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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자 김씨의 땅 바로 옆에 송병기 땅 매입

송병기-건설업자는 땅으로 맺어진 이웃?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울산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19-12-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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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기현 측근 비리’ 줄기차게 고발한 건설업자 김씨, 아파트 부지 바로 인근 400평 땅 보유

    • ⦁ 송병기 부시장이 사들인 땅은 김씨 땅에서 도보로 1분 거리

    • ⦁ 송병기는 시세 차익과 청와대 첩보로 ‘이중 이익’ 노렸나

    • ⦁ 아파트 시행사 측 “건설업자 김씨는 아파트 건설 인허가 방해하고 다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부부가 2014년 12월 매입한 울산 북구 신천동 일대 토지. [김우정 기자]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부부가 2014년 12월 매입한 울산 북구 신천동 일대 토지. [김우정 기자]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를 고발했던 울산 건설업자 김모 씨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매입한 땅 바로 옆에 토지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주간동아’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이 공통의 이해관계를 바탕에 두고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정보를 청와대나 수사기관에 제공했을 개연성이 제기됐다. 두 사람의 땅이 결국 하명수사의 근거지가 됐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의 시발이 된 인물은 김씨와 송 부시장이지만 두 사람의 구체적인 이해관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드러난 바 없었다.

    송병기 땅 2배 올라

    송병기 부시장 부부가 매입한 토지의 50m 거리에 2018년 6월 준공된 ‘신천효성해링턴플레이스’ 아파트 단지가 있다. [김우정 기자]

    송병기 부시장 부부가 매입한 토지의 50m 거리에 2018년 6월 준공된 ‘신천효성해링턴플레이스’ 아파트 단지가 있다. [김우정 기자]

    김씨는 2016년 하반기부터 김 전 시장의 비리를 수사기관에 줄기차게 고발해온 당사자고, 송 부시장은 청와대에 김기현 비리를 최초로 제보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송 부시장에 대해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관련 첩보에는 울산 북구 신천동의 ‘신천효성해링턴플레이스’가 등장한다. 건설업자 김씨는 이 아파트 단지 건설 사업을 도와달라며 김 전 시장의 동생과 30억 원짜리 계약을 맺은 사실을 최근 3~4년간 검찰과 경찰에 수차례 제보했고, 송 부시장의 청와대 첩보에는 이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송 부시장이 이 아파트 단지 인근에 땅을 사둔 것으로 확인됐다. 자유한국당 울산시장불법선거개입의혹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주광덕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 12월 송 부시장과 그의 아내, 그리고 지인 2명은 이 아파트 단지에서 직선으로 50m 떨어진 곳에 있는 토지 1215㎡(약 368평)를 매입했다(지도 참조). 당시 송 부시장은 울산시 건설교통국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4개월 뒤 울산시는 이 아파트에 대한 주택건설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김씨는 2007년부터 이 아파트 부지와 매우 인접한 위치에 아파트 건설 시 도로와 공원으로 편입될 1300㎡(약 396평)짜리 땅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2월 9일자 울산시 공보에는 아파트 건설에 따라 실시되는 도시계획시설(도로, 공원, 녹지) 조성 사업에 편입되는 토지 목록이 기록돼 있는데, 김씨의 회사인 S사가 소유한 5개 필지 총 1300㎡ 땅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사진 참조). 송 부시장의 땅은 김씨 땅에서 도보로 1분 거리에 있다. 



    12월 23일 찾은 울산 북구 신천동은 고층아파트 단지와 나대지, 밭이 혼재된 모습이었다. 신천효성해링턴플레이스는 2018년 6월 준공된 최고 29층의 새 아파트 단지. 그러나 송 부시장이 매입한 인근 토지는 이렇다 할 건물 없이 방치된 땅이었다. 그 주변도 허름한 주택과 텃밭이 주를 이뤘다. 김씨의 땅은 아파트 단지 도로와 공원의 일부로 편입돼 있었다.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사장은 “이 일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전부터 (송 부시장이 땅을 산 주변은) 상업지로 개발될 계획이 잡혀 있었다. 다만 아직 본격적으로 개발이 개시되진 않았다. 땅 주인들은 평(3.3㎡)당 700만~ 800만 원에 팔고 싶어 하지만, 매입에 관심 있는 이들은 500만~600만 원이 적당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송 부시장은 해당 토지를 3.3㎡당 340만 원에 매입했다. 이후 신천효성해링턴플레이스가 들어서면서 땅값은 꾸준히 올랐다. 그가 매입한 땅에서 약 60m 떨어진 한 부지(456㎡)는 2018년 5월 경매에서 9억5760만 원에 낙찰됐다. 3.3㎡당 약 694만 원이므로 4년 만에 땅값이 2배 이상 오른 셈이다.

