에도 상장됐다. 

    화장품과 의약품은 둘 다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부분이지만, 사업 대상으로서는 특성이 다를 것 같다. 

    “원료의약품과 화장품은 인체에 적용된다는 점이 공통되고 기초 연구도 유사하다. 하지만 그 외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화장품은 몇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원료를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의약품은 모든 원료를 하나씩, 그리고 국가별로 허가를 받아야 해 두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대봉엘에스에서는 두 사업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약물 전달 기술을 화장품 소재에 응용해 피부 흡수가 더 잘 되도록 하는 융합기술을 개발해냈다. 또 의약품은 안전성이 핵심인데, 이를 화장품에도 적용해 안전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의약품과 화장품 원료는 가짓수가 무궁무진할 정도다. 화장품 성분사전에 등록된 것만 해도 1만 개가 넘는다. 한 기업이 이 모두를 잘할 수 없는 노릇. 이에 대봉엘에스가 주력하는 분야는 만성질환 치료 약물과 클린 뷰티(Clean Beauty) 화장품이다. 박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후에도 개인 건강과 위생, 안전이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돼 이들 제품의 성장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 원료의약품 전략을 설명해달라. 

    “대봉엘에스는 10여 년 전 고혈압 치료제(Olmesartan Medoxomil, Losartan potassium, Amlodipine besylate 등)를 개발해 현재까지도 매우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곧 특허가 만료되는 아질사르탄메독소밀(Azilsartan medoxomil) 등 다른 약물도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해 고혈압 치료제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미세먼지 등 환경 악화로 인한 호흡기 질환에 사용하는 거담진해제 원료도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만성질환인 당뇨와 비만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특히 최근 당뇨 및 비만 치료제 리라글루티드(Liraglutide)를 새로운 방법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또 조갑진균증 치료제(손발톱무좀 치료제) 원료인 에피나코나졸(Efinaconazole)을 자체 합성 기술로 개발했는데, 원개발사가 개발하지 못한 경구(Oral) 제재로 개발해냈다. 이처럼 독자적인 제조 기술로 개발한 결과물들을 국내외시장에서 기술 이전할 계획이다.”

    활발한 특허 출원, 지식재산경영 기업으로 도약

    - 화장품 산업에서 클린 뷰티가 주요 화두다. 

    “코로나19 사태로 환경을 해치면 우리 삶이 안전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대됐다. 클린 뷰티는 앞으로 더욱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국내외 고객사들로부터 클린 뷰티 제품을 위한 원료를 제안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앞으로 대봉엘에스는 유자씨, 당근잎 같은 버려진 부산물에서 식물오일을 뽑아내 바이오 컨버전 기술을 적용, 피부 사용감이 가볍고 보습 기능도 있는 천연 에몰리언트(Emollient·피부에 유분을 공급해 수분 증발을 방지하는 물질) 소재를 개발해나갈 계획이다. 최근에는 당근잎에서 탈모 방지 효과가 있는 소재를 발견해 특허 출원을 완료하기도 했다.” 

    실제 대봉엘에스는 천연·유기농 화장품 원료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95% 이상 비건(vegan) 인증을 받은 원료를 40개 이상 확보하며 화장품 소재 글로벌 1위 기업인 바스프(BASF)의 핵심 파트너로 국내시장에서 글로벌 클린 원료를 150여 개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박 대표는 “최근 홈쇼핑에서 완판되는 등 장안의 화제로 떠오른 로즈메리 추출물 에센스가 있는데, 우리 원료로 만든 제품”이라고 귀띔했다. 

    화장품 천연오일 소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생물자원을 활용해 생기는 이익을 공유하도록 한 ‘나고야 의정서’에 참여한다. 이에 대봉엘에스의 천연 식물성 오일 개발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박 대표는 “맑은 스킨을 제외하고는 모든 제품에 오일이 사용된다. 국산 천연오일 소재가 보급되면 화장품 회사의 수익성이 개선될 뿐 아니라, 차별화된 소재로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간 R&D에 들이는 비용이 매출액 대비 5%로 높은 수준이다. 

    “업계 평균이 2%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대봉엘에스가 R&D에 들이는 노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원료의약품 사업은 중국, 인도의 저가 제품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결국 차별화된 기술을 확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지난해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9년 특허 출원 건수가 2015년 대비 5배 증가했고, 특허권 등록 수도 2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자체 개발한 기술과 소재를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특허 출원을 하면서 글로벌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가고 있다.” 

    - 자회사 ‘P&K피부임상연구센타’(이하 P&K)를 국내 1위 피부인체 적용시험 전문기관으로 키워 9월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P&K가 화장품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LED(발광다이오드) 마스크 등 헬스케어 제품, 항균 등 생활용품에 대한 신뢰 높은 인체 적용시험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 의사 출신인 내가 의과대학과 협력해 세웠기 때문에 인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이 P&K만의 강점이다. R&D에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며, 언택트(비대면)라는 시대적 흐름에 적합한 사업이라 앞으로도 성장이 기대된다.”

    “존경받는 100년 기업 되겠다”

    대봉엘에스는 매출액의 5%를 연구개발(R&D)에 투입하고 있다. [대봉엘에스 제공]

    대봉엘에스는 매출액의 5%를 연구개발(R&D)에 투입하고 있다. [대봉엘에스 제공]

    -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아니라, 화장품 소재와 의약품 원료를 개발·보급하는 ‘의사 사업가’의 인생을 택했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함으로써 마이너스(-)를 0으로 만드는 사람이라면, 사업가는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0을 플러스(+)로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의과대학 재학 시절부터 기초과학과 의료인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이 많았다. 졸업 당시 의과대학 동기들이 내 선택에 대해 의아해했는데, 지금은 많이들 부러워한다.(웃음)” 

    -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봉엘에스의 포부는. 

    “P&K의 기업공개가 대봉그룹(대봉엘에스, P&K, 대봉LF, 유씨엘)의 더 큰 성장과 발전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존경받는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천연·바이오 분야의 신소재는 물론 화장품, 식품, 의료기기 제품의 효능 및 안전 관련 R&D에 더욱 집중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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