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1940년대 네오리얼리즘과 1960년대 모더니즘영화로 세계영화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이탈리아 영화는 현재 일군의 젊은 감독 덕에 다시금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루카 구아다니노, ‘유스’의 파올로 소렌티노, 그리고 ‘행복한 라짜로’의 알리체 로르바케르가 이탈리아 신세대 영화의 힘을 세계에 전파하는 중이다.
로르바케르 감독은 2014년 ‘더 원더스’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을 수상하더니 지난해엔 이 영화로 다시 각본상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는 영화 ‘기생충’에 황금야자상을 수여한 심사위원 중 한 명이 됐다.
예수에 의해 부활한 ‘나사로(lazarus)’를 연상케 하는 라짜로(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 분)는 가난하고 외로운 젊은이지만 언제나 친절하고 따뜻하다. 그는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아름다운 시골 마을 인비올라타에서 지주인 후작부인의 담배농장 일꾼으로 살고 있다. 어느 날 요양차 이 마을에 온 후작부인의 아들 탄크레디(루카 키코바니 분)는 그런 라짜로와 우정을 나누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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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작부인은 소작농을 착취하고, 그 소작농은 허드렛일을 라짜로에게 넘기기 일쑤다. 여기저기서 라짜로를 불러대고, 그는 그 힘든 노동을 묵묵히 다 해낸다. 그래도 그는 마을사람들에게 따뜻한 말과 친절한 미소를 잃지 않는다. 이에 환멸을 느낀 탄크레디는 자신의 납치극을 꾸며 마을을 벗어날 결심을 하고 라짜로는 이를 돕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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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난 후 꽤 오랫동안 라짜로의 맑은 눈동자 때문에 가슴이 쨍하게 아렸다. 디지털 제작을 거부하고 16mm 필름으로 시골과 도시를 담아낸 빼어난 영상 속에 빠른 속도로 변하는 세상이지만 어떤 신성함이 이곳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우화적 메시지가 펼쳐진다. 이기심과 착취로 피폐한 인간들 사이에서 문명에 물들지 않은 야생의 순수함을 간직한 라짜로. 그는 세상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는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마법 같은 신비함을 오랜만에 체험하게 해준 귀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