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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바치는 와인

독일 프란첸 와이너리 ‘데어 좀머 바 제어 그로쓰’

  •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8-07-24 1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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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리안과 앙겔리나 프란첸. 칼몬트 밭은 모젤강 왼쪽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자리하고 있다(왼쪽부터). [사진 제공 · 나루글로벌]

    킬리안과 앙겔리나 프란첸. 칼몬트 밭은 모젤강 왼쪽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자리하고 있다(왼쪽부터). [사진 제공 · 나루글로벌]

    ‘데어 조머 바어 제어 그로스(Der Sommer War Sehr Gross · 지난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릴케의 시 ‘가을날’의 한 구절이다. 독일에는 이 구절을 이름으로 삼은 와인이 있다. 킬리안 프란첸(Kilian Franzen)이라는 젊은 와인메이커가 아버지에게 바치는 와인이다. 

    킬리안의 아버지 울리히(Ulrich)는 모젤강 하류의 브렘(Bremm) 마을 출신이다. 브렘의 포도밭은 모두 강가 비탈에 자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칼몬트(Calmont)는 유럽에서 가장 경사가 심한(65도) 밭이다. 로마제국은 독일을 정복한 뒤 여러 곳에 포도밭을 일궜는데 칼몬트도 그중 하나였다. 당시 로마제국은 이 밭을 특등급으로 구분하고 칼디우스 몬스(Caldius Mons · 뜨거운 밭)라고 불렀다. 북위 50도의 서늘한 기후에서도 깎아지른 듯한 비탈이 정남쪽을 향하고 검붉은 점판암이 햇빛을 흡수해 한여름에는 밭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때문이다 

    특등급 밭이지만 칼몬트는 지형이 너무 험해 모두 포기한 땅이었다. 이곳의 명성을 되찾아준 사람이 바로 울리히다. 그는 평생을 바쳐 칼몬트를 부활시켰고, 이곳에서 수확한 포도로 아름다운 와인을 만들었다. 하지만 2010년 울리히는 칼몬트에서 포도나무를 돌보다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다. 독일 명문 와인 대학인 가이젠하임대에서 공부하던 아들 킬리안은 학업을 중단하고 급히 고향으로 돌아왔다. 여자친구인 앙겔리나(Angelina)도 그를 따랐다. 둘은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아버지가 운영해온 프란첸 와이너리를 이어갔다. 아버지처럼 뜨거운 여름을 겪은 아들은 아버지를 기리며 ‘데어 좀머 바 제어 그로쓰’(국내 수입사가 외국어 표기법과 달리 표기) 와인을 출시했다. 


    브레머 칼몬트 리슬링(왼쪽)과 데어 좀머 바 제어 그로쓰 와인. [사진 제공 · 김상미

    브레머 칼몬트 리슬링(왼쪽)과 데어 좀머 바 제어 그로쓰 와인. [사진 제공 · 김상미

    이 와인은 독일을 대표하는 화이트 품종인 리슬링(Riesling)으로 만들었다. 사과, 라임, 자몽 등 과일향이 산뜻하고, 마신 뒤에는 상큼한 레몬향이 깔끔한 여운을 선사한다. 무더운 여름 차갑게 식혀 안주 없이 마셔도 좋고, 다양한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신세대가 만든 와인답게 레이블도 개성이 넘친다. 2016년산 레이블에는 한 해 동안 겪은 일이 그려져 있다. 낡은 자동차를 폐차시켰고, 여름에는 비가 많이 왔으며, 프란첸 와인이 해외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처음 만든 스위트 와인의 성공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귀여운 각설탕으로 묘사했다. 

    또 브레머 칼몬트 리슬링은 칼몬트 밭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이다. 레몬, 복숭아, 살구, 파인애플, 구아바 등 농익은 과일향이 가득하고 향긋한 야생화, 달콤한 벌꿀, 은은한 가솔린향이 복합미를 더한다. 첫맛에서는 달콤함이 감돌지만 와인을 목으로 넘긴 뒤에는 부드러운 과일향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겨자향이 톡 쏘는 초계탕과 즐겨도 좋고, 찜닭이나 닭갈비 등 매콤한 여름 보양식과도 궁합이 맞는다. 



    가을 결실을 위해 무더위 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 데어 좀머 바 제어 그로쓰는 그들 모두에게 바치고 싶은 와인이다. 위대한 여름을 만드는 모든 이에게 희망의 건배를! 프란첸 와인은 전국 와인숍과 수입사인 나루글로벌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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