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6

2011.07.18

마음을 치유하는 그의 목소리

프리실라 안의 두 번째 앨범 ‘When You Grow Up’

  • 정바비 julialart@hanmail.net

    입력2011-07-18 1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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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치유하는 그의 목소리
    돌아보면 2002년의 노라 존스(Norah Jones)는 대단했다. ‘9·11테러로 상처받은 미국인의 가슴을 달래주었다’는 평가를 받은 데뷔 앨범 ‘Come Away With Me’가 대중적 성공을 거둔 것은 물론, 이듬해 그래미 어워드에서 알짜 부문을 포함해 무려 8개 부문을 석권했다. 그렇다고 인기가 자국 내에서만 그쳤던 것도 아니다. 포크와 컨트리, 재즈의 매력을 팝이라는 틀 안에 녹여낸 그의 앨범은 전 세계적으로 현재까지 20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후 노라 존스는 재지(jazzy)한 여성 싱어 송 라이터의 붐을 이끌었다고도 할 수 있다. 종종 이런 식으로 한 명의 아티스트가 음악적 스타일의 대명사처럼 굳어지는 일이 있다. 이는 해당 음반을 만드는 레코드사 관계자를 미소 짓게 하는 일이지만, 사실은 음악 팬에게도 기쁜 일일 수 있다. 그동안 실력과 감각에 비해 저평가됐거나 알려질 기회가 적었던 뮤지션을 ‘제2의 노라 존스’라는 이름으로 - 당사자가 이런 꼬리표를 불편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 더 많이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5월에 두 번째 앨범을 발표한 프리실라 안(Priscilla Ahn)이 좋은 예다.

    프리실라 안은 노라 존스와 마찬가지로 전통의 재즈 명가 ‘블루노트’ 레이블 소속이다. 둘 모두 아시아계라는 공통점도 있다. 노라 존스는 아버지가 인도의 시타 연주자 라비 샹카고, 프리실라 안은 주한미군이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안(Ahn)’이라는 성도 어머니의 것으로, 뮤지션으로 데뷔하면서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합창단원이었던 어머니에게 창법의 영향을 받은 데다 ‘안(安)’이 평화를 의미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고.

    ‘When You Grow Up’은 프리실라 안이 3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이다. 부드러운 사운드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목소리는 변함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곡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좀 더 높아졌다는 것 정도일까. 개인적으로 그의 강점은 올드팝적인 감수성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점도 전작에 비해 도드라진다. 옛 보컬 그룹들이 전매특허처럼 사용했던, 투박하지만 정겨운 코러스 ‘울랄라’를 후렴구로 차용한 ‘Oo La La’ 같은 노래가 좋은 예다. 아침에 들은 달콤한 멜로디가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맴도는 느낌, 즉 노래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짜릿함을 아는 음악 팬이라면 ‘I Don’t Have Time To Be In Love’처럼 순도 높은 팝송도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마음을 치유하는 그의 목소리
    그러고 보면 그의 음악은 그야말로 ‘안(安)’이라는 이름의 글자와 잘 어울린다. 노랫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를 ‘안도감’과 함께 마음에 ‘평안’이 찾아온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세상의 파고 속에서 조그맣지만 ‘안정’된 발판이 만져지고, 좋아하는 누군가의 ‘안녕’을 궁금해할 만한 여유도 생기는 것 같다. 나라 안팎으로 유난히 심란한 일이 많았던 올 상반기, 추천하고 싶은 단 한 장의 팝 앨범을 꼽으라면 이 앨범이다. 참, 프리실라 안의 팬이라면 그가 참가하는 ‘2011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7월 29~31일)도 놓치지 말길 바란다.



    정바비는 1995년 인디밴드 ‘언니네이발관’ 원년 멤버로 데뷔한 인디 뮤지션. ‘줄리아 하트’ ‘바비빌’ 등 밴드를 거쳐 2009년 ‘블로컬리 너마저’ 출신 계피와 함께 ‘가을방학’을 결성, 2010년 1집 ‘가을방학’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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