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두 개의 장르를 오가는 윤재호 감독은 우연히 중국에서 한 북한 여성을 만나게 되고, 그녀의 두 아들 중 하나는 북한에, 다른 하나는 한국에 있어 이들을 몇 년째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애달픈 사연을 전해 듣는다. 그리고 이름을 말하지 않는 그녀의 가족을 찾아가는 긴 여정을 따라나선다.
[사진 제공 · 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
마담B의 일상을 촬영하며 밀입국 과정도 함께한 이 작품은 박진감이 넘친다. 중국에서부터 라오스와 태국을 거쳐 한국까지 생존을 향한 긴 여행길을 담은 카메라 덕분에 영화는 역동적이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마담B의 내면은 순정으로 가득하다. 이 다큐멘터리는 누군가의 생존 탈북기가 아닌 사랑 이야기다.
북한에 살던 마담B는 생계를 위해 자발적으로 중국으로 넘어갔지만 실은 브로커에게 속았고 가난한 중국 농부 진씨에게 팔려가고 만다. 문제는 북한에 마담B의 남편이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홀로 탈북에 성공한 작은아들은 오랫동안 외롭게 살고 있어 당장 돌봐줄 가족이 필요하다.
그녀는 가족의 미래를 위해 돈을 벌려고 중국에 머물고, 남은 가족은 한국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후 마담B는 중국 남편과 사는 것이 더 익숙하고 행복해 보인다. 순박한 중국 남편 진씨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마담B는 북한 가족을 이해해주는 새로운 남편과 남은 인생을 함께하려 하지만, 그녀의 희망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너무나 많다.
가족을 다시 만난 마담B의 서울 생활을 담은 장면은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하다. 하늘을 향해 쭉쭉 솟은 높은 빌딩 숲 사이로 탈북 어린이의 목소리로 추정되는 반공 웅변이 낯설게 울려 퍼진다. 여느 가난한 중년여성처럼 허드렛일을 하며 생활하는 그녀는 북한의 가족을 모두 만나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는 것 같지만, 중국 남편을 놓지 못한다. 북한 남편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 남편과 통화하며 함께 살 그날을 꿈꾸는 모습은 기이하지만 마음을 찡하게 한다.
북한, 중국, 한국의 국경을 오가는 와중에 여러 우여곡절로 체포되기도 하고 감시받는 생활도 여전하다. 전쟁과 분단이 만들어낸 일그러지고 불안정한 삶. 감시를 벗어나 자유를 꿈꾸는 와중에 사랑이라는 사치스러운 감정까지 추슬러야 하는 여성. 억척같이 살아가는 한 여성의 거친 얼굴 위로 피어오르는 순정을 보며 이 세상 모두가 자유롭게 유랑할 수 있는 시대를 꿈꾸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