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뉴시스]
한국인 선수가 챔피언스리그 4강에 또다시 이름을 올렸다.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박지성 이후 끊겼던 업적을 다시 이었다. 박지성은 맨유 시절 챔피언스리그 결승만 세 차례 경험했다. 폭우가 쏟아지던 2008년 첼시전은 경쟁에서 밀려 관중석에서 지켜봤지만, 2009년과 2011년 바르셀로나전에는 직접 뛰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누빈 최초 아시아인’ 타이틀도 그의 몫이다. ‘전설’로 불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박지성의 경우 첫 4강은 그 전에 경험했다. 2005년의 일이다. 앨릭스 퍼거슨 당시 맨유 감독이 마이클 에시엔을 관찰하고자 챔피언스리그 8강 PSV 아인트호벤과 올림피크 리옹의 경기 현장을 방문했다 박지성을 발견했다던 바로 그 시즌이다. 박지성이 이끈 PSV는 4강에서 AC 밀란과 격돌했다. 박지성은 거함 밀란의 골문을 열어젖히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두 달 뒤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다. 퍼거슨 감독 재임기로, 다시 한 번 세계를 호령해가려는 맨유였다. 개인적으로는 손흥민에게 ‘맨유 박지성’보다 ‘PSV 박지성’의 잔상이 더 진하게 남아 있다. 토트넘도 훌륭하나, 더 큰 클럽으로 도약하려는 그의 모습이 2005년 박지성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유럽이 사랑하는 한국 선수는 정해져 있다. 포지션으로는 측면에 편중된 경향이 강하다. 이는 한국 선수의 이적을 추진하는 현지 디렉터나 에이전트들이 확실히 인정한 부분이다. 한번 돌아보자. 현재 한국 국적으로 공수 통틀어 중앙 포지션을 소화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힘겹게 경쟁하는 기성용, 여기에 한 명 더 치자면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분투하는 지동원 정도다. 유럽에도 그런 유형의 선수가 많기에 굳이 타 국가, 타 대륙의 선수를 쓸 이유가 없다.
스트라이커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손흥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수비형 윙어’ 역할을 맡았던 박지성 선수(왼쪽). [AP=뉴시스]
그렇다고 둘을 같은 범주로 묶긴 어렵다. 엄밀히 말하면 박지성은 수비 쪽 능력치를 살렸다. 물론 골도 꽤 터뜨렸다. 챔피언스리그 첼시전,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 리버풀전에서 보여준 득점은 지금도 회자될 만큼 짜릿했다. 다만 당시 루트 판 니스텔루이, 올레 군나르 솔샤르, 웨인 루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세계적인 골잡이와 한솥밥을 먹은 박지성은 매 경기 한 방씩 해줘야 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이 할 수 없는 임무에 치중했다. 그 결과가 측면에서 엄청난 수비 공헌도를 보여준다는 신조어 ‘수비형 윙어’의 등장이었다.
손흥민은 골잡이 자리를 두고 경쟁한다. 박지성이 블루오션을 찾아냈다면, 손흥민은 레드오션의 빡빡한 구도에서 생존해왔다. 움직임이 날래긴 한데, 박지성만큼 왕성한 활동량으로 승부를 거는 타입은 아니다. 그 대신 타이밍을 잡은 뒤 슈팅력을 극대화한다. 전력으로 내달리고, 양발 가리지 않고 해결한다. 이번 챔피언스리그 8강 맨체스터 시티와 1, 2차전에서 세 골을 몰아친 게 핵심 증거다.
1차전 결승골은 왼발로 만들었다. 골라인을 넘을 뻔한 공을 간신히 살렸고, 침착하게 과정을 만들었다. 주목할 부분은 상황 인지, 시선, 볼 터치 등. 동료를 찾으려 두리번거리기보다 직접 골을 만들겠다는 목적이 분명했다. 눈치 볼 것 없이 내지르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줬다. 2차전은 두 골 모두 오른발로 때렸다. 하나는 골키퍼를 맞고 굴절됐고, 다른 하나는 반대편 골포스트로 아름답게 감겼다. 이 중 골키퍼 에데르송 모라에스가 막을 수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골도 있지만, 실제는 또 다르다. 공이 몸을 쓸 수 있는 평범한 코스로 향한 듯해도, 손흥민은 그 타이밍조차 빼앗는 슈팅을 날렸다. 그만큼 과감했다.
아약스
아약스 암스테르담 [AP=뉴시스]
생각보다 팀 밸런스가 잘 잡혀 있다. 특히 기존 멤버들을 받치는 신흥 세력이 출중하다. 10대 후반 마테이스 더리흐트, 20대 초반 프렝키 더용은 네덜란드 대표팀에 승선해 빅클럽행을 앞둔 재목임을 세계에 과시했다. 더용은 이미 바르셀로나 이적 계약서에 서명했고, 더리흐트 역시 올여름 이적이 확실시된다. 토트넘으로서도 만만찮을 상대. 해리 케인이 앓아누웠으니 손흥민에게 기댈 수밖에.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AP=뉴시스]
이 모든 건 상대적이다. 결승서 재회한다 해도, 리오넬 메시가 절정에 달해 있는 바르셀로나를 감당하기가 쉽지 한다. 메시는 지난해 월드컵에서 또 울었다.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따내기가 그렇게나 어려웠다. 그런 메시에겐 한을 풀 수 있는 무언가가 절실하다. 월드컵에 버금갈 트로피라면 챔피언스리그 우승밖에 없다. 동기가 극명한 만큼 상대 팀들도 더없이 부담스럽다.
리버풀
리버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