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빌리 아일리시는 지난 1월 구찌가 특별 제작한 마스크를 착용하고 그래미 시상식에 참석했다. 3월 3일 파리패션위크의 샤넬 패션쇼에서 화제를 모은 마스크 패션. 마린 세르가 2월 25일 파리패션위크에서 선보인 강렬한 에어필터 패션 마스크. [AP=뉴시스, GettyImages]
구찌와 나이키가 방한용 패션 소품으로 내놓은 복면형 마스크도 올 들어 더욱 인기를 끌었다. 펜디의 로고를 살린 30만원대 면 마스크는 특별한 기능 없이도 ‘완판’을 기록했다. 9만원대인 오프화이트 면 마스크도 마찬가지다. 구찌, 루이비통 같은 럭셔리 브랜드의 로고가 프린트된 천으로 만든 짝퉁 제품도 시중에서 판치고 있다. 낡은 명품 가방을 잘라 수공으로 만든 마스크도 온라인과 SNS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패션업계 전문가들은 “마스크 착용이 지구인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이후 남과 다르게 보이고 싶은 욕망이 반영된 마스크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다 보니 국내 패션업체들도 바이러스, 미세먼지, 자외선 차단 등 기능성을 장착한 패션 마스크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다르게 보이고 싶은 욕망
LF 헤지스 마스크(왼쪽). 아이더 가능성 패션 마스크. [LF, 아이더]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는 자체생산 방식으로 자외선 차단 마스크를 내놨다. 장시간 야외 활동으로 자외선에 노출된 피부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마스크 안쪽에 교체가 용이한 고급 필터가 부착돼 있어 오래 쓸 수 있는 것이 장점. 색상은 블랙과 화이트 2종이며 정가는 장당 2만3000원이다. 골프웨어 브랜드 레노마골프는 자외선과 미세먼지를 동시에 막아주는 필터 교체형 마스크를 선보였다. 마스크 1장과 교체 필터 2개가 포함된 세트의 가격은 4만9000원이다.
지난해 7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마스크 사업에 뛰어든 속옷기업 쌍방울은 KF94 마스크인 ‘미세초’로 외화벌이에 한창이다. 이 마스크는 유해물질을 차단하는 필터를 적용하고 입체적인 모양으로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쌍방울은 중국 길림 연변주정부와 지난 2월 미세초 350만장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3월초 태전그룹 계열사인 오엔케이와도 연말까지 1740만장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를 위해 속옷을 만들던 중국 길림 방직공장과 국내 OEM업체에서 마스크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미세초’ 가격은 장당 1500원이다.
무신사 밸브마스크(왼쪽). 남영비비안 3D 위생 패션 마스크. [무신사, 남영비비안]
패션플랫폼 무신사는 마스크 전문업체와 협업으로 KF94 밸브 마스크(20매 2만9900원)를 선보였다, 무신사닷컴을 통해 판매 중인 이 제품은 입고 전 신청받아 추첨 방식으로 물량을 소진한다. 한번에 10만 명의 신청자가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속옷회사 좋은사람들도 기능성 패션 마스크 출시를 준비 중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패션 소품의 마진이 높고 바이러스 감염, 환경 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기능성 패션 마스크를 찾는 소비자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명품 브랜드는 이윤보다 ‘나눔’에 동참
디올 마스크 생산 현장(왼쪽). 람보르기니 마스크 생산 현장. [디올 공식 인스타그램, 오토모빌리티 람보르기니 제공]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디자이너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자국 내 모든 공장의 설비를 일시 전환해 일회용 의료 가운을 생산했다. 이탈리아의 또 다른 패션 브랜드 프라다는 4월 6일까지 이탈리아 몬테노 공장에서 11만개의 마스크와 8만개의 의료 작업복을 생산했다. 세계적인 명차 브랜드 람보르기니는 일부 자동차 공장을 개조해 하루 1000장의 마스크와 플렉스글라스 보호장구 200개를 생산하고 있다.
불가리가 만든 손소독제(왼쪽). 임페리오 아르마니가 제작한 코로나19 방호복. [불가리 공식 인스타그램, 임페리오 아르마니 공식인스타그램]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방역용품 생산에 힘쓴 해외 유수의 명품업체들은 이를 모두 인근 병원이나 지역사회에 무상으로 기증하고 있다. LVMH가 기부한 마스크는 1000만장이 넘는다. 그 중에서도 구찌의 ‘나눔’ 활동이 눈에 띈다. 구찌는 수술용 마스크 110만개와 의료용 작업복 5만5000개를 토스카나 지역에 기증하는 한편, ‘우리 모두가 함께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통해 100만 유로(한화 약 13억4000만원)을 모아 이탈리아 시민보호청에 기부했다. 구찌 관계자는 “마스크 생산은 한시적 작업일 뿐 비즈니스와 무관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