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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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남북고위급회담 후 남북관계

  • | 진행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8-01-16 13: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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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새해를 맞아 꽁꽁 얼어붙었던 한반도에 대화의 훈풍이 불고 있다. 남북은 1월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회담을 갖고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군사당국회담, 고위급 등 각 분야 회담 개최 등 3개 항에 합의했다. 2016년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잇단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로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던 한반도에 2년 만에 대화를 통한 해빙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한반도에 깃든 평화무드 속에서 국내 여론은 큰 기대와 함께 일부 우려의 시각도 내비치고 있다. 오랜만에 조성된 남북대화 분위기를 살려 한반도 평화의 길로 삼아야 한다는 기대가 높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올림픽 기간 대화와 평화 공세를 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남북관계 전문가들과 함께 남북 사이에 조성된 훈풍의 예상 진로를 탐색해봤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본격 시동 걸 때”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지호영 기자]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지호영 기자]

    사회 1월 9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양무진 교수(이하 양) 내용상으로는 함량 미달로 보입니다. 군사회담 개최에 합의했지만 구체적 날짜가 없습니다. 또 남북 간 왕래, 접촉, 교류협력 활성화 부분도 막연하게 명시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2년 만에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성사됐고, 큰 입장 차에도 남북이 3개 항에 합의한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민족 문제를 당사자 해결 원칙 아래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어가겠다고 합의한 것은 긍정적인 대목입니다. 




    “최룡해 · 김여정, 펜스(美 부통령) · 이방카 평창 상봉 기대할 만”

    김정봉 한중대 석좌교수 ·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 [지호영 기자]

    김정봉 한중대 석좌교수 ·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 [지호영 기자]

    김정봉 전 실장(이하 김) 비록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북한) 최고지도자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지시한 만큼 북한도 군사회담 개최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선수단과 응원단 등이 육로를 통해 평창에 오려면 반드시 군사당국회담이 열려야 합니다. 이번 회담에서 아쉬운 점은 이산가족상봉 문제가 합의되지 않은 것입니다. 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남북 고위급회담 때 ‘비핵화’를 언급했는데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았습니까. 북측이 어떤 회담에서든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는 논의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제재 완화, 북 · 미 접촉 노린 北

    사회 북한이 남북대화를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를 피하려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번 남북협상에 드러난 특징을 하나 짚는다면 북한 대표단장인 이선권 위원장의 모두발언을 꼽을 수 있습니다. 회담에 임하는 자세를 두고 ‘천심’과 ‘민심’을 운운하지 않았습니까. 일반적으로 북한은 ‘최고지도자 결단에 의해 나왔다’고 얘기합니다. 이번에 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당국회담을 결부해 ‘민심’을 거론한 것은 우리 측 입장을 감안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또 한 가지 우리는 비핵화, 이산가족상봉, 군사문제 등을 의제로 끄집어냈습니다. 그에 비해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외에는 의제를 거의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번 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전략적 목표가 5·24 대북제재 완화를 통해 남북 교류를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북·미가 접촉하려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도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이 절실하지만, 북한이 이번 올림픽 참가에 집중한 것은 내부적 다급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연말 개최한 당 세포위원장 대회에서 끊임없이 논의된 것이 비사회주의 현상이었습니다. 한국 드라마와 노래, 한국산 제품 등 북한 주민이 한국을 동경하고 있다는 겁니다. 거기에다 남한 홀로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 그 사실까지 USB 저장장치나 SD카드 등을 통해 북한 전역에 퍼집니다.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통해 ‘북한의 도움으로 올림픽이 성공했다’는 이미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 듯합니다.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이라 하지 않고, 겨울철올림픽이라고 합니다. 응원단과 예술단을 남한에 보내 북한 이미지를 개선하고, 대북제재의 부당성을 부각하려는 뜻이 담겨 있는 거죠. 남북이 전면적으로 교류협력하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는 효과도 있고요. 

