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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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태훈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사무국장

“갑질 오너 밉다고 불매운동 하면 가맹점은 더 힘들어요”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7-08-04 17: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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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화한 거리를 지날 때면 익숙한 간판들이 눈에 띈다. 빵집, 피자 가게, 빙수 가게, 김밥집 등 하나같이 유명 프랜차이즈의 가맹점들이다. 이들은 모두 본사의 관리·감독 하에 운영되고 있다. 본사가 동업자라 할 수 있는 가맹점주의 이익도 신경 써서 챙겨주면 좋으련만, 오히려 갈취하고 물품을 강매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곳도 많아 최근 문제가 잇따라 불거졌다.

    이들 가맹점주의 속사정을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는 조직이 있다. 2015년 창설된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연석회의)가 바로 그곳. 초기에는 6개 브랜드 가맹점주 협의회가 모여 꾸려졌지만 지금은 22개 협의회가 가입해 활동 중이다. 8월 초 이곳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김태훈 사무국장을 만나 현재 가맹점주들이 처한 환경과 그들의 권익 증진을 위해 연석회의 차원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요즘 프랜차이즈 본사 갑질 문제가 연일 대두되다 보니 주목받고 있다. 연석회의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이 2013년 개정되면서 점주들이 단체를 설립할 수 있게 됐어요. 브랜드마다 뜻이 있는 점주끼리 모여 협의회를 만들었고, 정보를 나누며 친분을 다졌죠. 그러다 2015년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설빙, 미스터피자, 피자헛, 본죽 등 6개 브랜드 가맹점주 협의회가 모였어요. 이후 같이하고 싶다는 협의회가 늘어나 편의점업, 서비스업, 자동차서비스업 등 16개 브랜드가 합류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규모가 꽤 커졌다.
    “그렇지 않아요. 우리나라 가맹사업 본사가 5000개가량 되는데 가맹점을 100개 이상 가진 곳이 280여 개예요. 거기서 점주들끼리 모인 협의회가 운영되는 곳은 30개 남짓입니다. 그중에 22개면 적은 수죠.”

    협의회에 가입한 점주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활동할 것 같다.
    “사명감이 없으면 못하는 일이죠. 보통 기업 노조는 같은 건물에서 일하기 때문에 언제든 만나서 의논할 수 있지만, 우리는 전국에 산재해 있다 보니 의견 교환도 쉽지 않아요. 또 전체 이익을 위해 개별 협의회 이익에 반하는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는데, 이 경우 협의회에서 탈퇴하기도 해요. 아무래도 생계형 점주가 대부분이다 보니 본사에 찍혀 불이익을 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도 많죠. 그래서 우리끼리는 ‘진정한 가맹점주 협의회 회장은 본사로부터 해지 통보를 받은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점주들 문제, 본사에 전달하는 것이 주 업무

    연석회의는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점주들의 문제 제기가 많은데 그걸 언론에 다 알리려면 한도 끝도 없을 거예요. 일단은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대화를 유도하죠. 본사는 대부분 시정하고, 서로 절충안을 찾아요. 일을 크게 만들어봐야 좋을 게 없으니까요.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본사는 해결이 전혀 안 되는 곳들이에요. 그런 본사와 상대하는 점주들은 정말 힘들어요. 시간도, 돈도 없는 점주들은 시간만 끄는 본사의 장기전에 버틸 재간이 없거든요. 이 밖에도 점주들의 목소리를 국회나 시민단체에 알리는 일을 하고, 협의회들을 뒷받침하는 구실도 하고 있어요. 또 연석회의에 당장 가입하지 않더라도 협의회 운영 시스템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연석회의 운영진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공동의장이 2명 있고 교육국장, 정책국장, 사무국장이 실무를 담당해요. 또 서울시에서 민생호민관을 파견해줘서 여러 가지 법적인 도움을 받고 있죠. 22개 협의회 회장이 모여 대표자회의 의결기구를 운영하는데 모든 안건을 만장일치제로 결정하고 있어요.”

