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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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스마트 국방·드론 산업대전

한성욱 경운대 총장 “항공 특성화로 대한민국 하늘 길 열어가겠다”

‘프라임 사업’ 선정, 학생 국비 지원 1위 … 비행 · 무인기 · 항공정비 인정받은 ‘강소대학’

  • | 구미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8-10-26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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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10월 17일 오전 서울역에서 올라탄 경기도 행신발(發) 부산행 KTX 111호는 연무와 바람을 가르고 빠르게 달린다. 차창 밖 산들은 어느새 빨강·노랑 물감을 허리춤에 휘둘렀고, 그동안 고단했던지 추수가 끝난 논은 멍하니 하늘을 본다. 경북 구미시 경운대로 가는 길은 모처럼 가을 나들이 같았다. 

    사실, 기자에게 경운대는 생소한 대학이다. 1997년 개교한 경운대를 처음 안 해는 2016년이다. 단군 이래 교육부 최대 대학 지원 사업이라는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교육부, 한국연구재단 주관) 사업에 선정돼 3년간 약 400여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 받는다는 뉴스를 보면서 ‘경운대가 어디에 있지’라는 생각을 했다. 당시 전국 21개 대학이 선정됐는데, 경운대처럼 대형부문(사회수요 선도대학)에는 9개 대학이 이름을 올렸다. 학교 역사가 짧고 이름도 생소한 경북 구미의 작은 대학이 전국 유수의 대학들을 제치고 수백억 원의 사업비를 받은 비결은 뭘까. 기자수첩에 물어볼 내용을 적었다. 

    KTX 김천구미역에서 택시를 타고 40여 분간 달려 도착한 경운대는 야트막한 경운산(해발 341m)을 베개 삼아 반듯하게 누웠다. 인조잔디가 깔린 운동장과 대학 오른쪽에 있는 인덕저수지가 인상적이었다. 

    “먼 길 오셨습니다.” 

    한성욱 총장이 반갑게 인사하며 의자를 내준다.



    ‘도덕정신 함양’ 건학이념

    경운대 대학본부 전경.

    경운대 대학본부 전경.

    학교가 깔끔하고 아담한 게 퍽 인상적입니다. 

    “처음엔 학교 초입에 건물 하나만 있었습니다. 특성화 대학에 맞게 연구실과 실습장을 지으면서 점점 산 쪽으로 건물이 올라왔죠.” 

    건학이념이 ‘도덕정신 함양’인가요? 경운대가 영남 사림(士林)의 도시에 있다는 게 실감 나네요. 

    “설립자의 건학이념이에요. 말씀하신 대로 구미는 성리학의 대가인 야은 길재, 점필재 김종직, 사육신(死六臣) 가운데 한 명인 하위지, 개화기 의병장 허위 선생 등 우국충절 사림의 고장이었죠. 건학이념에 따라 봉사 활동과 글쓰기 등 전인(全人)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김천구미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구미국가산업단지를 지나왔는데, 곳곳에 ‘임대’라는 글귀가 눈에 띄던데요.

     
    “전국이 그렇듯, 구미 경제도 썩 좋지 않아요. 산업단지에서 대기업이 빠져나가고 정보기술(IT) 분야도 침체됐어요. 우리 대학도 IT 특성화 대학으로 개교해 인력을 양성했지만 IT산업이 침체되면서 간호보건 특성화 대학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대구·경북(TK)지역에선 4년제 대학으로는 처음 간호보건계열 학과를 만들었고요. 임상병리, 치위생, 물리치료, 작업치료 의료서비스 경영 등 간호보건계열을 모두 특성화했습니다.” 

    2016년 교육부의 ‘프라임 사업’에 선정됐을 때는 항공교육 특성화 대학으로…. 

    “그렇습니다. 프라임 사업 대형부문 사업자로 선정된 것은 우리 대학이 미래 성장동력인 항공산업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격과 준비를 갖췄다고 정부가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들어 정부는 항공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인력 부족이 심각합니다. 2019년 기준 항공 제작 관련 인력 수요는 7000여 명인데, 항공 관련 대학이나 사설 교육원에서 배출하는 인력은 3000여 명 수준입니다. 그래서 경운대는 2011년부터 항공 분야를 대학 특성화 분야로 정하고 항공운항학과, 항공서비스학과, 항공전자공학과, 항공정보통신공학과 등을 운영 중입니다. 그 뒤 항공기계공학과, 무인기공학과를 신설하는 등 2025년까지 ‘국가 항공산업 특성화 대학’으로 대학 체제를 완전히 개편할 계획입니다.” 

    비행교육원이나 활주로도 만들어야 하지 않나요. 

