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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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국 발로 쓴 여행기… “방랑벽은 못말려”

  •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입력2006-06-12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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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직업은 변호사다. 민변 회원에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기도 하고 경희대 법대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러나 차병직변호사의 세계여행기 ‘긴 여행 짧은 생각’을 찬찬히 읽어보면 그의 본업이 여행가나 방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도 그는 놀기 위해 일하는 사람으로 보이곤 했다. “쉬고 싶다”는 주변사람들의 말에 “난 틈만 나면 쉬니 안식년 같은 것도 필요없다”고 맞받는 여유를 보였다. 도대체가 아등바등하는 맛도, 요만큼의 경쟁심도 없이 나른하고 어눌하게 사는 듯해 보였던 그다.

    여기 저기 다니기를 좋아하는 그의 여행관은 독서의 효용과 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여행은 정신을 육체에 싣고 경험을 확장하고, 독서는 육체를 정신에 가두고 삶을 확장한다”는 얘긴데, 바쁜 일상 속에서도 짬짬이 시간을 내 운동화 끈을 조여매는 이유도 여행을 통해 일에 필요한 에너지를 축적하고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긴 여행 짧은 생각’에는 5년 전부터 지난해 초 킬리만자로 등정기까지 15개국 31개소에 대한 여행기가 컬러판 사진, 안내지도 등과 함께 실려 있다. 두 편을 제외하고는 지난 96년부터 ‘주간동아’에 연재한 내용들이기도 하다. ‘주간동아’에서 보던 ‘밑줄 쫙’ 주석이 책 전체에 모두 살아 있는 점도 재미있다.

    책에 실린 사진 261컷 중 킬리만자로 정상에 선 본인 사진 1컷을 제외하고는 모두 직접 찍은 것. 가벼움만이 승하는 시대, 여행기치고는 결코 재미있거나 가볍게 읽힌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와 문학과 사회의식이 잘 어울려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그는 “미완 상태로 내보내 창피하다. 참여연대 재정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한다.



    그나저나 그의 방랑벽은 이번 밀레니엄 맞이에서도 이어질 듯하다. 2000년 1월1일을 해발 4101m인 코타키나발루 정상에서 맞이할 예정인 것. 12월31일 비행기로 휑하니 말레이시아로 떠나 곧장 등정을 시작, 1월1일 오전에 정상을 정복할 예정이란다. 조만간 그의 코타키나발루 등정기가 세상에 선보일지 모른다. 본인은 “무슨 소립니꺼. 다시는 여행기 안씁니더”라고 손을 내젓지만.



    책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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