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오페라 극장 ‘오페라 가르니에’ 인근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은 천장 벽화, 크리스털 샹들리에, 대리석 기둥 등으로 궁전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www.starbucks.comⓒHUGO HEBRARD]
고향 시애틀에선 ‘간판 떼고’ 영업
각 국가의 전통미를 잘 살린 일본 교토의 스타벅스 니넨자카점(왼쪽)과 중국 청두의 스타벅스 콴샹즈점. [신화=뉴시스]
최근 한국인이 즐겨 찾는 해외 스타벅스 명소로는 일본 교토의 니넨자카(二年坂)점과 프랑스 파리의 오페라 가르니에(Opera Garnier)점이 꼽힌다. 두 곳 모두 각 나라의 특색이 물씬 풍기는 매장으로 이름이 높다. 니넨자카점은 100년 이상 된 일본 전통가옥을 그대로 살리고, 내부는 신발을 벗어야 하는 다다미방으로 꾸몄다. 17세기에 지은 건물에 자리한 오페라 가르니에점은 거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와 대리석 기둥 등으로 인해 베르사유 궁전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19세기에 그려진 천장 벽화도 그대로 되살렸다. 한국에도 한국의 미를 살린 매장이 있다. 경북 경주시 경주보문호수DT점, 문경시 문경새재점에는 테이블과 의자 대신 좌식 탁자와 방석이 놓여 있다. 특히 문경새재점 외관은 기와지붕으로 돼 있다.
스타벅스의 현지화 전략은 스타벅스 본고장 미국 시애틀에서도 발휘된다. ‘커피 도시’ 시애틀은 프랜차이즈 커피숍보다 로컬(local) 커피숍 문화가 강하다. 이에 ‘대기업’ 스타벅스는 2009년부터 시애틀을 비롯한 미국 내 몇몇 도시에 ‘잠행 매장(stealth store)’을 열었다. 잠행 매장은 스타벅스가 운영하는 카페임에도 외관, 내부, 심지어 커피 컵에까지 스타벅스 로고를 드러내지 않는다. 비록 4월 마지막 잠행 매장인 시애틀의 ‘로이 스트리트 커피 앤드 티(Roy Street Coffee and Tea)’가 문을 닫으면서 이 실험은 막을 내렸지만, 스타벅스의 현지화 DNA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동남아에서도 현지화 전략으로 시장 선점
중국 스타벅스에서 여름 시즌 때 판매하는 디저트류 ‘드래건 덤플링’. [사진 제공 · 스타벅스커피차이나]
스타벅스는 커피전문점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인도네시아에서 2014년 커피업계 최초로 할랄 인증을 취득해 무슬림 고객을 상당수 확보하며 2017년 40.4%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말레이시아 포트딕슨에 거주하는 한국인 이모(40·여) 씨는 “말레이시아에서도 스타벅스가 가장 인기 있는 카페”라며 “말레이시아 전통 디저트마다 들어가는 판단(pandan)이라는 향신료를 머핀과 케이크에 넣고, 인도계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채식 메뉴도 많이 선보여 현지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
커피 볶는 스타벅스, 국내에서도 볼 수 있을까
축구장 절반 크기 매장 필요…“좀 더 기다려달라”
지난해 9월 이탈리아 밀라노에 문을 연 스타벅스의 이탈리아 1호점. 커피 원두 로스터리 설비를 매장 안에 설치한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이다. [AP=뉴시스]
스타벅스도 로스터리 매장을 운영한다. 거대한 로스터리 기계를 매장 안에 설치한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을 2014년 스타벅스 본사가 있는 미국 시애틀을 시작으로 뉴욕, 이탈리아 밀라노,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에 선보였다. 이러한 로스터리 매장은 고객이 커피 원두를 볶는 것부터 커피 원액을 추출해 음료를 제조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도록 꾸며진다. 2월 도쿄에 2975㎡(약 900평) 규모의 로스터리 매장이 오픈하면서 스타벅스 팬들 사이에서 “이제 곧 한국에서도 로스터리 매장을 볼 수 있는 것이냐”는 기대감이 생겼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로스터리 매장 오픈은 아직 검토 중인 사항”이라며 “로스터리 매장의 면적이 축구장 절반에 달할 정도로 넓다 보니 입점 조건이 일반 매장보다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보라 기자 purple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