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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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강종수 세이프어스드론 대표

“비닐하우스에서 드론 날립니다”

인공수분하는 꿀벌 드론 개발, 고압송전선 점검용 드론 상용화 눈앞

  •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8-07-31 11: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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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종수 세이프어스드론 대표가 개발 중인 ‘고압송전선 점검용 드론’ ‘꿀벌 드론’ ‘하우스 농약방재 드론’(왼쪽부터). [홍중식 기자]

    강종수 세이프어스드론 대표가 개발 중인 ‘고압송전선 점검용 드론’ ‘꿀벌 드론’ ‘하우스 농약방재 드론’(왼쪽부터). [홍중식 기자]

    “딸과 함께 비닐하우스 딸기체험을 하러 갔는데 딸이 물어보더라고요. 꿀벌 등 곤충이 수분을 해야 열매를 맺는다고 배웠는데 비닐하우스에서는 어떻게 수분을 하느냐고요. 저도 궁금해 물어봤더니 딸기체험장 사장님이 깊은 한숨을 내쉬더라고요. 한겨울에 벌통을 가져다 놓아도 수분이 잘 안 돼 동네 사람들에게 비싼 노임을 주고 손이나 면봉으로 인공수분을 하는데 그 또한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해요. 비닐하우스 내 습도가 높고 쭈그려 앉아 해야 하니 허리, 무릎도 아파 일할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그때 ‘꿀벌 드론’이 떠오르더군요.” 

    강종수(44) 세이프어스드론 대표는 그날 이후 농민들을 만나며 인공수분 드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과채류 및 화훼류 면적이 서울의 90%(약 638km2)에 이르는데, 열악한 작업환경과 인력 부족으로 한겨울 과일 수분 작업은 농민의 최대 고민이었던 것. 이른바 ‘하우스병(病)’으로 불리는 농민의 관절염, 온열병, 농약중독 위험성 때문에 노지 작업보다 7만 원 비싼 17만 원을 일당으로 지급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하우스 재배 농가에선 꽃가루를 수입해 면봉으로 인공수분을 하거나, 열악한 환경에 적응력이 높은 서양호박벌(뒤영벌) 벌통을 설치해 수분을 하는 경우가 많다. 노지에서 재배하는 배, 사과는 일반적으로 수입 꽃가루로 인공수분을 한다. 과일류 인공수분 시장에서 꽃가루 수입 규모는 3000억 원, 뒤영벌 수입도 18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온도와 습도, 농약 문제 등 작업환경이 열악하니 사람이나 벌이나 일하기 싫죠.(웃음) 뒤영벌은 여왕벌 한 마리에 300마리가량이 군집을 이뤄 활동하는데, 이 뒤영벌도 한 달 뒤면 농약중독 등으로 대부분 죽는다고 해요. 그래서 농민들은 비닐하우스에서 인공수분과 농약방재가 가능한 드론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더군요.” 

    그러나 드넓은 평야에서 비행하며 농약을 살포하는 드론과 달리 좁은 비닐하우스 내에서 해충이나 꽃을 하나하나씩 감지해 농약을 살포하는 드론을 개발하는 일은 차원이 다른 얘기였다. 내부가 좁고 촘촘히 심긴 농작물 사이를 수시로 오가야 하기에 농작물 충돌 방지는 물론, 장애물 회피 정밀센서도 필요했다.



    관절염, 온열병, 농약중독 ‘하우스病’

    “꿀벌 드론은 사람의 조종 없이 스스로 비행해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꽃이나 해충을 감별하는 AI(인공지능) 광학카메라 기술이 중요했어요. 가로세로 15cm, 높이 5cm인 드론에 이러한 첨단기술을 탑재하려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죠. 농민이 프로그램을 세팅하고 드론을 띄우면 24시간 임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드론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하고 농약과 꽃가루를 충전하는 시스템도 필요했어요.” 

    기술개발은 간단치 않았다. 비닐하우스는 철제빔이 있어 GPS 위성의 간섭 현상이 심했던 것. 이 간섭을 피하면서 드론 위치를 cm 단위로 정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보통 군수용으로 쓰이는 RTK-GPS(Real Time Kinematics-GPS) 모듈을 장착해 경기 양평의 딸기농가에서 여러번 적합 여부를 시험했다. 

    “천적의 눈에 띄는 농작물 윗부분이나 잎 앞면에는 해충이 안 살아요. 그래서 진드기류, 응애류, 진균류(곰팡이) 등을 퇴치하려면 잎 뒷면이나 뿌리 부위에 농약을 뿌려야 하는데, 이때 초정밀 위치확인시스템이 필요해요. 사실 비닐하우스를 개방해 태양광을 쪼여주는 게 최선이지만, 자칫 농작물이 찬바람에 죽을 수 있으니 정밀한 농약 방재 기술이 필요했던 거죠.” 

