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3

1999.12.16

비전 없는 밀레니엄… 자본주의가 바뀌어야 희망이 있다

  • 김상현 기자 walf@donga.com

    입력2007-05-11 1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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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말, 오랜 냉전 끝에 마르크스주의가 몰락하면서 자본주의는 그야말로 세계를 쟁패한 ‘유일한’ 경제체제로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현재의 자본주의가 열어나갈 새로운 밀레니엄은 인류를 행복하게 이끌 수 있을 것인가. 혹은 창조와 희망은 찾아볼 수 없는 ‘또다른’ 밀레니엄의 반복이 이어질 뿐인가.

    경제학 박사 허경회씨(45)의 저서 ‘새로운 밀레니엄은 없다’(오롬 펴냄)는 현재의 자본주의로서는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의 주류 경제학은 실증성의 확보라는 미명 하에 가치론이나 윤리학을 경제로부터 분리시켜 버렸다. 그 결과 현대 자본주의 문명은 인격을 떨어뜨리고(Degradation), 자유를 구속하고(Detention), 생명을 수탈하는(Despoliation) ‘파괴의 경제’로 치닫고 있다는 것. 또한 ‘자유로운 경제활동 보장’ ‘탈규제’의 기치를 높이 들고 시장으로부터 국가와 종교, 사회를 ‘쫓아내버린’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는 도리어 시장전체주의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억압장치를 인간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흔히 근대 이후를 ‘이성의 시대’라고 일컫지만, 저는 이 용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근대 이후 인간은 이성보다 부의 추구에 집착하는 ‘열정’에 의해 지배돼 왔습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삶의 터전으로서 ‘새로운’ 밀레니엄을 열기 위해서는 이같은 열정에 대항할 수 있는 이성을 회복해야만 합니다.”

    그는 덧붙여 경제학자들이 더 이상 ‘가치 중립’이라는 도그마에 얽매이지 말고 타자와의 대화 속에서 새로운 윤리를 찾아나가는 작업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실 경제를 꼼꼼하게 비판하고 분석한 전반적 책내용에 비해 결론부분은 다소 원칙론적이고 추상적으로 기울어진 감이 없지않다. 이에 대해 저자는 “근본적 해법은 구체적인 방법론의 제시보다 ‘문제의 인식’ 자체에 있다”며, “하지만 이 책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구체적이고 대안적인 미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내년 중 다시 책으로 펴낼 계획”이라고 밝힌다.

    저자 허경회씨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파리X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21세기 정책연구원 등에서 일했다. 현재는 한국경제문화연구소 소장, 미래포럼 공동대표로 활동하는 한편 홍익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책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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