    운영비용은 어디서 마련하는지.
    “가입 협의회로부터 회비와 후원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6개 브랜드 협의회에서 300만 원씩 내 종잣돈으로 썼고, 이후 연석회의 가입 시 소정의 가입비를 받고 있어요. 협의회 규모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회비와 가입비는 차등을 뒀죠. 이렇게 들어오는 돈을 투명하게 지출하고 있어요. 저는 상근직인데 최저임금보다 덜 받지만 예전에 도움을 준 분이 많아 보답 차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측 인사를 심어 조직 와해하려는 본사

    7월 중순 연석회의와 참여연대는 MP그룹의 정우현 전 회장과 최병민 대표이사, 정순태 고문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 협의회 회장 선거에 사측 사람을 내세운 것이 밝혀졌기 때문. 이외에 피자에땅 본사 역시 협의회에 가입한 점주들을 사찰한 사실이 드러나 고발했다. 연석회의는 협의회에 가입한 점주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근 미스터피자, 피자에땅 본사를 고발했는데 자세한 사정을 말해달라.
    “본사에서 협의회를 무너뜨리려 했어요. 미스터피자의 경우 가맹점주 협의회 운영진으로 활동하던 분이 점주들에게 ‘사측에서 협의회 회장 선거에 나가라고 지시했다’고 양심선언을 하면서 알려졌어요. 미스터피자 협의회는 회장을 다시 선출했습니다. 피자에땅의 경우 협의회를 만들 때부터 본사에서 점주들을 사찰했어요. 심지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협의회에 가입한 점주들을 압박했죠. 결국 찍어서 폐점시키더라고요. 그래서 검찰에 본사를 고발했습니다.”

    본사 훼방이 상당한데, 다른 어려움은 없나.
    “본사가 친분이 있는 점주, 친·인척 점주를 내세워 어용 협의회를 만드는 경우도 있어요. 이들은 협의회에 가입하면 오히려 본사에서 혜택을 주니까 본사의 말을 더 잘 듣죠. 본사의 방패막이가 돼 가맹점주끼리 싸우게 하기도 해요. 미스터피자 재건위원회가 대표적이죠. 이 밖에 ‘본사모’(본사를 사랑하는 모임)도 있어요.”

    혹시 사무국장도 가맹점을 운영했는지.
    “본죽 가맹점을 11년 정도 운영했습니다. 직장생활을 10년 넘게 하고 퇴직하면서 차렸죠. 처음에는 ‘누가 죽을 먹을까’ 싶었는데, 시장조사를 해보니 월급쟁이만큼 먹고살 정도는 벌겠더라고요. 주변 소문도 좋았고요. 그래서 시작했는데 협의회 활동을 하면서 접었습니다. 왜 폐점했는지는 2015년 10월 본죽 본사와 점주가 상생협약을 맺으면서 발설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본사에 악감정은 없는 것 같다.
    “본죽은 그나마 2년 전에 맺은 상생협약을 잘 지키고 있어요. 그런데 같은 날 상생협약을 맺은 피자헛은 전혀 지키지 않고 있죠. 예를 들어 부산 명장점이 10년이 되자마자 가맹해지를 통보했어요. 상생협약에 일방적으로 해지하지 않기로 약속해놓고도요.”

    김 사무국장도 한때는 가맹점주였다. 제대로 준비해 창업하고 싶었지만 생계에 타격을 받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선택했다. 그래도 퇴직금에 대출까지 받아 문을 연 첫 가게에 기대가 컸다.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러나 본사와 갈등을 겪었고 점주들을 대표해 앞장서다 결국 가맹점을 접었다. 그는 지금도 창업을 준비하는 이에게 하고픈 말이 많다고 했다.

    왜 일반 영업점이 아닌 프랜차이즈를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불안해졌어요. 돈을 벌지 않고 쓰기만 하니 부채가 늘고, 생계를 빨리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점주 대부분이 저처럼 창업하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없어요. 두어 달 만에 문을 열어야 하는데 프랜차이즈는 노하우와 기술을 가르쳐주고, 장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도 주죠. 인근 지역의 지점이 얼마가량 벌고 있으니 여기에 문을 열면 얼마 정도 벌 거라는 매출 예상액도 뽑아줘요. 결국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선택하게 되는 거예요.”