    “그래서 돈이 많이 들어가요.(웃음) 최근 국토교통부(국토부)로부터 무인비행교육원과 항공기술교육원 인가를 받았고, 전남 영암에 100억 원을 들여 비행교육원을 지어 현재 전문기관 승인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국토부가 요구하는 최소 기준을 훨씬 초과해 만들었어요. 비행, 무인기, 항공정비 교육원 등 3대 교육원을 갖춘 곳은 찾아보기 어려울 겁니다.”

    “强小대학은 생존을 위한 필수”

    경운대 항공기술교육원 실습장. [지호영 기자]

    경운대 항공기술교육원 실습장. [지호영 기자]

    학생들이 직접 비행기 운항도 하나요. 

    “그럼요. 항공운항학과 1학년은 모의비행훈련센터에서 비행 감각을 익히고, 2학년 때 이착륙 능력을 키워요. 이때 항공기상학, 항공역학 등 비행기초이론을 습득하죠. 3학년부터는 비행교육원에 입소해 대학이 소유한 비행기 11대로 연습비행을 합니다. 졸업 후에는 군조종사나 민간항공, 비행교육원 교관 등으로 취업하죠. 이처럼 조종사 1명을 키우려면 비행 시뮬레이터와 항공기, 활주로 등 훈련센터를 갖추는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야 해요. 현재 자체 활주로를 갖춘 대학은 극소수입니다.” 

    한 총장의 말에 항공 특성화 대학으로서 자부심이 묻어났다. 경운대는 8월 겹경사를 맞았다. 국토부로부터 무인비행교육원은 ‘초경량비행장치(드론) 조종자 전문교육기관’으로, 항공기술교육원은 ‘항공종사자 전문교육기관’(항공정비사과정)’으로 각각 지정되면서 드론 조종자 및 항공정비 전문인력 양성의 기틀을 갖추게 된 것. 항공기술교육원에서 교육을 이수한 학생은 시험을 거쳐 항공정비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고, 대형 항공사를 비롯해 항공기 제작업체, 공군·육군·해군, 정부기관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이 가능하다. 

    신설 대학이란 약점을 시대 흐름을 예측하면서 극복했군요. 

    “그럼요. 우리가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갈 수 있었던 이유도 남들보다 한발 빠르게 특성화 대학으로 옮겨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도 있어요.” 

    문제라니요? 

    “대학들이 점점 획일화되는 것 같습니다. 시류에 따라 특성화의 방향이 거의 비슷해져 인기 분야다 싶으면 준비 없이 관련 학과를 개설합니다. 고3 담임교사들도 항공 특성화 대학이 워낙 많아지다 보니 학생에게 어느 대학을 추천해야 할지 헷갈린다고 해요. 그런데 진정한 항공 특성화 대학이라면 최소한 50여억 원을 투자해야 합니다. 그러니 꼼꼼히 따져봐야죠. 우리는 항공 특성화 쪽으로 더 치고 나갈 생각입니다. 항공기계, 무인기, 항공전자정보통신, 항공컴퓨터 등을 더욱 특성화하고, 항공정비 등 융합전공 비중을 늘려 끊임없이 차별화를 해나가야 강소(强小)대학이 될 수 있다고 봐요.” 

    그렇군요. 결국 항공과 간호보건 양 날개로 날고 있군요. 

    “전체 5500여 명의 학생 가운데 항공계열과 간호보건계열이 각각 40%가량이니 ‘양 날개’가 맞는 말이죠. 나머지 20%는 경호학부, 경찰행정학부 등 사회안전계열입니다.” 

    신입생 충원율과 졸업생 취업률은 어떤가요. 

    “개교할 때부터 구미국가산업단지를 배경으로 산업협력 특화 대학으로 성장했고, 산업현장에 맞는 인재를 양성해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2000년대 이후 교육부 산학협력 중점대학에 선정된 데 이어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2012~2016), 그리고 산학협력 선도대학 플러스(LINC+)으로 연거푸 선정되면서 TK지역 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3관왕을 달성했어요. 학생 인당 지원액이 지난해 전국 최고였고, 취업률도 높죠. 3년간 신입생 충원율은 100%였고요.”

    産學협력 트리플 크라운

    경운대 항공기술교육원 실습장. [지호영 기자]

    경운대 항공기술교육원 실습장. [지호영 기자]

    지원액이 전국 최고라는 것은 그만큼 교수들이 ‘효율적으로’ 많은 국비 사업을 확보했다는 거네요. 

    “그렇게 되나요?(웃음) 그러고 보니 우리는 정부 사업을 따낼 때도 교수들이 직접 보고서를 만듭니다. 외주 용역을 주지 않아요. 그러니 어떤 지인은 우리 대학의 정부 사업 제안서를 보여달라고 부탁하기도 해요.” 

