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3

2007.05.01

유치찬란한 그 상상력이 부럽다

  • 뉴욕=박준 자유기고가

    입력2007-04-25 18: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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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찬란한 그 상상력이 부럽다

    mall의 디스플레이 일부.

    뉴욕 윌리엄스버그의 베드포드 에이브 지하철역을 나와 도로를 따라 200m 정도 걷다 보면 오른쪽에 ‘mall’이란 간판이 달린 조그만 상가건물이 보인다. 1층에 카페가 하나 있고 맞은편에는 ‘뉴욕 스타일 그림’을 벽에 그려놓은 인터넷 카페가 있다. 뉴욕 스타일이라 한 것은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설명해보면 곰 가죽을 뒤집어쓴 어린아이가 강아지 얼굴이 그려진 깃발을 손에 들고 있고, 그 위로 구름이 그려져 있다.

    상가건물 초입에 설치된 것들 또한 기막히다. 이를 설명하는 것은 더 막막하다. 동물의 몸에 사람 얼굴을 한 무리가 있는데, 머리카락이 빨갛고 하얗고 까맣고 펑크스타일로 각양각색이다. 잠자리 날개를 달고 키높이 구두를 신은 홍당무 하나는 팔다리를 가진 다른 홍당무와 섹스하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배꼽에는 머리통만한 피어싱을 한 채 화살을 들고 사냥 중인 인형도 보이는데 한마디로 더 이상 유치찬란할 수 없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검은색 쓰레기 비닐봉지 위에서 펼쳐진다. 그 조악함을 더 말해 무엇하리오?

    누가 만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남이 보아주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걸까? 나는 키치적인 작업에 관심이 가지는 않지만 이렇게 자유분방하게 사고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부럽다. 유치찬란하든 고색창연하든 그건 중요치 않다. 아무나 상상할 수 없는 세계를 꿈꾼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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