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만보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천국의 발명
마이클 셔머 지음/ 김성훈 옮김/ 아르테/ 468쪽/ 2만8000원
죽음의 공포를 무마하고자 만든 최초의 발명품 ‘천국’이 어떻게 창작되고 부풀려졌는지를 인문학적으로 탐구한다. 동시에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의 영생이 가능할 것처럼 선전되는 과학의 한계를 냉철히 짚었다. 심리학 박사이자 철학 박사로 ‘도덕의 궤적’ ‘믿음의 탄생’을 집필한 저자는 모든 죽음은 사고사이며 그렇기에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의 법칙에 입각해 죽음의 불가피성을 수용하면 역설적으로 생존하고 번성하라는 ‘엑스트로피의 법칙’에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고민이 고민입니다
하지현 지음/ 인플루엔셜/ 288쪽/ 1만5800원
고민 없이 사는 사람이 있을까. ‘오늘 점심은 뭘 먹지’ 같은 자잘한 고민까지 합하면 인생은 매순간 고민의 연속이다.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박사는 “고민거리를 모조리 막아 마음을 청정지역으로 유지할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저자는 고민의 위치를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정한 뒤, 일단 결정하면 뒤돌아보지 말고 행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훨씬 살 만해진다고 조언한다. 이 책의 핵심인 4장 ‘고민을 잘 풀기 위한 공식들’을 읽고 나면 왠지 내일 하루는 다르게 살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초예측
유발 하라리 외 7인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정현옥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32쪽/ 1만5000원
사피엔스에겐 어떤 내일이기다리고 있을까. 기계 지능이 인간 지능을 압도하고 생명공학이 진화의 법칙을 초월하려는 문명 붕괴의 분기점에 선 인류에게 미래에 대한 방향 감각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 책은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와 ‘총, 균, 쇠’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인공지능 연구가 닉 보스트롬, 인재론 권위자 린다 그래튼 등세계적 석학 8명이 우리 문명에 다가올 지각변동을 날카롭게 통찰하고 있다. 인류 운명을 좌우할 거대한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위험에 맞서려는 이들에게 ‘초예측’은 나침반 구실을 할 것이다.
퍼스트 러브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해냄/ 360쪽/ 1만5000원
일본 대중문학상으로 유명한 나오키상을 2018년 수상한 작품. 작가는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네 번 올랐을 만큼 순수문학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이번 작품도 외피는 추리소설이다. 미모의 아나운서 지망생 칸나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경찰에 체포된다. 주인공은 이 사건을 논픽션으로 취재하는 임상 심리 전문가로 칸나의 국선변호를 맡은 친구와 함께 칸나의 과거를 추적한다. 하지만 피의자 칸나는 시종일관 모호한 진술을 하며 사건을 미궁에 빠뜨린다. 살인사건을 추리하는 구조지만 작품의 저변에는 등장인물들의 슬픈 과거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