    아파트 인허가 정보 소상히 알았을 것

    송철호 울산시장, 송병기 부시장, 김기현 전 울산시장(왼쪽부터). [뉴스1, 뉴시스, 박경모 동아일보 기자]

    송철호 울산시장, 송병기 부시장, 김기현 전 울산시장(왼쪽부터). [뉴스1, 뉴시스, 박경모 동아일보 기자]

    주간동아가 울산지역 취재를 종합한 바에 따르면 건설업자 김씨는 동대초를 가운데 두고 신천효성해링턴플레이스와 마주보고 있는 한 아파트 단지(2007년 준공) 시행사의 공동대표이사를 지냈다.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그는 당시 나대지로 있던 신천효성해링턴플레이스 부지를 눈여겨보고 2006년 무렵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업이 실패해 해당 부지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넘겨져 공매 절차를 밟게 됐다. 그리고 2012년 2월 A업체가 해당 부지를 낙찰받았다. 아파트 건설 부지는 A사로 넘어갔지만 김씨의 나머지 땅은 소유권이 바뀌지 않았다. 

    김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동생 김모 씨가 아파트 시행 사업권을 되찾아주고 각종 인허가 문제도 해결해주기로 하고, 내게서 30억 원을 받아가는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이 계약이 체결된 때는 2014년 3월. 아파트 건설 부지가 공매를 통해 A사로 넘어간 지 2년이 넘은 시점이다. 실제로 A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3, 2014년 감사보고서는 이 회사가 해당 부지를 취득해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신탁 방식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 대한토지신탁과 관리형토지신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고 있다. 

    2014년 11월 한 울산 지역신문에는 이 아파트 건설 사업과 관련해 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가 실렸다. A사의 사업 보완 조치가 미흡한데도 울산시가 이를 받아들였고, 경관 녹지를 훼손하면서 도로를 개설하도록 해줬다는 것. 기사에는 해당 사업 부지에 토지를 소유한 한 인사가 울산시 관련 부처 과장들을 울산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해당 고발인은 검경에 김 전 울산시장을 고발하고 다닌 건설업자 김씨”라며 “김씨가 각종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아파트 건설 사업을 방해하고 다녀 인허가가 지연되는 등 우리로서는 많은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 회사의 당시 감사보고서에는 ‘(아파트 건설 관련) 인허가 과정 등이 지연되고 있어 애초에 계획한 사업계획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기재돼 있다. 김씨가 자신의 땅이 아파트 단지 앞 도로와 공원으로 편입되는 것을 막고자 각종 민원을 제기했던 것일 수 있다. 

    아파트 건설 인허가 주무부처인 울산시 도시국 건축주택과는 특혜 의혹 보도가 나온 당일 해명 자료를 배포했다. 그해 10월 협의 부서인 교통정책과, 녹지공원과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협의를 완료했다는 것이다. 건축주택과는 “향후 도시계획위원회 자문, 경관위원회 심의, 건축위원회(건축·교통 통합) 심의를 거쳐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송 부시장은 당시 협의 부서인 교통정책과를 거느리고 있던 건설교통국 국장으로, 해당 아파트 사업건을 소상하게 알 수밖에 없는 자리에 있었다. 인허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인허가 진행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파악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그는 울산시가 언론이 제기한 특혜 의혹을 공개적으로 부인한 지 한 달도 안 된 그해 12월 4일 해당 부지 및 건설업자 김씨의 땅과 지척인 땅을 매입했다. A사 관계자는 “송병기라는 이름은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당시 우리 아파트가 들어서면 인근 땅값이 많이 오를 것이라고들 했기 때문에 송 부시장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결국 인허가가 나리라 판단하고 미리 땅을 산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4개월 후인 2015년 4월 울산시는 해당 아파트 건설 사업을 최종적으로 승인했다. 그리고 송 부시장은 3개월 후인 그해 7월 7년간 근무했던 울산시청을 떠나 울산발전연구원 공공투자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울산시 관가에는 “김기현 당시 시장이 송 부시장을 전임 박맹우 시장 사람이라며 탐탁지 않게 여겼다”는 말이 나돈다. 송 부시장도 좌천성 인사라며 김 전 시장에게 매우 섭섭해했다고 알려졌다. 한편 김씨의 땅은 2017년 2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아파트 부지로 편입됐다.

    경기침체에 청와대 의혹까지  …  울산 민심은 ‘냉랭’

    주간동아는 송 부시장에게 땅 매입 경위와 건설업자 김씨와의 관계에 대해 문의했지만, 송 부시장 측은 답변을 거부했다. 울산시 대변인실은 “송 부시장은 12월 23일 기자회견 이후 어떤 취재 요청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라고 전했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에 대한 울산 민심은 냉랭하다. 2018년 지방선거 때 울산에 거세게 불었던 ‘민주당 바람’은 최근 의혹과 경기침체로 거의 사라진 분위기다. 울산 남구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남성은 “문재인 대통령과 송철호 시장에게 표를 줬는데, 내년 총선에서는 어느 당을 지지할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며 “경제활성화 측면에서 송 시장에게 실망했기 때문에 민주당에 표를 주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50대 중반의 한 택시기사는 “김기현 전 시장은 국회의원으로서나 시장으로서나 일을 잘했다. 송철호 시장은 20년 넘게 총선에 수차례 출마하는 족족 낙마해 안쓰럽다고 여겼는데, 2018년 지방선거에서 김 전 시장을 누르고 당선해 매우 놀랐다”며 “송 시장은 존재감이 없고, 경기가 어려운데도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인기가 별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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