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윤 기자]
북한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5월 4일과 9일 미사일을 발사했다. 왜 도발했다고 보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9·19 남북군사합의서에) 지난해 11월 1일부터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그런데 한미 공군이 몇 주 전 작은 규모이긴 해도 훈련을 했다. 북한은 6·25전쟁 때 미 공군에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어 ‘공군 알레르기’가 있다. 그래서 미사일을 쏜 게 아닌가 싶다. (한미연합 공군훈련은) 딜레마다. 훈련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한반도가 아닌 제3지역인 일본 오키나와로 가서 훈련하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
한미 공군은 4월 22일부터 5월 3일까지 연합편대군 종합훈련을 했다. 연합편대군 종합훈련은 2009년부터 매년 4월 말~ 5월 초 실시되던 한미 대규모 항공훈련인 맥스선더를 폐지하고 규모를 축소해 대체한 것이다. 북한은 연합편대군 종합훈련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4월 25일 담화에서 “그것에 상응한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북한 미사일 종류를 판단하는 데 오래 걸렸다고 하던데.
“이번 미사일은 신형이다. 그렇다 보니 판단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을 거다. 그 대신 정부가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했다. ‘이번에 북한이 쏜 미사일은 신형이라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탄도미사일인지는 나중에 발표하겠다’ 이렇게 말이다. 정부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국민으로 하여금 문재인 정부가 북한 미사일 도발을 감추려 한다는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대북이든 경제든 국민 이해시켜야
2021년 완공될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의 예상도. [국가보훈처]
“국정원 개혁은 국정원이 국내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부서는 북한 미사일과 관련 없다. 미사일 기술에 대한 정보는 군이 많이 갖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국정원과 국군기무사령부) 개혁을 추진하면서(두 부서의) 기를 죽여놓았다. 사기가 떨어지면 자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정원이) 대북 관련 정보 판단 능력을 키우고 군과 밀접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상황에서 식량지원을 해야 하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북한에게 우리의 진정성을 믿게 하려면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은 필요하다. 북한과 관계가 단절되면 좋을 게 없다. 북한을 달래가면서 (비핵화로) 나아가야 한다.”
북한 ‘노동신문’은 ‘원조라는 것은 하나를 주고 열, 백을 빼앗으려는 강도적 약탈의 수단이었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인도적 지원을 할 테니 너희는 미사일 쏘지 마라’ 이런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식량지원과 미사일 도발 방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식량지원을 발표할 때는 인도적으로 다가서고, 미사일 해결 방안은 따로 세워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고 대북 원조에 대한 동의를 구해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미흡한 게 이 대목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예를 들자면, 먼저 최저임금 인상에 어떤 효과와 부작용이 있는지 파악한 뒤 국민을 설득했어야 한다. 하지만 정책부터 시행하다 보니 불협화음이 계속 생긴다. 대북정책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현 상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니 대북관계에 대한 불만과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도 북한이 강경하게 나갈 거라고 생각하나.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하지만 이 정도 도발은 또 일어날 수 있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 카드를 계속 쓰는 것은 북·미 관계에서 자신들이 가진 카드가 핵무기뿐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제규모는 충북 수준인데 ‘핵’이라는 카드가 있어 미국과 대화할 수 있게 됐다. 이것 때문에라도 핵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북한과 미국을 만나 비핵화 세부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물론 한국 정부가 세부 계획을 세우고 북한과 미국에 합의를 요청해도 된다. 하지만 이를 북한과 미국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앞으로 북한 비핵화 협상이 어떻게 진행돼야 하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지만, 하나하나 득실을 따지려다 보면 비핵화 협상은 이뤄지기 어렵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전략적 인내라고 표현하면서 하나도 한 게 없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톱다운 방식으로 비핵화를 진행했다. 어떤 미국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를)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만나겠나. 트럼프 대통령이니까 가능했다. 이런 변칙플레이를 하는 사람이 있는 동안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북한도 서두르는 것이 좋다. 만약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지 못하더라도 (트럼프 정부에서) 비핵화 협상을 해버리면 다음 정권은 그걸 부정하기 어렵다.”
종로구 민심도 심상치 않아
[박해윤 기자]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미국 주류 지배계급)와 유대계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아메리칸 퍼스트’를 내걸면서 중국에게 세금을 내라 압박하고, 일본을 대할 때도 거침없다. 다른 대통령들은 못 했던 일들이다. 미국 경제가 3% 수준으로 성장하는 데다, 거침없는 외교정책이 미국 국민에게 굉장한 만족감을 주고 있다.”
