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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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의 ‘움직이는 군사기지’, 항모 2척이 서해를 휘젓고 다닌다

건국 70주년 맞아 항공모함 2척 시대 개막 … 첫 자체 건조한 산둥호 실전배치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9-09-02 09: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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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해군이 2017년 첫 국산 항모인 산둥호의 진수식을 갖고 있다. [China Military]

    중국 해군이 2017년 첫 국산 항모인 산둥호의 진수식을 갖고 있다. [China Military]

    중국 산둥성 북동쪽 웨이하이시 앞바다에 있는 류궁다오(劉公島). 과거 청나라 북양해군 사령부가 주둔했던 이곳은 청일전쟁(1894~1895 · 중국은 갑오전쟁, 일본은 일청전쟁이라 부름)의 승패가 결정된 역사적 장소다.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막강하다고 자부하던 북양함대는 1895년 2월 2일 이곳에서 일본 함대와 해전을 벌였지만 참패했다. 북양함대 함정은 모두 격침되고 수병 5000여 명이 전사했다. 북양함대 사령관인 정여창(丁汝昌) 제독은 이 섬에 고립된 채 원병조차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자결했다. 이후 일본군은 파죽지세로 산둥성과 랴오둥 반도 등을 장악했다. 패배한 청나라는 같은 해 4월 17일 일본과 굴욕적인 시모노세키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에는 랴오둥 반도, 대만,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을 일본에 할양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중국 정부가 류궁다오에 건립한 중국갑오전쟁박물관. [위키피디아]

    중국 정부가 류궁다오에 건립한 중국갑오전쟁박물관. [위키피디아]

    류궁다오에는 현재 중국갑오전쟁박물관이 세워져 있다. 당시 북양해군 군함들의 모형과 사진, 유품 등이 전시돼 있는 박물관이다. 중국 정부는 ‘치욕의 역사를 잊지 말자’는 의도로 이 박물관을 건립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6월 12일 이곳을 방문해 이 박물관을 비롯한 포대 유적지 등을 둘러본 후 “역사의 교훈을 새겨 중국을 해양강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모 건조해 실전배치한 7번째 국가

    중국 해군 항공모함 랴오닝호가 대만해협을 통과하고 있다(왼쪽). 일본이 경항모로 개조할 헬기 탑재 호위함 이즈모호. [PLAN, JSMDF]

    중국 해군 항공모함 랴오닝호가 대만해협을 통과하고 있다(왼쪽). 일본이 경항모로 개조할 헬기 탑재 호위함 이즈모호. [PLAN, JSMDF]

    중국 정부가 10월 1일 건국 70주년을 기념해 자체 기술로 건조한 항공모함 산둥호의 취역식을 갖고 해양강국으로의 출범을 선언한다. 이로써 중국 해군은 ‘항모 2척 시대’를 맞게 됐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2017년 4월 진수된 산둥호를 인수하고 지금까지 전력화를 위해 모두 8차례에 걸쳐 해상 시험을 실시했다. 인민해방군은 최종 해상 시험에서 함재 전투기와 헬기의 이착륙 훈련, 급유 연습 등을 통해 산둥호의 실전배치에 필요한 각종 무기와 장비를 점검했다. 

    중국의 첫 번째 항모는 2012년 실전배치된 랴오닝호다. 랴오닝호는 1998년 우크라이나로부터 2000만 달러(약 242억6800만 원)에 고철로 사들인 옛 소련의 폐기된 항모 바랴크호를 개조해 건조한 함정이다. 반면 산둥호는 랴오닝호를 본뜨기는 했지만 중국의 독자 기술로 건조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스페인, 이탈리아에 이어 자국 기술로 항모를 건조해 실전배치한 7번째 국가가 된다. 특히 중국 정부가 건국기념일인 국경절에 맞춰 산둥호를 실전배치한 것은 군사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첫 국산 항모를 산둥호라고 명명한 데는 124년 전 일본에 뺏긴 동아시아 패권을 되찾겠다는 시 주석 등 공산당 지도부의 강력한 야심이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둥호는 랴오닝호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날 뿐 아니라 무장도 잘 갖춘 항모다. 산둥호의 제원을 보면 길이 315m, 너비 75m, 배수량 6만6000t, 최대 속도 31노트로 디젤 엔진을 장착했다. 랴오닝호처럼 선수가 선미에 비해 높아 스키점프 방식으로 함재기를 이륙시킨다. 이륙 램프 경사도는 12도로 최고 14도인 랴오닝호보다 낮아 함재기 이륙거리 감축과 연료 절약, 무기 적재량 증가, 항모 구조 강화에 유리하다. 특히 산둥호는 랴오닝호에 비해 갑판의 가용면적을 확대해 함재기를 더 많이 실을 수 있다. 랴오닝호는 젠(J)-15 전투기 24대를 탑재할 수 있는 반면, 산둥호는 J-15 40대를 비롯해 헬기 8대 등을 싣는다. 또 대형 안테나 4개와 주변을 360도 감지해 해상 또는 공중 목표물 수십 개를 포착할 수 있는 S밴드 레이더가 설치됐다. 24개 발사대를 가진 훙치(HQ)-10 단거리지대공미사일 4기, 훙치-16 중거리미사일, 레이저 무기 등도 탑재된다. 인민해방군 해군 출신 군사전문가인 차오웨이둥 해군연구소 연구원은 “첫 국산 항모는 중국 자체 역량을 통해 완성됐다”며 “함재기 이착륙 시설, 레이더 시설, 무선통신 시설 등 기술 수준이 모두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산둥호의 전력은 랴오닝호의 6배이며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와 동급 또는 약간 상위급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 항모 전용 해군기지

