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7

2017.07.19

法통팔달

교수 수 줄이면 대폭 내릴 수 있다

로스쿨 등록금

  •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 lawshin@naver.com

    입력2017-07-18 14: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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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은 2009년 3월 정식으로 문을 열어 벌써 8년이 훌쩍 지났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사법시험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니, 로스쿨은 법조인 양성의 독점권을 확보하게 됐다.

    근현대 국가에서 전문직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변호사와 의사가 아닐까 한다. 자격이 없는 사람이 변호사와 의사의 업을 할 경우 국가 법률인 변호사법과 의료법, 나아가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엄하게 처벌한다. 이렇게 중요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필수불가결의 전제가 된 로스쿨이 과연 그에 맞는 기능을 해왔는지 지금까지 적잖은 의문이 제기돼왔다.

    입학 절차의 투명성, 입학 평가에서 주요 구실을 하는 법학적성시험(LEET)의 적정성, 교과과정의 문제, 로스쿨을 거친 변호사의 실무능력 정도 등 로스쿨의 존재 가치로까지 연결되는 전방위적인 의문의 제기였다. 그리고 그중 하나로, 로스쿨의 비싼 등록금이 큰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 사립대 로스쿨은 6개월 등록금이 대체로 1000만 원을 넘고, 국립대는 500만 원 이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비판이나 문제제기에 대해 로스쿨 원장들의 모임이자 로스쿨 이익단체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는 강경일변도의 자세로 일관해왔다. 그 어떤 비판도 로스쿨에 대한 몰이해나 착각, 혹은 사법시험 존치를 바라는 자들의 적대감이 투영된 것이라며 일축해왔다.

    그들은 로스쿨이 생기면서 로스쿨 내 제도적 장치인 특별전형이나 많은 장학제도를 통해 오히려 사회적  ·  경제적 약자의 법조계 진출이 쉬워졌다고 강변한다. 일면 타당성이 있으나,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일부 계층의 경우 로스쿨 제도 때문에 법조계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봉쇄됐음이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대체적으로 중하(中下) 계층에 속하는 국민의 로스쿨 접근성이 현저히 제한되고 있다.



    그러면 로스쿨의 비싼 등록금을 완화할 방도는 없을까. 그리하여 로스쿨이 모든 국민의 법조 양성 루트로 이용될 수는 없을까. 답하자면, 그렇게 할 수 있다. 나아가 아주 간단하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현 로스쿨 제도는 학생 12인당 교수 1명으로 계산해 교수 수를 맞추도록 하되 최소 20인 이상을 두게 했다. 이에 따라 교수 30명 전후가 각 로스쿨에 채용돼 있다. 과거 법학부 시절과 비교하면 교수 수가 월등하게 늘어났다. 그런데 지금 25개 로스쿨은 한 학년 정원이 40, 50, 60, 70, 100, 120, 150명 등으로 차등화돼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로스쿨은 한 학년 정원이 120명이다. 그런데도 개설된 강의를 수강 신청하는 학생이 없어 폐강되는 과목이 속출한다. 1명이 수강 신청해도 폐강되지 않는 쪽으로 운영됨에도 말이다. 그러니 소규모 로스쿨은 형편이 어떨지 가히 짐작이 된다.

    단적으로 교수 수가 너무 많다. 그리고 일관된 학습체계를 도외시한 채 교수들의 희망을 우선시해 교과목을 개설한다. 한국 로스쿨 설계의 중대한 실수 가운데 하나다. 일본에서처럼 대륙법계 법학을 배우는 학생들이 밟아나갈 과정을 순차적으로 제시하는 형태로 커리큘럼을 미리 짜놓고 학생으로 하여금 이를 따라가게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적은 수의 교수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물론 등록금도큰 폭으로 내릴 수 있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소규모 로스쿨을 통폐합하면 일반 대학 등록금 수준으로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지금 사회적 경제력에 따른 신분 고착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른바 ‘사회적 사다리’가 빠르게 없어지고 있다. 로스쿨은 그 대표적 사례로 지목된다. 이제는 반전을 꾀할 때다. 공정의 이념이 사라진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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