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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난자의 눈물, 정자의 통곡 02

‘엄마 둘, 아빠 하나’ 아이 만드는 보조생식술 혁명

난임 문제 해법 찾는 첨단 의료기술 현황과 전망

  •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nate.com

‘엄마 둘, 아빠 하나’ 아이 만드는 보조생식술 혁명

‘엄마 둘, 아빠 하나’ 아이 만드는 보조생식술 혁명

미즈메디병원 시험관아기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현미경으로 미세조작 시술을 하는 모습(왼쪽)과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여성을 위한 ‘세부모 아기’ 시술 개념도.

두 명의 엄마와 한 명의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혼외 출산이나 재혼가정 이야기가 아니다. 2월 3일 영국 의회는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여성이 다른 여성으로부터 기증받은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자신의 난자핵에 결합시켜 남편 정자와 체외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세부모 아기법(Three parent baby law)’을 통과시켰다. 미토콘드리아에 결함이 있는 여성의 자녀에게는 뇌장애, 당뇨, 심장질환, 시각장애, 청각장애, 근위축증, 치매 같은 치명적 유전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세 부모 아기법’에 의거한 체외수정법을 이용하면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이 법으로 연간 150여 쌍의 부부가 건강한 자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존에는 미토콘드리아에 문제가 있는 여성이 아예 다른 사람의 난자를 공여받아 남편의 정자와 체외수정한 뒤 자궁에 착상하는 방식의 체외수정을 하는 것만 가능했다. 자신의 난자와 다른 여성의 난자를 시술을 통해 합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새로운 시술법의 장점은 태어나는 아기가 산모의 유전자를 대부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전체 2만 개 중 37개에 불과해, 결과적으로 2세에게 나타날 수 있는 유전적 질환은 예방하면서도 부모의 나머지 유전자는 물려받는 ‘닮은꼴 아기’를 낳을 수 있다.

‘시험관 아기’ 성공률 40% 넘어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법안을 만들면서 화제를 모으게 됐지만, 전문가들은 미토콘드리아 교체를 통한 체외수정법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세계 각국에서 시도돼온,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보조생식술(Assisted Reproduction Techniques·ART)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서도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다만 동물실험은 수차례 성공했지만 인체에 적용한 사례가 없어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는 게 문제다.

이에 대해 최영민 대한보조생식학회 회장(서울대 교수)은 “우리나라의 난임 치료 기술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만큼 뛰어나다. 중요한 것은 철저한 검증을 통해 합리적인 관리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이 ‘세 부모 아기’ 시술 허용 대상을 미토콘드리아에 치명적 문제가 있는 여성으로 제한한 것처럼, 우리도 ‘된다, 안 된다’ 같은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이러한 시술이 꼭 필요한 대상이 있는지, 그 밖에 다른 방법을 적용할 수는 없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기준을 세워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보조생식술이 윤리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영역인 만큼 법과 제도를 엄격히 만들되 난임부부에게는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세계 각국에서 공식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이에 따라 병원에서 적법 절차에 따라 시술받을 수 있는 최첨단 난임 치료 시술은 ‘시험관 아기’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석현 서울대 의대 교수는 “국내 최초로 시험관 아기가 탄생한 1985년과 비교할 때 현재의 시험관 아기 시술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1980년대엔 성공률이 10~15%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40%를 넘어선다”고 밝혔다. 또 “시험관 아기의 건강 상태나 학습 능력, 사회성 등이 자연임신을 통해 출산한 아기와 비교해 아무 차이가 없다는 것이 세계 학계의 각종 연구를 통해 충분히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1월 국제 생식의학 학술지 ‘휴먼 리프로덕션’에는 보조생식술의 진화에 관한 흥미로운 보고서가 실렸다.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4개국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진이 이들 4개국에서 1988~2007년 사이 보조생식술로 태어난 신생아 9만2137명과 자연임신으로 출생한 48만4978명의 건강 상태를 비교분석한 결과, 두 비교군의 조산과 사산, 조기 사망, 저체중 비율에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88~92년 보조생식술로 잉태된 외둥이의 출생 1년 미만 사망률은 1%, 쌍둥이의 경우 2.6%였다. 이 비율은 2003년 이후 각각 0.3%와 1.2%로 낮아졌다. 같은 시기 자연임신으로 출산한 외둥이의 조기 사망률 0.2%, 쌍둥이 1.5%와 비교하면 쌍둥이의 경우 오히려 더 낮은 수준이다. 조산의 경우엔 1988~92년 보조생식술로 태어난 외둥이의 조산률이 13%, 쌍둥이는 50% 수준이었으나 2003~2007년에는 각각 8%, 47%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자연임신 외둥이의 조산률은 5%, 쌍둥이는 44% 수준이다.

체세포 복제 통한 난임 극복

‘엄마 둘, 아빠 하나’ 아이 만드는 보조생식술 혁명

1985년 태어난 우리나라 최초의 시험관 아기(위)와 시험관 아기 수정을 위해 미세한 바늘로 난자(가운데 큰 원)에 정자를 넣는 모습.

세계 과학자들은 현재도 더 나은 보조생식술을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성인의 피부세포를 이용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차병원 통합줄기세포치료연구소의 이동률 교수도 그중 한 명이다. 그가 성공한 ‘체세포 복제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생성 기술’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세계 최초로 성공한 것으로 발표했다가 논문 조작 파문을 일으켰던 바로 그 기술이다. 이 교수팀보다 한 해 앞선 2013년 5월 슈트라트 미탈리포프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교수팀이 태아의 피부세포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먼저 성공하긴 했다. 이 교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성인의 피부세포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는 “이 기술이 정착하면 언젠가는 난임 환자가 자신의 체세포를 복제해 생식세포를 만드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이 기술은 다른 사람의 난자를 공여받는 것 외에 임신 방법이 없는 난임 환자에게 큰 희망을 안겨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윤리적 우려에 대해서도 “체세포 복제 기술에서 리프로덕션 클로닝(Reproduction Cloning · 생식적 복제)과 세러피틱 클로닝(Therapeutic Cloning· 치료적 복제)은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적 복제는 복제를 통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 장기나 생식세포에 이상이 있는 사람을 치료하는데 목적을 둔 것으로, 복제를 통해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생식적 복제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윤리적 문제가 크지 않다는게 그의 의견이다. ‘아트(art)’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는 보조생식술(ART)이 머지않아 난임 문제에 근본적인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15.03.09 978호 (p22~23)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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