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로켓맨’은 지난해 신드롬이라 할 만큼 후끈했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관객을 들뜨게 하는 열정으로 가득한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한없이 수줍은 내면을 감춘 채 가면을 쓰고 살아야 했던 한 인간의 아픔을 조명하는 심리 드라마에 가깝다. 엘튼 존의 히트곡이 전면에 배치되지만, 노래들은 아픔으로 일그러진 속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변주돼 마치 다른 노래처럼 다가온다.
엘튼 존은 비틀스, 마이클 잭슨, 엘비스 프레슬리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음반 판매량을 기록한 음악가이자 빌보드 앨범차트 역사상 최초 ‘1위 데뷔’ 기록 보유자이며, 옛 소련에서 투어를 진행한 첫 번째 서방국가 록 가수다. 엘튼존에이즈재단(EJAF)을 설립해 사회적 소수자 인권 운동과 에이즈(후천면역결핍증) 퇴치 운동에 앞장서는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과 뮤지컬 ‘아이다’의 음악 작업을 통해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하지만 엘튼 존은 온갖 중독 증세로 힘든 삶을 살았다. 마약 중독, 알코올 중독, 폭식증, 우울증, 자살 기도, 결혼과 이혼으로 점철된 그의 생은 추락의 연속이었고 스스로 갱생시설로 걸어 들어가야 했다. 부모의 애정을 갈구하는 외로운 꼬마에서 피아노로 세상과 소통하고, 많은 친구를 거쳐 확실히 인지하게 된 동성애자로서 성정체성까지.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번쩍거리며 화려하게 치장된 볼거리로 영화는 큰 재미를 준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영화는 사랑의 의미를 묻고 삶의 책임감에 대해 질문한다. 집착은 파괴를 낳고, 파괴는 스스로를 포기하게 만든다. 영화의 교훈은 간단하다. 바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라는 것. 한 유명인의 화려한 가면이 벗겨지자 그의 인간적 진정성이 가슴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엘튼 존으로 분한 태런 에저튼은 자신의 목소리로 모든 노래를 소화했다. 그는 엘튼 존의 분신 같은 느낌이 아닌, 자신만의 색깔로 또 다른 엘튼 존을 창조했다는 점에서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노래를 빼고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한 라미 말렉을 능가한다고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