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9

2000.04.13

괴물센터 홀 “붙지마! 다쳐”

  • 입력2006-05-10 12: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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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센터 홀 “붙지마! 다쳐”
    현대의 ‘괴물센터’ 로렌조 홀은 한창 열기를 더해가는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의 ‘뜨거운 감자’다.

    올 시즌 이은호(신세기), 전희철 이인규 김상우(이상 동양) 등이 그의 과격한 플레이로 부상당했고 챔프전 들어서는 한국의 간판센터 서장훈까지 그의 ‘덩어리 농구’에 나뒹굴고 있기 때문이다.

    27세의 홀은 203cm 127kg의 거한이다. 미국 조지아대학을 평범한 실력으로 졸업(NBA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했고 NBA의 2부 리그 격인 미국 USBL리그에서 ‘식스맨’으로 활동하다가 한국무대에 특급용병으로 스카우트됐다. 지난해 용병트라이아웃에서 2순위로 SK에 지명됐으나 골드뱅크의 납득하기 어려운 1순위 지명권행사를 고려하면 사실상 최고용병으로 화려하게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다.

    홀은 덩크슛은 잘한다. 파워와 높이가 있다. 하지만 농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슈팅이 거의 아마추어 수준이다. 자유투는 두 개 중 하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 실패한다. 그 외의 ‘장기’가 바로 팔꿈치를 ‘무기’로 한 골밑 돌파와 심판의 눈을 속이는 ‘발걸기’다.

    28일 3차전에서도 그는 서장훈의 양발 사이로 교묘하게 발을 걸어 서장훈의 왼발 부상을 야기시켰다. 30일 4차전에서는 넘어진 서장훈의 ‘왼발’을 슬쩍 밟기까지 했다. 심판은 홀의 파울을 선언하지 않았다. 서장훈은 “맥도웰(현대)이나 윌리포드(전 기아) 같은 기량이 있는 용병한테 당하면 억울하지도 않지만 홀은 정말 심하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홀에 대한 현대선수들의 반응은 다르다. ‘귀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착하다는 것이다. 생활도 모범적이고 훈련도 용병답지 않게 열심히 한다고 한다. 어린이 암 환자 병동을 위문할 정도로 인정도 많다. 그는 짝짝이 양말을 신거나 이유 없이 검은 테이프를 어깨에 붙이고 뛰는 등 장난스런 행동을 해 팀 분위기를 띄운다고 한다.

    홀의 우상은 NBA 샤킬 오닐(LA레이커스)이다. “오닐처럼 자유투 못쏜다”는 놀림을 듣고도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그는 복싱선수처럼 마우스피스를 끼고 경기에 나설 정도로 ‘파이팅’을 좋아한다. 사실 파이팅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다. 한국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은 ‘파워’를 맹신하는 홀의 플레이가 우연하게 드러난 경우고 서장훈에 대해서는 홀이 특별한 라이벌의식을 갖고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는 설명도 있다.

    29일 저녁 홀은 TV스포츠뉴스에서 자신 때문에 부상당한 서장훈의 모습이 나오는 것을 보고 동료 조성원에게 “그가 뭐라고 인터뷰하더냐”고 물었다. 서장훈은“할 말이 없다”고 말했었다. 홀은 득의양양했다고 한다.

    이 시간 서장훈은 같은 뉴스를 보면서 필자에게 이렇게 자신의 진짜 심정을 말했다. “홀에 대한 억울함(일방적인 거친 플레이에 부상까지 당했는데 심판들은 불어주지 않은 것) 때문에라도, 장애자가 되는 한이 있어도 열심히 뛰어 우승을 차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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