이 전 국정원장은 정보부 전문가인 동시에 원로 정치인이다. ‘정치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구에 출마해 4번이나(11·12·13·14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력도 있다. 내년 총선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출마설이 도는 종로구는 벌써부터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2020년 한국 총선은 어떻게 될 것 같나.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남은 1년 동안 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소야대가 되고 문 대통령의 힘이 빠진다. 이제부터 민주당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이기려면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나.
“경제안정화에 힘써야 한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재벌을 혼내줘야 한다는 이야기만 한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이 반(反)기업 정서를 가진 인물이라는 인상을 줬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하고 격려하는 등 최근 행보를 보면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당과 청와대는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고, 보호해줘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정치라는 게임의 룰이다. 민주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상정하면서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을 할 핑곗거리를 준 셈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를 계기로 현 정권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을 결집시키고 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갑)과 오늘 점심을 같이 먹으며 대구 (민심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아주 안 좋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벌써부터 종로가 총선 격선지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임 전 실장이 종로구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임 전 실장이 (종로구 출마를) 너무 간단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여기서 몇 달만 고생하면 충분히 당선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종로구가 ‘정치1번지’라는 별명을 갖게 된 것은 전국적인 선거 분위기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동대문역 일대와 평창동만 해도 민심이 다르다. 평창동은 보수적이고 동대문역 일대는 진보적이다.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종로구 민심이 친박근혜계를 혼내주자며 민주당으로 확 쏠렸다. 그런데 평창동 민심이 서서히 반문(반문재인)으로 돌아서고 있다.”
황 대표도 종로구에 출마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임-황 대결을 어떻게 전망하나.
“황 대표는 성균관대를 졸업해 종로구에 그 나름 표밭이 있다. 임 전 실장이 당선하려면 당의 도움이 절실하다. 대표적으로 종로구에서 두 번 당선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 같은 도움 없이는 임 전 실장이 황 대표를 꺾기는 어렵다.”
독립운동가 모두 기념관에 모신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공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세부 설계 중이다. 2021년에 완공된다. 2015년 당시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예산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국가보훈처가 공사 발주를 하지 않아 진척이 없었다. 이 때문에 2년을 허비했다. 2017년 문 대통령이 국가 예산으로 짓겠다고 결정했고, 2018년부터 건립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인근 옛 서대문구의회 청사 부지에 지하 2층~지상 3층, 연면적 8774㎡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기념관 건설에 총 473억 원이 투입된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인근에 기념관을 짓게 된 이유는 뭔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백범김구기념관 옆에 있는 효창공원, 남산 중앙정보부 부속건물 자리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인근을 후보지로 추천했다. 그중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가장 좋았다. 이 역사관에 매년 80만 명이 다녀간다. 방문객들은 (독립운동가들이 일제에) 얻어맞고, 고문당하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좁은 방에 10명 씩 갇힌 (모습만 봐서), 우울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곳에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을 지으면 정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가들의 노력과 그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어떤 기준으로 독립운동가들을 소개할 예정인가.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김원봉까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임시정부에 참여한 2000여 명을 모두 기릴 예정이다. 지금까지 일부 인물만 부각해왔는데 그게 안타까웠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분들도 유명한 독립운동가와 동격으로 놓을 예정이다.”
2000여 명을 다 담기에 공간이 비좁지 않나.
“정보기술(IT)을 활용하려 한다. 예를 들면 기념관에 있는 우당 이회영 선생의 이름을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화면에 우당의 모습이 나오는 거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때 IT를 통해 작은 무대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송승환 전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을 불러 강의도 들을 계획이다.”
기념관을 지을 때 통합의 정신을 강조한 것으로 안다. 왜 그런가.
“임시정부의 기본 정신은 통합이다. 3·1운동이 끝난 뒤 한성(서울), 상하이, 러시아에 각각 임시정부가 생겼다. 1919년 9월 11일 한성임시정부를 기본으로 하되 위치는 상하이에 두는 것으로 해 하나로 통합됐다. 그 후 임시정부 내에서 좌우, 지역별, 세대별로 갈리기도 했다. 그러다 해방 전 5개 연합 통일전선이 통합됐다. 통합-분열-통합의 스토리가 있는 것이다. 갈라서는 게 나쁜 건 아니다. 합치려는 노력이 위대한 거고, 통합하는 과정이 중요한 거다. 기념관을 방문한 사람들이 임시정부의 역사를 통해 이런 통합의 정신을 배워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