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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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2017 알바실록

“대기업에서 알바해도 임금 제대로 못 받네”

롯데월드 '임금 꺾기' 방식으로 미지급 논란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7-11-21 17: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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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동아일보]

    대기업에서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는 논란이 또 불거졌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롯데아쿠아리움) 측이 ‘임금 꺾기’ ‘쪼개기 계약’ 등의 방식으로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임금을 덜 줬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롯데는 3월 롯데시네마에서 같은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중소업체에 비해 급여 규정이 확실한 대기업에서조차 임금을 덜 주는 사태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 그럼에도 대기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더 낫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부 중소업체에서는 급여가 밀리거나 아예 주지 않는 경우도 있는 탓이다.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연대알바노조(알바노조)와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의원은 9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롯데아쿠아리움 근로기준법 위반을 규탄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롯데월드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임금을 덜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7개월 전 해명은 거짓말이었나

     알바노조에 따르면 롯데월드는 ‘임금 꺾기’를 통해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실제 일한 시간에 비해 급여를 덜 준 것으로 드러났다. ‘임금 꺾기’란 기업이 급여로 인정하는 근로시간의 최소 단위를 1시간 혹은 30분 등으로 설정하고 이에 미치지 못하는 시간 동안 일한 것에 대해서는 급여를 주지 않는 것이다. 롯데월드는 1시간 단위로만 근로시간을 인정해왔다. 

    롯데아쿠아리움에서 일한 아르바이트생들은 매일 출퇴근시간을 직접 수기로 작성했다. 근로시간 단위가 1시간이므로 59분 일찍 출근하더라도 출근시간은 정시 출근으로 기입해야 했다. 퇴근시간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와 같은 임금 산정 방식은 위법이다. 



    롯데월드의 임금 미지급 사실이 드러난 것은 전산지문확인 시스템 덕분이다. 롯데아쿠아리움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출퇴근 때 반드시 사무실에 들러야 한다. 이때 전산지문확인 시스템에 출퇴근시간이 기록되는데 이 시간과 수기로 기입한 출퇴근시간이 평균 30분, 많게는 90분까지 차이가 났다. 아르바이트생들은 하루 평균 30분가량 무급 노동을 한 것. 

    알바노조에 제보한 롯데아쿠아리움 아르바이트생 3명은 각각 33만 원, 90만 원, 144만 원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롯데아쿠아리움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은 모두 35명. 알바노조는 롯데아쿠아리움 측이 ‘임금 꺾기’를 통해 아르바이트생 임금으로 매년 4867만 원을 덜 줬을 것으로 추산했다. 

    롯데가 이와 같은 방식의 임금체불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3월 롯데시네마에서 똑같은 문제가 발생해 롯데시네마 본사 앞에서 알바노조가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서는 롯데시네마 아르바이트생이 직접 ‘임금 꺾기’와 관련해 증언하기도 했다. 당시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2월 이후로는 아르바이트생 급여를 분급으로 계산해 지급 중이다. 알바노조에서 발표한 내용은 조치 전에 생긴 문제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알바노조는 롯데아쿠아리움 측이 ‘쪼개기 계약’으로 퇴직금 지급도 피했다고 주장했다. 아르바이트생이라도 1년간 근무하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롯데월드 측은 2~3개월마다 새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왔으며, 이를 합쳐 11개월 이상 근무하려면 특정 시험을 치르고 내부 회의를 거쳐야 했다. 

    롯데월드는 일단 근로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서형수 의원실에 따르면 롯데월드는 근로기준법 위반사항과 관련해 내부 점검을 진행하고 아르바이트생 계약 기간 변경 등 근로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월드가 맨 처음 개선에 나선 것은 근로시간 기록부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수기와 전산지문확인 시스템으로 이원화된 근로시간 확인을 수기 기록부로 일원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전산시스템이 아닌 수기로 일원화한 이유를 묻자 롯데월드 측은 “전산지문확인 시스템은 출퇴근 외에도 사무실을 드나들 때마다 체크하는 방식이라 출퇴근시간 확인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알바노조는 롯데월드의 개선책이 반쪽짜리라고 주장한다. 알바노조 관계자는 “아직 미지급 임금을 주겠다는 등의 내용이 없다. 면피용 개선책이 아닌, 확실한 보상과 추후 근로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기업도 믿을 수 없지만

    9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근로기준법 위반 규탄’ 공동 기자회견 현장.[뉴스1]

    9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근로기준법 위반 규탄’ 공동 기자회견 현장.[뉴스1]

    롯데에서 1년에 두 번이나 비슷한 방식의 임금 미지급 문제가 발생했지만, 롯데 말고도 아르바이트생에게 제대로 임금을 주지 않은 기업은 많다. 고용노동부가 2월 한 달간 국내 3대 주요 멀티플렉스 극장(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48곳을 근로감독한 결과 91.7%인 44곳에서 아르바이트생 7361명이 임금 꺾기 방식 등으로 급여 3억6400만 원을 받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랜드파크가 1년간 외식사업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일한 아르바이트생 4만4360명에게 급여 83억72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아르바이트생은 그래도 대기업 프랜차이즈에서 일하는 편이 낫다고 얘기한다. 중소업체에서는 정규 근로시간에 대한 급여조차 제대로 주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 

    2년째 한 멀티플렉스에서 일하고 있는 장모(25·여) 씨는 그 전에는 집 근처 카페에서 6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했다. 카페에서 일하는 것이 재미있고 집도 가까워 편했지만 월급날마다 기분 좋게 월급을 받은 적이 없었다. 원래 계약했던 금액보다 적었던 것. 업주는 그에게 사정이 어렵다며 다음 달에 못 준 월급까지 주겠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장씨는 일을 그만두는 날까지 제대로 된 급여를 받아본 적이 없다. 그는 “적어도 대기업 프랜차이즈에서 일하면 내 예상보다 급여가 적게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며 아르바이트 자리를 옮긴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부터 대기업 프랜차이즈 테마파크에서 일하고 있는 윤모(26) 씨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외에는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드물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르면 모든 기업은 일주일간 소정의 근로일수를 개근한 근로자에게 하루치 임금을 주휴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윤씨가 일하는 곳은 주휴수당을 통상시급에 묶어 지급하는 포괄시급제도로 임금을 주고 있다. 그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방학 때마다 중소기업 공장에서 종일제 아르바이트를 했다. 방학 때 돈을 바짝 벌어 복학한 뒤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손에 쥐는 돈은 그의 계산과는 달랐다. 그는 “주 5일을 야근까지 해가며 일했다. 하지만 주휴수당은커녕 야근·연장수당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알바노조 관계자는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편법으로 법을 피해가려 하고, 작은 규모의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상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수당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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