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제1포병여단은 개성공단 일대를 강철비로 뒤덮고도 남을 만한 엄청난 화력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군 포병의 훈련 모습.
공직자 담화라고는 믿기 어려운 막말들
표면적으로 이 같은 군사 조치들은 최근 탈북단체가 북한으로 날린 대북전단이 발단이 됐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6월 4일 담화에서 전단을 살포한 탈북민들을 향해 ‘들짐승보다 못한 인간 추물’ ‘사람값도 들지 못하는 쓰레기’ 등 정상적인 국가의 공직자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막말을 쏟아냈다. 김여정은 이어 “나는 원래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그것을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면서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못한 우리 정부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이것을 신호탄으로 북한 매체들이 우리 정부를 향해 무차별 말폭탄을 쏟아내더니, 급기야 군까지 움직이기 시작했다.그러나 북한군의 이러한 움직임은 6월 4일 김여정의 분노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5월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진작에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이 마치 군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김정은이 손을 썼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5월 24일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단, 비무장지대 내 GP(감시초소) 병력 배치와 관련된 내용을 군에 지시했고, 군에서는 무력 최고 사령관의 지시 사항을 관철하고자 내부 검토에 들어갔는데, 이때 이미 어떤 부대를 어떻게 배치할지 윤곽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금강산관광지구에서는 실제 병력과 장비의 이동도 포착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금강산에 육군과 해군 부대를, 개성공단에 육군 부대를 배치할 예정이며, 기존에 해당 지역을 관할하던 부대를 지정해 배치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관광지구.
금강산에는 제2보병사단 예하 포병부대도 배치된다고 한다. 제2보병사단은 6·25 전쟁 당시 약 1만1000명 병력을 앞세워 강원 춘천 방면으로 쳐들어왔다 우리 청성부대에게 박살이 났던 부대다. 이후 1951년 9월 강원 양구에서 벌어진 1211고지 전투에서 공훈을 세웠다는 이유로 김일성의 수하 중 한 명인 강건의 이름을 따 ‘근위 강건 제2보병사단’이라는 칭호를 받았으며, 현재는 최동부 지역인 고성군 일대를 담당하는 전연사단이다.
한국군 화력의 제물이 될 뿐
북한군 전연사단에는 예하 보병연대에 각각 7문씩 도합 21문의 63식 107mm 12연장 방사포가 편제된다. 이 방사포는 보병부대에 대한 화력지원은 물론, 유사시 적 상륙부대를 상대로 한 화력 투사용으로도 활용되는데, 유효 사거리가 8.5km 수준에 불과해 금강산에 배치되더라도 우리 군에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북한은 연대급 지원 화기인 107mm 방사포 대신, 군단 방사포여단의 편제 화기이지만 전시에 복종변경(배속) 형태로 지원받는 122mm 방사포를 제2보병사단 포병부대에 주고 이를 금강산관광지구 일대에 전진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북한군에서 운용하는 122mm 방사포는 형태가 매우 다양하지만, BM-21을 기반으로 제작한 기본형은 20km급 사거리를, 로켓을 길게 연장해 제작한 사거리 연장형은 최대 40km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이 정도 사거리라면 금강산관광지구에서 발사할 경우 군사분계선 이남 고성군 일대에 주둔하는 우리 군 제22보병사단 섹터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그러나 금강산관광지구 일대는 제22사단 포병연대가 무려 72문을 보유한 K-55A1 자주포의 사정권이고, 이를 지원하는 제12포병단 K-9 자주포와 다련장로켓으로도 타격이 가능한 곳이다. 인근 해상의 제1함대 소속 호위함에서도 전술함대지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으며, 후방 구축함에서도 함대지순항미사일로 타격이 가능한 지역이다.
우리 해군 호위함에 탑재되는 전술함대지미사일은 사거리 250km급에 확산탄두를 가진 가공할 무기로, 단 1~2발만으로도 장전항과 해금강호텔 주변의 북한군 부대를 가루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북한이 금강산 일대에 부대를 배치한다 해도 한국군에는 별 위협이 되지 못하며, 오히려 한국군 화력의 제물이 될 뿐이다.
