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마데우스’는 작곡가 모차르트를 영원한 자유를 꿈꾼 자기 파괴적 반영웅으로 묘사했다.
‘아마데우스’는 살리에리의 음모와 질투가 시작됨을 알리는 날카로운 음악으로 도입부를 연다. 모차르트가 17세에 작곡한 ‘교향곡 25번’ 1악장이다. 그의 불행한 운명을 예감하듯, 현악기의 빠른 연주는 눈보라를 몰고 올 듯 공기를 휘몰아친다. 그러면서 죽음을 재촉하는 모차르트의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대중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이 곡은 빠르고 날카로우며 간혹 비극적인 선율이 특징이다. 포르만이 해석한 모차르트의 삶에 대한 ‘서곡’인 셈이다. 알다시피 모차르트는 빠르게 살다 간 비극의 주인공이다.
‘교향곡 25번’ 1악장이 영화의 전체 성격을 암시한다면, 오페라 ‘돈 조반니’는 주인공 모차르트를 해석하는 틀을 제시한다. 다시 말해 포르만은 모차르트를 돈 조반니로 보고 있다. ‘돈 조반니’를 작곡할 때 모차르트는 자신의 평생 후원자인 부친과 결별한 상태였다. 부친은 어린 아들을 위해 잘츠부르크 교회 악장이라는 경력도 포기했는데, 모차르트는 10대 때부터 반항아 기질을 드러내며 부친과 날카롭게 대립했다. 이런 과정이 작품 속에 녹아 있는 게 바로 오페라 ‘돈 조반니’다.
캐나다 공연 단체 ‘오페라 아틀리에’가 공연하는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의 한 장면. 사진 제공 · 예술의전당
포르만은 이 영화에서 오페라 ‘돈 조반니’를 강조하며 모차르트의 캐릭터를 특징짓고 있다. 즉 모차르트는 참회와 구원이라는 신의 섭리마저 거부한 돈 조반니다. 이 틀에서 영화 ‘아마데우스’는 영원히 자유롭고 싶었던, 어찌 보면 불가능한 꿈을 꾼 반항아가 모차르트라고 묘사한다. ‘살리에리의 음모’로 작곡되는 ‘레퀴엠’이 이해받지 못한 돈 조반니, 곧 어린 천재 모차르트에 대한 헌정처럼 들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