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04

2019.08.30

캣닥터 이영수의 세·모·고(세상의 모든 고양이)

소리 없이 찾아오는 고양이 심장병

  • 수의사·백산동물병원장

    vetmaster@naver.com

    입력2019-09-02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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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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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은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몸의 기관이다. 몸속 혈액을 돌게 해 생명을 유지시키는 펌프 같은 역할을 한다. 가운데에 큰 벽이 있는 4개의 작은 방으로 이뤄져 있다. 고양이도 심장병에 걸리는데, 특히 ‘비대성 심근증’이 많이 생긴다. 

    비대성 심근증은 심장의 방과 방 사이 벽이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심장 벽이 두꺼워지면 심장 안쪽 공간이 점차 좁아진다. 이로 인해 심장이 한 번 수축할 때 온몸으로 흐르는 혈액 양이 적어지고, 그만큼 심장은 더 많이 일하게 된다. 심장 안쪽 공간이 좁아질수록 심장이 아무리 수축해도 혈액 흐름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양이 비대성 심근증이 무서운 이유는 병이 많이 진행될 때까지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아픈 것을 숨기고 매사 조심하는 성격이다. 심장병으로 기침을 하는 경우도 흔치 않다. 산책할 때 쉽게 지치거나 ‘헥헥’거리는 증상도 관찰하기 어렵다. 

    고양이가 심장병에 걸린 경우 가장 흔히 보이는 증상은 입을 벌리고 숨 쉬는 ‘개구호흡’이다. 갑자기 개구호흡을 심하게 한다면 심장병이 많이 진행됐거나, 폐에 물이 차는 단계까지 이른 응급 상황일 수 있다. 자칫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으니 바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메인쿤과 래그돌은 조기 검사 필수!

    비대성 심근증 치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이다. 특히 메인쿤과 래그돌에서 많이 발견된다. 이 품종이라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고양이 심장병 조기 진단을 위해 유전자 검사, 심장 호르몬 검사 같은 여러 검사가 개발돼 있다. 가장 핵심은 심장 초음파 검사다. 이를 통해서만 심장 벽의 두께나 여러 기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 비대성 심근증의 무서운 합병증은 ‘동맥 혈전 색전증’이다. 심장 안에서 생긴 혈전(혈액이 뭉친 덩어리)이 뒷다리 쪽으로 흐르는 큰 혈관을 막아 생기는데, 갑자기 뒷다리에 큰 통증을 동반하면서 마비가 온다. 발에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피부가 창백하고 푸른색으로 보이며, 발 전체가 차게 느껴지기도 한다. 보통 멀쩡하다 갑자기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개구호흡보다 더 응급할 수 있으니 병원에 빨리 가야 한다. 

    평상시 집에서 고양이가 자고 있을 때 분당 호흡수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 논문에 의하면 고양이의 수면 중 호흡수가 분당 30회가 넘어가거나, 평소보다 빠르면 심장 또는 폐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평상시 호흡수가 분당 30회 이상으로 빠르거나, 나이가 들수록 점점 빨라진다면 심장 질환에 대한 검사와 진료를 꼭 받아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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