개성공단 전경.
개성공단에 배치된다는 포병부대는 제2군단 예하 화력구분대로 알려졌다. 제2군단에는 2개의 여단급 포병부대가 있는데, 1개 여단은 방사포 4개 대대로 구성된 방사포여단이고, 1개 여단은 자행포(자주곡사포) 4개 대대로 구성된 자행포 여단이다. 북한은 이 가운데 신형 방사포를 장비한 방사포여단 예하 1개 구분대, 즉 대대급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의 방사포를 개성에 밀어 넣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전력들이 남한에는 얼마나 큰 위협이 될까.
인터넷신문 ‘데일리NK’는 6월 19일 북한군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2명의 고위 장교가 상부 지시에 불복종해 철칙(보직해임)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북한이 개성공단에 투입하기로 한 제2군단 예하 포병 구분대 지휘관인 대좌와 참모장인 상좌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포병부대는 적을 타격한 뒤 공격 위치를 변경하거나 은폐하기 위한 방어 시설이 필요한데, 개성의 경우 지형적 특성상 산과 언덕이 없어 갱도나 참호를 만들기 어렵다“며 ”포문을 열기 위해 준비 동작만 취해도 적들이 선제공격을 해올 텐데, 최근 새로 배치된 신형 방사포를 끌고 개활 지대에 나간다는 것은 전략상으로는 자멸의 길“이라고 상부에 보고했다 즉시 해임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의 주장은 맞는 말이다. 북한이 신형 방사포를 개성에 배치하면 긴장 조성의 효과는 있겠지만, 전술적으로는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한다. 해임된 북한군 지휘관의 주장대로 개성공단은 남측 감시초소에서 훤히 다 보이는 개활지다. 이들이 방사포 사격을 위해 유압식 지지대를 켜고 발사대를 움직이면 한국군이 이를 즉각 식별할 것이다. 개성에서 발사된 방사포는 서울 타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즉시 예방적 선제타격 대상이 될 테고, 이 방사포는 불을 뿜어내는 그 순간 날아온 한국군 포탄에 의해 박살날 것이다.
K-9 자주포와 천무 다련장.
일각에서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요새화해 유사시 한국군 역습 부대의 북진을 막는 거점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우리 군 역시 이를 잘 알고 있고 오래전부터 대비 계획을 수립해놓은 상태다. 개성공단 동쪽에는 평야지대가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 지역을 요새화하고 농성할 경우 공단 외곽 건물에 대전차 화기를 설치해 평야지대를 통과하는 우리 군 전차나 장갑차를 공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평야지대를 관측할 수 있는 건물은 몇 개 안 되며, 공격 준비 사격을 통해 충분히 초토화할 수 있다. 그래도 찜찜하다면 연막을 펴고 빠르게 통과하면 그만이다. 개성공단은 말 그대로 공단 지역으로 큰 건물이 많다. 작은 호실 하나하나가 밀집해 있는 집합건물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파괴나 제압이 용이한 반면, 매복과 시가전 유도는 대단히 어렵다. 북한군 포병 지휘관들이 개성공단에 부대 배치를 반대한 이유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단에 군사력을 배치한 것은 한때 남북 화해의 상징처럼 인식되던 ‘기념물’을 훼손하고 긴장감을 높여 한국을 길들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군사적·전술적으로 우리에게 거의 위협이 되지 않으며, 우리 군은 이를 손쉽게 제압 가능한 충분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오랫동안 한국을 위협해 원하는 것을 얻어 왔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의 이러한 위협을 분쇄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갖고 있고, 이제는 그 힘을 사용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때다. 평화는 힘을 갖고 그것을 지키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줄 때만 누릴 수 있다. 지금은 듣기에 아름다운 평화나 대화 같은 추상적인 말보다 진짜 평화를 향한 우리 의지를 힘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