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8

2015.03.09

불꽃처럼 타오르는 나무와 소용돌이치는 별들

고흐 ‘별이 빛나는 밤’

  • 황규성 H큐브 대표 samsungmuseum@hanmail.net

    입력2015-03-09 1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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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꽃처럼 타오르는 나무와 소용돌이치는 별들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1889년.

    현재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소장돼 있는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가로 90cm, 세로 70cm 정도의 가로가 긴 직 사각형 구도의 그림입니다.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 캔버스에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조의 유화물감으로 거칠게 밤 풍경을 담았습니다.

    이제 화면을 상중하로 구분해 살펴보죠. 상단과 중단에는 하늘이, 하단에는 땅이, 화면 왼쪽에는 거대한 사이프러스 나무가 그려져 있습니다. 사이프러스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 형태로 하늘을 향해 솟아 있습니다. 밤하늘을 상단과 중단에 넓게 배치해 그림의 중심이 되게 하고 밤하늘은 밝은 청색, 대지는 어두운 청색으로 채색했습니다. 하늘 한가운데에는 격렬하게 파도치는 모양의 거대한 구름이 왼쪽에서 나타나 오른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층층이, 겹겹이 쌓인 구름은 달과 별을 휘감듯 흘러갑니다. 강한 기류가 화면 위로 흘러가는 것 같은데, 이것이 작품 전체를 생동감 넘치고 격정적인 분위기로 만들지요. 여기에 두껍게 비연속적으로 굽이치는 붓 터치도 동적인 느낌을 강조합니다.

    어두운 밤하늘과 대조되는 강렬한 색상의 소용돌이와 꿈틀거리는 형태들은 화가의 감수성을 보여줍니다. 고흐는 노랑, 파랑, 초록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이 그림에서 별과 달은 노란색, 밤하늘과 마을은 파란색과 초록색으로 칠했습니다. 구름 아래에 4개, 구름 위로 7개의 원형 별이 각각 2단으로 흩어져 빛나고 있습니다. 화면 맨 오른쪽 상단에는 가장 크고 밝은 원형 안에 눈썹 모양의 달이 그려져 있습니다. 마치 크고 작은 팽이 12개가 하늘 위에서 동시에 뱅뱅 도는 것 같습니다. 별, 구름, 하늘은 두텁고 짧은 길이의 선들을 끊었다 이었다를 무수히 반복해 채색했습니다.

    대지는 하단, 화면의 3분의 1 정도로 표현돼 있습니다.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올라가는 듯한 산을 배경으로 집, 교회, 들판이 나타나는데,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듯한 입체적인 선묘로 표현된 산과 교회 첨탑이 화가의 고향인 네덜란드를 연상케 합니다. 하늘과 대지 사이에 마법의 성처럼 보이는 검은색의 거대한 사이프러스가 있습니다. 사이프러스는 한 번 자르면 다시는 뿌리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서양에선 죽음을 상징하는 나무입니다.

    고흐는 죽기 1년 전 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정신병을 앓아 병원에서 요양 중 그린 작품인데, 실제 창밖 풍경이라기보다 기억을 더듬어 고향 풍경을 그렸다는 해석이 우세합니다. 네덜란드 준데르트에서 목사 테오도뤼스의 6남매 중 맏아들로 태어나 31세에 요절하기까지 화가로서 고흐의 삶은 불행의 연속이었습니다. 오늘날 그의 작품 ‘해바라기’는 크리스티 경매에서 2억4000만 프랑(약 576억 원)에, ‘붓꽃’은 소더비 경매에서 3억2000만 프랑(약 768억 원)에 팔려 그림 경매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황규성은 고려대와 동국대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SC제일은행이 추진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명화해설 서비스 - 착한도서관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이들을 위해 명화를 해설하는 기법으로 ‘주간동아’에 ‘그림 읽어주는 남자’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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