    그는 환경 문제도 고려했다. 딸기밭에만 평균 7종 넘는 농약이 사용되는데, 살포하고 남은 농약은 대부분 통째로 버려지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론에 탑재하는 농약은 컴퓨터 프린터기의 카트리지처럼 남으면 다음에 쓸 수 있게 한 것. 

    강 대표는 최근 강원도 한 지역농협과 협의를 맺고 부추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에서 마무리 시험 중이다. 

    “꿀벌 드론이 대중화하면 획기적인 변화가 올 겁니다. 임무 수행은 물론이고, 드론이 개화한 꽃의 개수와 농작물 생산량을 데이터화해 정확한 농산물 예측을 가능하게 하거든요. 모종 10개를 심었을 때와 9개를 심었을 때 생산량이 같다면 다음해에는 모종 9개만 심으면 되잖아요. 빅데이터로 첨단 농업환경을 만들 수 있는 거죠. 농가는 인건비를 절감하면서 단위생산량을 늘려 농가 소득을 올리고, 지역사회는 귀농·귀촌 인구 증가로 인구유입 효과를 누리면서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으며, 정부는 농촌 일자리 창출과 빅데이터 구축은 물론 ‘비닐하우스 3대 증후군’ 감소로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크게 기여할 거예요. 참, 앞으로 하우스에서 ‘꿀벌 드론’이 날아다녀도 놀라지 마세요. 충돌방지 기능이 있어 침을 쏠 수가 없거든요.(웃음)” 

    현재 국내 인공수분 시장은 5800억 원 대, 시설원예방재 시장은 2000억 원대다. 세계 인공수분 시장과 시설원예 관련 방재 시장은 70조9800억 원으로 추산한다. 이 시장을 선점하고자 각국의 ‘꿀벌 드론’ 연구가 한창인 가운데 국내 드론업체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강 대표가 회사를 설립한 해는 2016년. 세이프어스드론은 그의 두 번째 스타트업이다. 앞서 그는 1998년 대학을 졸업할 즈음 대학 구내서점에서 파는 서적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친구 4명이 50만 원씩 출자한 첫 창업이었는데, ‘아마존’ 등 인터넷 서점이 없던 시절 세계 최초 인터넷 서점이었던 셈이다. 이를 발판으로 ‘유니TV’를 만들어 대학별 기자 100여 명을 선발해 전국 대학 뉴스를 실시간 송출했고, 배너광고 수익과 서적 판매 수입으로 3년간 ‘꽃길’을 걷기도 했다. 대형 인터넷업체로부터 인수 제의가 잇따랐고, 대기업 광고도 쏟아졌다. 그러나 대학 구내서점들이 출판사에 항의해 대학교재를 공급하지 말라고 압박하면서 ‘캐시카우’가 흔들렸다. 결국 수천만 원 빚을 진 채 첫 스타트업은 ‘3년 천하’로 막을 내렸고, 그는 한 중소기업의 영업사원이 됐다.

    인터넷 서점 창업 실패의 쓴맛

    세이프어스드론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가해 각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사진 제공·세이프어스드론]

    세이프어스드론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가해 각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사진 제공·세이프어스드론]

    “성격은 안 바뀌나 봐요.(웃음) 뭐든지 궁금하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한 번 창업에 실패했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다시 회사를 설립해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016년 어느 날 우연찮게 ‘직성’을 풀어야 할 일이 찾아왔다. 

    “중소기업에 취직해 영업 일을 하면서 고속도로 운전을 많이 했어요. 어느 날 앞서가던 차가 갑자기 차선 변경을 하니 제 앞에 고장 난 차가 서 있는 게 보였어요. 어찌나 놀랐던지 저도 급히 차선 변경을 해 다행히 사고는 면했는데, 이때 2차 추돌방지용 드론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에어백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하거나 비상등을 누르면 차에 장착된 드론이 자동으로 날아가 자동차가 온 길을 인식하고 후방 100m 지점에 안전삼각대를 설치한 뒤 차량으로 복귀하는 거죠. 차가 씽씽 달리는 고속도로에 삼각대를 들고 후방으로 뛰어다니는 것도 위험하잖아요. 반신반의하면서 ‘2차 추돌방지용 드론’ 특허를 신청했는데, 쉽게 특허등록이 된 거예요. 드론 회사를 만들라는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사명(社名)처럼 ‘우리를 구하는 드론’을 만들었죠.” 

    드론 회사를 설립한 뒤 그는 연구원들과 ‘2차 추돌방지용 드론’을 시작으로 여러 종류의 드론 개발에 뛰어들었다. 2차 추돌방지용 드론은 올해 1월 해외 완성차업체가 투자 의향을 보여 현재 협의 중이다. 강 대표가 요즘 꿀벌 드론과 함께 심혈을 기울이는 드론은 ‘고압송전선 점검용 드론’. 고압송전선을 점검하는 일은 근로자 10만 명 중 31.8명이 사망(미국 건설연구기술센터 통계)할 정도로 위험한 작업인 만큼 반드시 드론이 대체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한국전력공사가 2014년 국회에 낸 자료에 따르면 2009~2013년 송전선 작업을 하던 중 13명이 감전사고로 사망했고 140명이 화상, 손목과 팔 절단 등의 사고를 당했다. 문제는 인력점검이 불가한 154kV 전선에서 단전사고 발생률이 83%에 달해 드론의 필요성이 확연히 높다는 점이다. 