    대화는 쌍방 모두에게 필요해야 이뤄지는 법입니다. 비사회주의 현상 문제는 김일성 시대부터 사상적 느슨함과 이완을 이유로 정치적으로 활용해오던 것이고요.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는 오히려 비사회주의 현상, 한류 열풍 등이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본 듯합니다. 휴대전화 450만 대가 보급되고, 장마당도 400여 개에 이른다고 하지 않습니까. 비사회주의 문제로 회담에 응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봅니다. 북한은 북·미 간 의제와 남북 간 의제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군사당국회담에서도 비핵화는 의제로 다루지 않을 개연성이 높습니다. 다만 군사적 신뢰 구축 차원에서 군사분계선에서 적대행위, 평창에 오는 선수단 등의 왕래 수단과 경로에 대한 군사적 보장 정도가 논의될 공산이 큽니다. 그렇다 해도 큰 틀에서 신뢰를 쌓고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는 측면에서는 남북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남북 화해협력 분위기로 美의 北 타격 계획 저지

    1월 9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 참석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전체회의 시작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1월 9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 참석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전체회의 시작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적극적인 이유를 말씀드렸는데, 한국과 국제사회에 영향을 끼치려는 측면도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국가체육지도위원장(체육위원장)을 최휘로 바꿨는데, 최휘는 평생 선전선동을 해온 사람입니다. 그 사람을 국가체육지도위원장에 앉힌 것은 평창동계올림픽 무대를 선전선동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이런 메시지를 보내려는 거죠. ‘북한은 아름다운 여성이 사는 곳이다. 아름다운 여성이 사는 나라를 왜 제재하느냐.’ 북한이 화성-15형을 발사한 이후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ICBM 완성 때까지 3개월가량 시간이 남았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그 3개월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과 겹칩니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자신들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첫째라면, 남한과 교류협력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해 남북 화해협력 분위기가 조성되면 미국이 북한을 타격하려는 계획을 수포로 돌아가게 만들 수 있다고 보는 거죠. 

    사회 북한 체제의 안전판을 넓히려고 평창에 대규모 방문단을 보내는 것이다? 

    남북 간 교류협력을 확대해 체제를 유지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죠. 

    북한의 의도를 어떻게 정확히 알 수 있겠습니까. 북은 유화국면으로 시간을 번 예도 있고, 평화공세로 체제를 선전하기도 했으며, 민족 동질성 회복의 토대를 마련한 적도 있습니다. 최휘 체육위원장이 선전선동부 부부장 출신인 것은 맞지만, 지금은 북한 근로단체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측근입니다. 모란봉악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죠. 최휘 한 사람을 체육위원장에 앉혔다고 사회주의 우월성의 선전선동에 집중한다고 보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남북 고위급회담 합의문을 보면 민족이 단합해 민족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자는 대목도 있습니다. 순수하게 볼 대목도 나옵니다. 2002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 650명 정도가 왔는데, 그때 남북이 동질성을 회복하고 우리 민족의 저력을 국제사회에 보여준 측면이 있습니다. 관점에 따라 다른데, 북한의 의도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철저히 대응해 우리 장단에 북한이 춤추게 하면 오히려 우리 체제의 우월성을 북한에 과시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순수하게 올림픽에 참가하러 오겠나. 김정은 체제 선전하러 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국민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새길 필요는 있습니다. 

    사회 북한이 이산가족상봉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남북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진정성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산가족상봉의 필요성은 남북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다만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지만 북한은 정치적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그래서 항상 논쟁의 대상이 됩니다. 

    북한 내부적으로 이산가족 가운데 남한에 내세울 만한 그들 나름의 중산층이 고갈됐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산가족상봉이 인도적 문제이지만 북한에게는 보통 복잡한 문제가 아닙니다. 상봉 전에도 한 달간 교육시키고, 상봉 끝나면 서너 달을 교육시키고, 또 평생 감시해야 하니까 그게 굉장한 부담이 되는 거죠. 