    산둥호는 남해 함대에 배속돼 함대 본부가 있는 하이난다오 싼야에 모항을 두고 활동할 계획이다. 싼야는 중국이 필리핀, 베트남 등 주변국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전진기지 구실을 하는 곳이다. 중국 정부는 이곳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항모 전용 해군기지를 만들었다. 항모 2척이 동시에 계류할 수 있다. 싼야 인근에는 잠수함 전용인 위린 기지도 있다. 이곳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094형 전략 핵잠수함 3척과 093형 공격 핵잠수함 3∼4척이 상시 정박해 있다. 인민해방군이 산둥호를 남중국해에 실전배치하려는 의도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이는 미 해군 함정들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이에 따라 산둥호와 미 해군 항모들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산둥호는 대만해협을 오가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차이잉원 총통과 대만 정부를 압박하는 등 무력시위도 벌일 것이 분명하다. 

    중국 해군은 산둥호를 중심으로 055형 이지스 구축함 2척과 호위함, 전술 핵잠수함, 보급함 등으로 항모전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055형 이지스 구축함은 길이 180m, 폭 23m의 1만2500t급 최신예 함정이다. 미사일 수직발사대를 112개 탑재하고 있으며, 적의 레이더 포착을 따돌리는 스텔스 기능도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산둥호 항모전단이 앞으로 남중국해를 ‘중국의 바다’로 만드는 데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항모전단의 작전 반경은 500~1000km이다. 

    중국 해군이 항모를 보유하게 된 것은 류화칭(1916~2011)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인민해방군 해군사령관을 지낸 류 전 부주석은 1970년대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이 항공모함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덩샤오핑이 집권할 당시 군부의 최측근 인물이던 류 전 부주석은 1985년 공산당 정치국에 ‘중국의 해군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당시 류 전 부주석은 보고서에서 “2010년까지 대만과 일본 오키나와까지 방어선을 확대하고, 2020년까지 서태평양에 진출하며, 2050년까지 전 세계로 작전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중국 해군의 장기 전략을 제시했다. 류 전 부주석은 “중화민족의 생존과 발전은 바다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항모 보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2년까지 3번째 항모 실전배치 예정

    중국은 이제 항모를 2척이나 운용함으로써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게 군사대국으로서의 체면과 자존심을 세울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중국은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나 대만처럼 군사력이 약한 국가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항모를 활용할 수도 있다. 중국 해군은 이를 위해 캐터펄트 사출 방식으로 이륙하는 배수량 8만~8만5000t급의 3번째 항모(가칭 광둥호)를 2022년까지 실전배치할 예정이다. 물론 중국의 궁극적 목표는 미국처럼 항모를 이용해 전 세계에 영향력을 과시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핵추진 항모를 건조할 계획을 시행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한 핵추진 항모 3척을 추가로 건조해 실전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중국이 항모 3척을 보유해도 미국의 항모 전력에는 훨씬 뒤처진다. 미국은 핵추진 항모 11척을 운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중국이 머지않아 자국에 도전할 만큼 해군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닉 차일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연구원은 “중국 해군은 미국보다 아직 고급 기술력은 부족하지만 지역 내 힘의 균형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이처럼 해군력을 강화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중기 방위전략인 ‘방위계획의 대강’(방위대강) 등을 통해 이즈모급 호위함의 항모화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이자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F-35B의 배치를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현재 보유한 이즈모급 호위함은 이즈모호와 가가호 등 2척이 있다. 일본 정부는 내년부터 이즈모호와 가가호를 경항모로 개조하기 시작해 2024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2019~2023 회계연도에 경항모의 함재기로 탑재할 F-35B 42대를 미국으로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길이 248m, 폭 38m, 배수량 1만9950t급인 이즈모호는 과거 중국을 공격했던 함정과 이름이 똑같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청나라로부터 받은 배상금 은(銀) 2억 냥을 영국에서 장갑 순양함 등을 건조하는 데 사용했다. 이 중 한 척이 이즈모호다. 이 함정은 1937년 중일전쟁이 벌어졌을 때 제3함대의 기함으로 상하이를 포격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여러 차례 이 함정을 침몰시키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길이 248m, 폭 38m, 만재배수량 2만7000t급인 가가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드웨이 해전에서 격침된 일본의 주력 항공모함과 이름이 똑같다. 옛 가가호도 중일전쟁 당시 상하이 등 중국을 공격하는 데 앞장섰기 때문에 중국에선 ‘악마의 배’로 불렸다. 이즈모호와 가가호는 과거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함정들이었다. 이처럼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의 치욕을 씻으려는 중국과 과거의 영광을 부활시키려는 일본이 앞으로 항모 대결을 벌일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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