    한 총장이 말한 LINC+는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으로, 2017년부터 5년간 대학에 연간 30억~40억 원을 지원한다. 프라임 사업을 비롯해 이러한 국비를 많이 확보하다 보니 경운대의 지난해 학생 인당 재정지원액은 278만 원으로 전국 최고였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6~2017년 교육부 소관 9개 주요 사업 재정지원현황’에 따르면 경운대 학생 인당 재정지원액은 2위 서울대(238만 원)보다 40만 원 많았다. 경운대의 지난해 1년 유지취업률(대졸자 취업률을 조사한 뒤 국민건강보험이 계속 유지되는지 확인해 산출하는 취업률)은 82.5%였다. 한 총장은 강소대학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그의 얼굴에 뭔가 비장함이 묻어났다. 

    “대학 등록금이 동결된 지 10년이고, 사립대학은 학생들이 없으면 운영이 안 됩니다. 대학을 다니다가도 커리큘럼이 마음에 안 들면 서울 소재 대학으로 편·입학을 하거든요. 그러니 후발 대학들은 특화하지 않으면 학교 생존이 위태로워집니다. 입학할 때부터 제대로 교육시키고, 장학금도 많이 주고, 졸업생 취업률도 좋아야 합니다. 교직원과 총장, 재단이 일심동체가 돼 학생들을 ‘케어’해야 대학을 유지할 수 있어요. 우리가 ‘이룸 프로젝트’나 ‘2Winner’ ‘취·창업 페스티벌’ 등을 여는 것도 이러한 후발 대학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죠.” 

    ‘2Winner(교육운영공동체)’는 상생(Win-Win), 현장(Industry), 교육(Education), 관계(Relationship)의 약자로 ‘산학연관 개방형 교육 협력체’를 일컫는다. 대학 교육 설계단계에서부터 실행단계까지 심의 의결하는 최고 의결기구로, 교육 참여 기관과 기업이 함께 학생들을 책임지는 체제다. 항공산업과 관련해 2Winner에 참여한 기업은 7개 클러스터의 247개사. 이 회사들과 225명(항공공과대학 정원 기준 졸업생 60.5%)의 졸업생이 취업 약정을 맺었다. 경운대는 항공공과대학 재학생 100%를 취업 약정형 주문식 교육과정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이룸 프로젝트’는 신학기가 되면 각 학년이 의무적으로 1주일간 수료해야 하는 프로그램인데, 신입생의 경우 대학 교육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시간 관리와 글쓰기, 친구 만들기 등 학교 적응에 중점을 두는 식이다.

    “국방  ·  드론 산업대전에서 실력 보여줄 것”

    2016년 9월 23일 열린 경운대 프라임 사업 비전 선포식. [사진 제공 · 경운대]

    2016년 9월 23일 열린 경운대 프라임 사업 비전 선포식. [사진 제공 · 경운대]

    2Winner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직접 참여해보면 ‘다음에 또 오겠다’고 해요.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 교육을 하니 신입사원 재교육이 필요 없죠. 학생들도 ‘내 진로에 도움이 되겠구나’ 생각하고 적극 참여합니다.” 

    특성화 대학으로 탈바꿈하면서 부작용은 없었나요. 학과 폐과 등의 구조개혁은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요. 


    “항공 특성화 대학으로 가면서 제가 소속된 학과(보건바이오학과)부터 없앴습니다. 안경광학과 등 4개 학과를 폐과했고, 7개 학과의 정원 228명을 줄이는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했어요. 쉽지 않았지만 그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죠. 미래산업 관련 분석 자료와 발전 방향을 놓고 대학 구성원들과 심도 깊게 토론했고, 폐과된 학과 교수들은 전공을 바꿔 타과로 전과할 수 있게 도왔습니다. 새로 박사 과정에 들어가는 교수들을 지원하는 등 함께 가고자 노력했습니다. 고달프고 힘은 들었지만 대화하면서 이 문제를 풀었습니다.” 

    11월 2~3일 구미코에서 열리는 ‘2018 대한민국 스마트 국방·드론 산업대전’에도 경운대가 참가하는데요. 

    “지역에서 열리는 큰 행사에 경운대 무인기공학과 등이 대거 나가 실력을 뽐내야죠. 현재 우리 대학 무인기공학과 교수와 학생, 그리고 VR(가상현실) 팀들이 참가한다고 들었습니다. 수준 높은 ‘드론 집단 군무’ 등 다양한 볼거리도 준비하고 있고요. 학생과 교수들에게는 구미에서 대기업과 우수 중소기업의 기술 수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인 만큼 함께 가서 열심히 배워 오려고 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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