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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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중학생’ 이동 보면 미래 집값 보인다 [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35~39세 순유입하는 도시가 장기 경쟁력 있어

  • 하우스노미스트 johns15@hanmail.net

    입력2020-05-06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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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책가방 멘 학생들이 거닐고 있다. [동아DB]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책가방 멘 학생들이 거닐고 있다. [동아DB]

    ‘코로나 뉴노멀’, ‘뉴노멀2.0’, ‘넥스트 노멀’….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질서를 예측하며 ‘뉴노멀’이란 단어를 끌어다 쓰고 있다. 뉴노멀은 IT 버블, 2008년 금융위기 같이 예상치 못한 거대한 충격 이후 굳어진 ‘저성장 시대’를 가리키는 단어다. 뉴노멀이 거론될 때마다 인류는 회색빛 미래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예상 가능한’ 충격이 뉴노멀을 예고한다. 고령화, 저출산으로 대표되는 인구 충격이다. 문제는 급감하는 출산율 덕분에 인구 정점이 통계청 예측보다 훨씬 앞당겨지며, 인구 감소의 기울기도 더욱 가파를 것이란 점이다.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미래에 주택시장 수요를 창출하는 ‘결혼하고 출산하는’ 인구가 희소해진다는 얘기다. 

    미래의 승자도시와 패자도시는 주택 공급이 아닌 수요, 특히 결혼하고 출산하는 인구의 이동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수십 년에 걸친 인구이동 빅데이터는 인구를 끌어당기는 도시의 특징, 그리고 집값에 대한 상식을 뒤엎는 통찰을 담고 있다. 예정된 뉴노멀이라지만, 인구이동과 집값의 패턴을 꿰뚫는다면 평탄한 흐름 속에 숨겨진 상승 지역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중산층 세습’으로 인구이동 줄어들어

    통계청이 밝힌 2019년 인구이동률은 13.8%. 인구 100명당 약 14명이 살던 동네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는 뜻이다. 1975년의 인구이동률 26%와 비교하면 지난 45년간 인구이동이 절반으로 감소했다. 

    어느 도시에 이사 오는 사람과 타지로 떠나는 사람이 꾸준히 감소한다면, 그 도시의 집값은 오르고 내리는 폭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만약 인구이동률이 0%, 즉 아무도 이사 가지도 오지도 않는다면 집값변동률 역시 0%에 수렴한다. 지역 부동산의 장기 변동성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투기 수요가 아닌 ‘실수요 거래’인데, 인구이동 통계는 ‘실수요 거래’의 적나라한 흔적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아파트 매매거래량 통계는 해당 거래가 실수요 거래인지, 투자 거래인지 구분하지 않는다. 하지만 통계청이 조사하는 인구이동 통계는 ‘읍면동 경계를 넘어 거주지를 변경한 경우’를 따진 것이다. 주거지 이동 데이터로서 실수요 거래의 단서가 되기 충분하다. 



    ‘그래프1’에서 볼 수 있듯 2010년 이후 전국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연간 10%를 넘지 못했다. 최근 5년간 최고 상승률은 2015년의 5%인데, 이는 1990년대 최고치(32%), 2000년대 초반 최고치(22%)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10년 이후 집값의 저성장은 이때부터 굳어진 13~15%의 저조한 인구이동률 때문으로 보인다. ‘이동활력 감소→집값 상승 한계’라는 뉴노멀 방정식이 작동한 것이다. 

    왜 사람들은 타지로 이사 나가지 않을까. 물론 인구이동의 주축연령인 20~30대 인구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세습중산층 사회’의 저자 조귀동 씨가 지적하듯 2010년부터 부모의 부와 학력, 심지어 일자리까지 물려받은 밀레니얼 세대가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좋은 학벌, 좋은 직장을 향한 기회의 문이 닫혀버린 까닭에 2010년 이후의 청년 세대는 굳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세습 양극화는 앞으로도 극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결국 인구이동 정체는 2020년대에도 꾸준하게 집값 상승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집값은 인구유출에도 꿈쩍 안 해

    ‘인구가 유출되는 도시는 집값이 하락할 것이다’라는 명제는 대도시 집값을 예측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고정관념이다. 지난 30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인구유출을 겪어온 서울과 부산의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생각해보라. 반면 서울과 인접해있는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에 인접한 위성도시, 그리고 인구소멸의 위협을 느끼는 지방 소도시는 인구가 유입될수록 집값이 상승한다. 

    서울과 5대 광역시, 그리고 수도권 및 기타 지방도시에서 인구이동과 집값의 상관성이 반대로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인구밀도 때문이다. 서울 인구밀도는 전국 평균의 30배, 부산은 8배이지만 경기도는 2배에 그친다. 광역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방도시의 인구밀도는 전국 평균에 미치는 않는 곳이 태반이다.
     