    문을 닫는 가맹점도 많은데 11년 동안 운영했으니 장사가 잘된 편인 것 같다.
    “수익은 월급쟁이 수준이었어요. 장사가 잘된다기보다 직장 개념이었죠. 지난해 통계청 자료를 보면 가맹점주의 월평균 임금이 220만 원으로 일반 노동자의 280만 원에 비해 훨씬 적어요. 아르바이트생보다 못 버는 사람이 많죠. 예전 같으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간만 장사를 하는데, 지금은 평생직장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분이 상당수죠. 그래서 10년간 보호하도록 한 가맹사업법을 보완해야 합니다. 직장인은 10년 동안 일했다고 나가라고 하지 않잖아요. 점주들은 전 재산을 투자해 운영하는데 가맹해지를 해버리면 사망선고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가맹점 창업은 여전히 창업희망자의 우선순위인데, 조언이 있다면.

    “힘들더라도 정보를 최대한 모아야 합니다. 직접 점주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많이 들어봐야 해요. 또 프랜차이즈 가맹거래에 대한 법률적 지식을 제공하고 본사로부터 정보공개서를 받아 전달하는 것은 물론, 계약서까지 검토해주는 가맹거래사의 도움을 받으세요. 정보공개서는 창업예정일 14일 전 받을 수 있는데 그 기간 자신이 운영할 가맹점의 본사 정보를 분석, 파악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상한 점을 파악해 창업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일종의 보호 장치죠.”




    창업 준비 오래할 여유 없어 가맹점 선택

    연석회의 운영진으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명예, 돈 등 얻는 건 없지만 매일 보람을 느껴요. 장사만 하던 저 같은 사람이 연석회의 사무실에 나와 일하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죠.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아무래도 피자연합을 이끌던 이종윤 대표가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죠. 연석회의를 찾아와 힘내라고 응원해주던 분이었어요. 미스터피자 가맹점주였는데, 보복 출점을 당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어요. 지난해 말 미스터피자 협의회가 농성을 벌일 때 서울시가 도와주겠다고 해서 본사와 합의점을 찾고 있었어요. 그때 사실 이종윤 대표가 얼마나 심한 갑질을 당하고 있는지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이었는데, 괜히 나섰다 협상에 걸림돌이 될까 봐 결국 보도자료도 돌리지 못했어요.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해 너무 안타깝습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은.
    “프랜차이즈가 아무리 미워도 불매운동은 자제했으면 합니다. 저희도 갑질하는 오너와 본사가 너무 밉죠. 그런데 사람들이 불매운동을 해버리면 점주들은 당장 생계가 막막해져요. 점주를 돕고 싶다면 오너와 본사를 상대로 청와대에 민원을 넣는다든지, 검찰에 투서를 한다든지 등 오너가 법적으로 조사받을 수 있게 힘을 모아줬으면 해요. 또한 가맹점주에게 따뜻한 말로 용기를 주고, 싸울 수 있는 힘을 주기 바랍니다.”


    고(故) 이종윤 피자연합 동인천점 점주 및 협의회 대표 | 왜 젊은 피자 가게 사장은 목숨을 끊었나

    3월 중순 인천 중구의 한 주택에서 피자 가게 사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자살로 결론 내렸지만 이면에는 미스터피자 본사의 갑질이 있었다. 숨진 이종윤(41) 사장은 지난해까지 미스터피자 가맹점주 협의회 회장이었다.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 그는 외국계 피자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2007년 미스터피자 본사로 자리를 옮겨 마케터로 일했다.

    그러던 중 가맹점을 차렸고, 열의를 갖고 일한 덕에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가게 운영 8년 동안 본사는 해가 갈수록 식자재를 비싸게 납품하고, 과잉 광고료를 받는 등 가맹점을 악용하는 일을 반복했다. 결국 이 사장은 협의회 대표로 나서 1인 시위, 언론 제보 등 본사의 불공정행위를 알리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이 사장은 미스터피자를 정리하고 올해 1월 다른 가맹점주들과 함께 ‘피자연합’이라는 협동조합 방식의 회사를 만들어 가게를 열었다. 그러나 미스터피자 본사는 이들의 식자재 조달 루트를 막는 등 영업을 방해하고, 피자연합 인근에 미스터피자 직영점을 내는 등 보복 출점을 강행했다. 이 사장은 이를 알리려 기자회견을 준비하던 중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등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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