    “고압송전선 점검용 드론은 바람이 많은 곳에서 안전하고 정확하게 전선에 내려앉아야 해요. 드론 기체에 고전압과 자기장을 막아주는 외피를 입혀야 하고, 광학·광섬유카메라와 엑스레이를 사용해 피복 내부 송전선 상태를 정밀 점검할 수 있어야 하며, 송전선의 유해 자기장을 직류로 변환해 자동충전하면서 장시간 전선 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게 핵심 기술이죠.” 

    현재 국내 고압송전선 전체 길이는 3만3000여km. 송전시설 점검에 연간 직원 5000여 명이 투입되고 5500억 원이 사용된다. 주요 10개국 기준으로 송전선 점검 시장은 연간 25조 원 규모에 이른다. 그러나 전선에서 기차바퀴처럼 송전선을 타고 이동하며 점검하는 기존 ‘점검용 로봇’은 전선 간격을 유지해주는 스페이서 댐퍼나 장애물을 만나면 건너기가 어렵고 무게도 80kg에 육박해 정지 및 탈선 사고가 잇따랐다. 

    “드론은 장애물을 만나면 날아서 장애물을 피할 수 있어요. 여기에 배터리 충전 문제도 해결했죠. 대규모 자기장이 발생하는 전선에 앉아 오랫동안 엑스레이를 쏘며 내부 절연 상태를 정밀 점검해야 해 자기장을 이용한 에너지 하베스팅(버려지는 에너지를 수확해 전기에너지로 이용하는 기술) 및 배터리 충전 기술이 중요하거든요. 해외에서도 이 기술을 높이 인정했어요.”

    CES가 주목한 스타트업

    경기 양평의 딸기재배 비닐하우스에서 ‘꿀벌 드론’의 RTK-GPS 시험 장면. 프로그램을 입력하면 밭고랑을 따라 인공수분 및 농약방재를 한다(위). 전선 위에서 시험 중인 ‘고압송전선 점검용 드론’. [사진 제공·세이프어스드론]

    경기 양평의 딸기재배 비닐하우스에서 ‘꿀벌 드론’의 RTK-GPS 시험 장면. 프로그램을 입력하면 밭고랑을 따라 인공수분 및 농약방재를 한다(위). 전선 위에서 시험 중인 ‘고압송전선 점검용 드론’. [사진 제공·세이프어스드론]

    강 대표의 말처럼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8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는 구글과 삼성 등 세계 4500여 기업이 참가했다. 여기서 세이프어스드론의 초고압송전선 점검 드론이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다. 미국 BGI는 투자를 약속했고, 북미 송전점검 시장에 이 드론을 도입할 계획이다. 한 중국 회사는 수십억 원을 제안하며 회사를 팔라 했고, 한국전력공사와는 스타트업 협약을 맺었다. 

    “이탈리아와 인도 등 각국 전력회사가 큰 관심을 보였어요. 송전설비 점검은 매우 위험한 작업인 만큼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상자가 적잖게 발생하니까요. 이후 미국 BGI는 개발 단계마다 100억 원대 이상 투자하기로 했는데, 다른 것보다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한 대회에서 스타트업이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BGI는 미국 환경보건안전(EHS) 전문기업으로 미국 에너지부(DOE)와 항공우주국(NASA) 등 다수 기관과 기업 업무를 맺고 있다. 강 대표는 BGI의 안전설계 자문을 바탕으로 드론을 생산해 8월 중 시험을 거쳐 연말 미국 국제안전표준인증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강 대표는 사실 몇 번 회사를 접을 생각을 했다. 기술력을 믿고 지원금을 신청하면 대부분 담보와 실적을 요구하는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의 문제점 때문이다. 

    “‘회사를 팔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솔직히 팔고 싶더라고요. 지금까지 연구한 옥동자를 내주기 싫어 거절했지만 유혹은 여전합니다. 저는 드론으로 성공하면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싶어요. 사실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아이디어를 키우는 독립된 사무공간과 책상이 있으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아이템을 활성화하는 교육이 필요하죠. 2차적으로 스타트업에게 3000만~5000만 원을 지원해 원하는 시제품을 만들 수 있게 하는 겁니다. 그때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독립시키면 됩니다. 그런데 현재 창업자금을 지원받으려면 담보나 매출을 요구하니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키울 수가 없어요. 투자를 못 받아 포기한 아이디어를 살리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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