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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만큼 인기 있는 美 멕시칸 레스토랑 ‘치폴레’

[강지남의 월스트리트 통신] 발빠른 디지털 전환에 ‘팬데믹 우등생’ 등극… “북미 매장 2배로 늘리겠다”

  • 뉴욕=강지남 통신원 jeenam.kang@gmail.com

스타벅스만큼 인기 있는 美 멕시칸 레스토랑 ‘치폴레’

건강한 브랜드 이미지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치폴레의 인기 메뉴 볼(Bowl). [사진 제공 · 치폴레]

건강한 브랜드 이미지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치폴레의 인기 메뉴 볼(Bowl). [사진 제공 · 치폴레]

미국에서 간편하고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하면서도 패스트푸드는 피하고 싶을 때 멕시칸 레스토랑 ‘치폴레 멕시칸 그릴’(치폴레)은 꽤 괜찮은 선택지다. 쌀밥에 고기와 채소가 넉넉히 올라간 10달러 안팎의 볼(Bowl)이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기 때문이다. 오픈형 주방이라 음식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데다, 고객이 직접 식재료를 보고 고를 수 있어 청결도나 안전성 면에서도 믿을 만하다. 미국과 캐나다에 3000여 개 매장이 자리해 도심 어디서든 쉽게 눈에 띄는 편이기도 하다.

장기간 실내 영업이 금지됐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치폴레는 오히려 매장과 고객을 대폭 늘리며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 전년 대비 26.1% 증가한 75억 달러(약 9조4800억 원)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6% 성장한 20억 달러(약 2조5300억 원) 매출을 냈다. 온라인 매출을 제외한 식당 매출만 놓고 보면 1분기 33.1% 성장해 유사 레스토랑 기업들의 평균 실적(9% 성장)을 크게 상회했다. 2019년 3월 도입한 치폴레 리워드 프로그램 회원 수도 2650만 명으로 늘어 스타벅스 로열티 프로그램(회원 수 2640만 명)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치폴레가 ‘팬데믹 우등생’이 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좋은 식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제공한다”는 브랜드 철학에 매진해온 점, 그리고 매우 민첩한 속도로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점이다.

신선하고 올바른 식재료만 고집

지난해 말 기준 350여 개로 증가한 치폴레 드라이브 스루 매장 ‘치폴레인’.[사진 제공 · 치폴레]

지난해 말 기준 350여 개로 증가한 치폴레 드라이브 스루 매장 ‘치폴레인’.[사진 제공 · 치폴레]

치폴레 창업주는 미국 유명 요리학교인 더 컬리너리 인스티튜트 오브 아메리카를 졸업한 스티브 엘스다. 1993년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엘스는 아버지로부터 8만5000달러(약 1억 원)를 빌려 첫 번째 치폴레 식당의 문을 열었다. 알루미늄 포일에 싼 부리토를 간편하고 빠르게 제공하는 식당이지만, 치폴레는 기성 패스트푸드 레스토랑과는 분명한 차별점이 있었다. 엘스는 “진정성 있는 음식(Food with Integrity)”을 사업 모토로 삼고, 높은 수준의 동물 복지 기준을 충족한 육류와 현지 유기농 농산물만 엄선해 사용했다. 인공색소나 방부제, 향료 등을 사용하지 않고 신선한 식재료만 고집했기 때문에 주방에 전자레인지나 냉장고도 들여놓지 않았다.

치폴레는 기성 패스트푸드와는 다른 건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며 승승장구했다. 이러한 치폴레를 눈여겨본 맥도날드는 1998년부터 투자자로 나서 치폴레의 전국 확장을 도왔다. 2006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치폴레는 2011년 S&P500 지수에 편입되며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반열에 올랐다. 22달러에 시작한 치폴레 주가는 현재 1455달러(약 184만 원) 수준이다.



잘나가는 치폴레도 한때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2015년부터 전국 매장에서 식중독 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대장균, 살모넬라균, 노로바이러스 등에 감염된 고객이 속출했다. 2018년까지 치폴레를 먹고 탈이 난 고객 수가 11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고객들은 더는 치폴레를 신뢰할 수 없었다. 2016년 치폴레 매출은 전년 대비 13%, 순이익은 95% 감소했다.