    사회 남북대화의 물꼬가 트였는데, 1·9 고위급회담이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전권을 행사하고, 우리도 대통령이 남북관계 부분에서 중요한 결단을 내립니다.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한 단계 도약하려면 정상회담의 정례화가 중요합니다. 다만 정상회담을 위한 환경과 여건은 누가 조성해주는 게 아닙니다. 스스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 한반도 평화체제는 남북문제이면서 동시에 국제문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미, 한중, 남북 간 환경을 정부가 만들어가야 합니다. 집권 2년 차에는 꼭 정상회담을 열어야 합니다. 

    사회 집권 2년 차면 올해인데, 가능할까요. 

    우리 스스로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환경과 여건을 조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남북 간 근본적인 긴장을 완화하려면 정상회담밖에 없습니다. 남북정상이 회담한다 해도 북측이 우리와 비핵화를 논의할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답을 말씀하셨습니다. “여건이 조성되고 성과가 담보돼야 한다.” 이것이 정확한 얘기입니다.

    남북 입장 차 큰 이산가족상봉 문제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평창에서 평화의 물줄기가 흐르게 된다면 이를 공고한 제도로 정착해나가겠다. 북핵 문제 해결과 평화 정착을 위해 더 많은 대화와 협력을 이끌어내겠다”며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에 필요하다면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해 어떠한 만남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 남북대화가 시작된 이후 ‘남한이 북한 의도대로 끌려가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북한의 전략·전술로 남남이 분열하고 한미 간 갈등이 생기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국민의 지적 수준은 전문가 이상입니다. 다만 남북대화 성사에 대한 판단 기준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으로 이뤄졌다고 할 테고, 우리는 지속적 대화를 제의한 노력의 결과라고 할 것입니다. 미국은 미국대로 북을 최대한 압박한 결과라고 하겠죠. 중요한 사실은 한미동맹의 기조가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고 제재해 대화로 이끄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남북대화는 시작됐지만 아직 북·미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고, 지금 시작될 수도 없습니다. 

    사회 어떤 점에서 북·미 대화가 시작될 수 없다고 보십니까. 

    우리는 이번에 대화 조건을 거의 내세우지 않았지만 미국은 비핵화를 위한 것이 아니면 대화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압박과 제재라는 점에서 한미의 의견은 같지만 대화 조건은 다른 거죠. 결국 우리가 중재자가 돼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구실을 해야 합니다. 이번 남북대화를 통해 미국과 북한을 설득하고 북·미 대화로 이어질 수 있게 해야죠. 미국을 상대로는 (북 · 미) 대화 조건을 완화하도록 중재하고, 북한을 상대로는 비핵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노력하도록 하는 구실을 해야 합니다. 

    사회 문재인 정부가 얘기하는 운전자론과 맥이 닿는 말씀이군요. 

    그렇게 되기까지 지켜봐야죠.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고위급회담 성사 직전인 1월 4일 전화통화를 통해 ‘한미 군사훈련 연기’를 합의한 데 이어, 10일 남북 고위급회담 이후 다시 전화통화를 했다. 한미 정상은 이 전화통화에서 남북대화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넘어 자연스럽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시점과 상황에 북한이 대화를 원할 경우 미국은 늘 열려 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北 체제 유지의 마지막 기회”

    미국 내에서 처음에는 ‘한미동맹을 이완하려고 북한이 대화를 제안했다’고 보는 부정적 여론이 많았는데 갑자기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준수한다’ 하고, 대북 압박을 강력하게 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 이후 트럼트 대통령의 입장이 바뀌고 미국 조야의 태도도 변한 거죠.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움직일 수 없는 원칙이다. 유엔 안보리 제재안도 철저히 준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뿐 아니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도 유엔 안보리 제재, 북한 비핵화와 연계돼 있어 우리 혼자 결정하지 못한다”고 분명히 선포했습니다. 

    한미정상이 통화를 통해 군사훈련 연기에 합의한 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를 결심하게 만든 원인이 된 것은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회 평창동계올림픽에 북측이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키로 합의했는데요. 대표단으로 누가 오는 것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보십니까. 