    워낙 많은 인구가 좁은 곳에 몰려 사는 ‘인구부자’ 도시는 인구 감소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격이 폭등할 때마다 집값에 밀려 인구가 쫓겨나는 순유출이 반복된다. 따라서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은 잠잠하던 인구 유출이 급증할 때가 집값 상승의 시작점이며, 대규모 엑소더스가 마무리 되어갈 때 집값이 조정 국면으로 전환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반면 인구밀도가 서울보다 낮고 지리적 위계상 서울의 인구를 받아내는 경기도는 순유입이 급증할 때 집값 상승이 시작된다. 서울과 경기도의 인구이동-집값 패턴은 부산과 그 위성도시 양산, 대구와 그 위성도시 경산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그래프2 참조).

    다만 인구이동이 주는 집값 시그널을 정확하게 해석하려면 35~39세 인구이동에 집중해야 한다. 이들은 주택 구매의 ‘진입 연령’인 동시에 자산 수준이 높은 40대에 비해 집값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이 세대의 인구이동률은 시장 시그널을 빠르게 반영한다(그래프3 참조).

    실제 서울의 35~39세 인구유출 현황은 집값의 변곡점을 정확히 짚어주고 있다. 서울이 대세 상승으로 접어든 2015년, 35~39세 순유출률은 –2% 초반에서 –2.9%로 급증했다. 조정 국면을 눈앞에 둔 2019년에는 순유출률이 –2.2%로 급감하며 시장 둔화의 서막을 알렸다.

    2020년 현재, 하락하는 서울집값과 반대로 수원·용인 집값은 상승폭을 키워가고 있는데, 이 또한 35~39세의 순유입이 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그래프4 참조). 올해 초 수원 영통구, 용인 수지구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에서 30대가 40대를 따라잡았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 평균연령이 39~42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30대 후반 주택 구매가 초강세를 보이며 30대가 40대를 앞질렀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세습 중산층’ 트렌드가 강화돼 도시별 집값 격차가 굳어진다면 35~39세는 첫 주택을 구입한 지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다음 번, 그리고 미래의 매수 주택을 찾을 것이다. 즉, 세습 트렌드가 강화될수록 집값의 미래는 35~39세의 인구이동 경로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마용성과 화성·하남·김포 기대할 만

    결혼해도 자녀를 출산하지 않는 가구가 늘고 있다. 35~39세 인구이동이 집값 흐름에서 중요 변수이긴 하지만, ‘결혼=출산’ 방정식이 희석되면서 미래학군 예측에 35~39세 인구만 보는 것은 부족한 감이 있다. 

    학군을 따질 때는 보통 해당 지역 중학교의 특목고 진학률이나 학업성취도를 따진다. 즉, ‘좋은 중학교’가 있는 곳이 학군 좋은 곳이다. 만일 어느 지역에 우수 중학교가 늘어나 학군이 좋아진다면, 10~14세 인구의 순유입이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미래 학군을 가늠해보려면 10~14세 인구의 순유입 양상을 살펴보면 된다. 순유출이 뉴노멀이 된 서울이지만, 강남구의 10~14세 순유입은 지난 24년간 지속돼왔다. 

    최근 서울 부동산의 상승장에서 직주근접 트렌드와 맞물려 각광받은 곳이 서울 도심의 ‘마용성’이다. 이 지역의 학군은 어떨까? 서울 도심 학군은 강남·양천·광진에 비해 뒤떨어지지만, 2019년 서대문·용산·마포구의 10~14세 순유출이 감소하며 해당 지역 학군이 개선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그래프5 참조). 사교육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마포구는 지난 6년간 도심 지역 중 가장 높은 보습학원 증가율을 보였으며(267% 증가), 서대문구는 지난 6년간 사교육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54% 증가). 서울의 전통우수학군 중 강남구의 2019년 10~14세 순유입률이 역대급 수준을 기록하며 몇 년째 게걸음하고 있는 양천구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결혼이 곧 출산을 의미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아무래도 35~39세 인구가 급격하게 유입되는 지역은 출산율이 높기 마련이다. 따라서 최근 5년간 35~39세 유입이 크게 증가한 수도권 지역에서는 신흥학군의 탄생을 기대해볼 만하다. 사교육업계 역시 학령인구 감소가 빤히 내다보이는 상황에서 전통우수학군에만 집중할 수 없는 노릇이기에, 미래고객이 집중되는 지역에 신규투자를 해 신흥학군을 만들어낼 것이다.

    대규모 택지 개발로 10~14세 인구유입이 급격히 증가한 경기도에서는 화성(동탄2), 하남(미사강변), 김포(김포한강)가 유망하다(표 참조). 이들 지역은 지리적으로 서울 강남학군과 독립돼 있어 독자적 학군 형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에 속했지만 인천으로부터 독립된 주거 인프라를 보유한 연수구 송도 역시 최근 5년간 10~14세 순유입 인구가 인천 서구과 큰 격차를 보이며 ‘넘사벽’ 학군의 위상을 굳혀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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