이대로 사양길에 접어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치폴레를 되살려놓은 주역은 브라이언 니콜 최고경영자(CEO)다. 치폴레의 경쟁사 타코벨 CEO를 지낸 그는 2018년 3월 창업주 엘스를 대신할 치폴레의 신임 CEO로 스카우트됐다. 니콜은 타코벨 등 쟁쟁한 레스토랑 기업 본사가 다수 포진한 남부 캘리포니아로 본사를 옮기고, 그 지역 레스토랑 비즈니스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인재를 다수 채용했다. 그리고 진정성 있는 음식을 제공한다는 치폴레의 사명(使命)으로 다시 돌아갔다. 위생 문제를 개선할 수 없는 매장을 폐쇄하고, 식품 안전 프로토콜을 새롭게 짰다. 일례로 식재료의 일관성과 안전성을 높이고자 식재료 준비를 담당하는 인원을 줄였다. 아픈 직원의 출근을 막기 위해 간호사가 상주하는 직장 내 핫라인도 개설했다. 동시에 온라인 주문 및 배달 서비스에도 많은 투자를 했다. 비건(vegan), 케토(keto) 메뉴 등을 새로 선보여 건강식 및 다이어트식에 대한 니즈도 충족했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치폴레 매출은 2017년 44억7600만 달러(약 5조6580억 원)에서 2019년 55억8600만 달러(약 7조 원)로 2년 만에 25% 성장했다. 2019년 미국 블룸버그는 치폴레 주가가 75%나 상승했다는 점을 들어 치폴레를 “최고 S&P 500 주식 중 하나”로 치켜세웠다.

머신러닝 등 신기술도 적극 도입

치폴레의 재도약을 이끈 브라이언 니콜 최고경영자.[사진 제공 · 치폴레]

치폴레의 재도약을 이끈 브라이언 니콜 최고경영자.[사진 제공 · 치폴레]

식중독 위기에서 탈출한 치폴레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기회의 장이 됐다. 2020년 3월 미국에서 자가격리가 시작되자 치폴레는 그간 노력해오던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높였다. 곧장 무료 배달 서비스를 개시하고, 각 매장에 온라인 주문 전용 픽업대를 별도로 마련했다. 또 신규 출점 매장을 중심으로 ‘치폴레인(Chipotlanes)’이라고 부르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빠르게 늘렸다. 전 매장을 프랜차이즈가 아닌, 본사가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방식이라 이런 일사불란한 전환이 가능했다. 치폴레 매장의 디지털 전환율은 2020년 초 20% 미만에서 몇 주 만에 70% 이상으로 높아졌다. 2019년 20여 개에 불과하던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50여 개로 증가했다.

애플리케이션(앱)이나 홈페이지, 도어대시 같은 배달 전문 앱을 통해 이뤄지는 디지털 매출은 최근 치폴레 성장의 일등공신이다. 팬데믹이 한창일 때 전체 매출에서 6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던 디지털 주문은 올해 1분기에도 41%에 달할 정도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온라인으로 편하게 주문할 수 있고, 리워드 혜택도 챙길 수 있다는 점이 고객 충성도를 높인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식자재 인플레이션과 물류비 상승으로 치폴레는 최근 메뉴 가격을 5%가량 인상했는데,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저항이 거의 없다는 것이 치폴레 측 판단이다. 시장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은 1분기 실적이 그 증거다.

여세를 몰아 치폴레는 앞으로도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해간다는 계획이다. 북미 지역 매장을 7000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게 장기 목표인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목표치는 5000개였다. 또 치폴레는 최근 매장에 좌석이 없는 ‘치폴레 디지털 키친(Chipotle Digital Kitchen)’을 새롭게 선보였다. 머신러닝 기술로 최적의 식자재 소비량을 도출해 효율성을 높이고, 토르티야 칩을 만드는 로봇을 테스트하는 등 신기술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시장에서는 치폴레가 유럽 진출을 본격화한다면 또 한 번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 치폴레 유럽 매장은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20개 미만에 불과하다. 멕시코 음식에 대한 유럽인의 선호도가 아직은 낮다 보니 유럽 현지 미국인들을 공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미 투자전문매체 ‘시킹알파’는 “유럽에서 아보카도 수입량이 늘고 있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음식 배달 문화가 더욱 활성화됐다는 점이 치폴레에는 희망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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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38호 (p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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