    북한 2인자로 여겨지는 최룡해가 내려오는 게 좋겠죠. 김정은 위원장이 절대적으로 신임하는 만큼 우리 정부의 뜻을 김 위원장에게 바로 전달할 수도 있고요. 또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미국 대표단을 통해 미국에 전달할 수도 있고요. 

    사회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은 어떻습니까. 

    최고지도자의 여동생이라는 상징성은 있지만, 1987년생으로 아직 어린 나이라 국제무대에서 능수능란하게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다만 최룡해가 대표로 내려올 때 함께 와 펜스 미국 부통령,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와 만난다면 좋은 그림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최룡해-김여정 같은 북한 고위급이 내려와 미국 측 대표단에게 ‘핵실험 더는 안 한다. 장거리미사일 발사도 안 한다’고 약속하면 미국이 언급한 대화를 위한 조건이 됩니다. 최룡해-김여정이 펜스 부통령과 이방카에게 얘기한다면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죠. 평창동계올림픽은 한반도 정세를 평화로 이끌어 북한이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미국에게 군사옵션을 선택할 빌미를 줄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김 위원장의 측근이면서 정치국 후보위원이고, 체육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휘가 올 것 같습니다. 김여정은 선전선동부 부부장 또는 부장인데, 체육이나 남북관계와 관련해 마땅한 역할이 없기 때문에 올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최룡해는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서열 2위인 데다, 중국과 러시아에 특사로 다녀온 사례가 있습니다. 상무위원 관점에서 본다면 올 수도 있지만, 당 조직지도부장이 북한을 비운 사례가 없어 확률은 낮다고 보입니다. 그 대신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이 올 수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법적으로는 북한 행정부 수반입니다. 요약하면 북한 대표단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김영남 → 최룡해 → 김여정 순이 아니겠나 생각됩니다.

    “북 · 미 대화 견인해 비핵화 평화체제로”

    저는 김영남보다 최룡해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외교관 출신인 김영남은 중국 관계 등 국제무대에서는 제 역할이 있을 수 있지만, 남북관계에서는 최룡해가 더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때 최룡해, 황병서, 김양건 세 사람이 왔는데 이번에도 최룡해, 최휘, 김인국 체육상 등 3명이 대표단을 꾸려서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회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남북회담이 순항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변수는 많죠. 한반도 문제는 남북문제이면서 동시에 여러 국제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 한미가 한목소리를 낸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다만 성공적인 회담을 위해서는 남북 당국자 모두가 언행에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북 공동입장, 공동응원 등은 2000 시드니올림픽 등 과거 사례가 많은 만큼 합의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다만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로 북한 선수단, 응원단, 대표단 등의 체제비 등을 지원하는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와 충분히 논의해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올림픽의 성공을 강조하고 있고, 김정은 위원장도 대화에 성실히 임해 성과를 거두라고 했으니 실무회담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사회 남북대화 재개를 통해 조성된 한반도 평화무드가 항구적 평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남북대화 역사를 보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남북대화도 평창동계올림픽 때까지는 무리 없이 가겠지만, 그 후에는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그런 점까지 고려해 대화를 이어가야 합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관계가 진전되기 어렵습니다. 북핵 때문에 남북관계가 북·미 관계의 종속변수처럼 됐으니까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회담이 북·미 회담으로 연결되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합니다. 4월 1일 한미연합훈련이 재개되면 이후 한반도 정세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이 북·미 대화에도 응하고 유연한 태도를 보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특히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는 6자회담 대표가 다 모일 겁니다. 북한이 유연한 태도를 보이면 4자, 6자회담의 개최 여건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그랜드 플랜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플랜에 시동을 걸 때가 됐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북한과 미국을 설득해 북·미 대화를 견인하며 4자, 6자회담을 촉진해 비핵화와 평화체제로 한 단계 전진하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북·미 대화를 견인하려면 북한을 상대로 비핵화 의지를 보이라고 설득하고, 미국을 상대로는 대화 요건을 완화하라고 설득해야 합니다. 우리의 창조적 중재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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