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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어디에도 묶이지 않는 창작자의 자유비행

김창완밴드 3집 ‘용서’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어디에도 묶이지 않는 창작자의 자유비행

어디에도 묶이지 않는 창작자의 자유비행

최근 발매된 김창완밴드의 정규 3집 ‘용서’.

무대에 선 김창완은 말했다. “과거 ‘해피스트’까지 김창완밴드의 음악은 태생적 한계가 있었어요. 막내(김창익)의 죽음 이후 분노랄까, 몸부림이 있었죠. ‘분홍굴착기’가 산울림을 계승하겠다는 의도였다면 ‘용서’는 명실공히 김창완밴드 앨범입니다.” 3집 ‘용서’ 발매를 맞아 가진 쇼케이스에서 한 발언이다.

김창완의 말대로다. 김창익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후 그는 음악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했다. 2008년 산울림 박스 세트와 김창완밴드의 데뷔 EP앨범 ‘해피스트’를 동시에 발매했다. 이듬해 발매된 ‘버스’는 산울림과 단절한 듯한 음악을 담고 있었다. 2012년 ‘분홍굴착기’는 반대였다. 신곡 ‘금지곡’을 제외한 나머지 곡은 모두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재해석한 산울림의 노래들이었다.

‘용서’는 그런 의미에서 변증법적인 앨범이다.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고 김창완의 의식과 성찰, 그리고 욕망에서 우러나온 음악들이 담겨 있다. 산울림 중기의 애수를 담은 곡들이 있고, 김창완밴드 결성 이후 종종 불거져 나오는 원초적인 곡들도 있다.

앨범 첫 곡인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는 1978년 발표된 산울림 2집에 담겨 있는 노래다. 국내는 물론 해외 록 마니아에게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아 세계 음반 수집 시장에서 산울림의 음반 값을 껑충 뛰어오르게 한 공신이기도 하다. 페스티벌 무대에서 김창완밴드는 종종 이 노래를 첫 곡으로 고르곤 한다. 지난 앨범 ‘분홍굴착기’에서도 재해석된 바 있는 이 노래를 그는 잠비나이와 함께 다시 녹음했다. 국악과 하드코어를 결합해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높이 주목받는 잠비나이는 거문고와 해금, 피리를 이용해 이 신비로운 노래의 신비로움을 증폭한다.

‘개구쟁이’의 발랄한 분위기와 묵직한 사운드의 결합인 ‘중2’는 기성세대에게 질풍노도 시기의 세계를 그려낸다. 지난해 디지털 싱글로 먼저 발표했던 ‘E메이져를 치면’은 산울림의 마지막 앨범에 담겨 있던 ‘팩스 잘 받았습니다’처럼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인 노래다. 세월호 사고 추모곡인 ‘노란 리본’, 트로트와 모던록의 절묘한 결합인 ‘아직은’ 등 한 카테고리에 묶기 힘든 노래 9곡이 앨범을 채운다. 어떤 장르에도, 어떤 시절에도 묶이고 싶어 하지 않는 한 창작자의 노래들인 것이다.



김창완이 진행하는 라디오에 3년 정도 고정 패널로 출연한 적이 있다. 그 시간 동안 그에 대해 마음속으로 이렇게 결론 내렸다. 어디에도 묶이지 않는 사람. 김창완을 규정할 수 있는 말은 많다. 먼저 가수, 연기자, 방송인 같은 직업이 있다. 거기에 단어 몇 개를 더 사용하자면 한국 대중음악 전설, 생활연기 달인, 사람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방송인 등의 말이 따라 나올 것이다. 이 모든 말이 김창완을 설명하는 수식어지만 적확한 서술어는 아니다.

음악인으로서 김창완은 산울림이란 전설에 편입된 적이 없다. 그 흔한 ‘7080’ 방송이나 콘서트에 서는 대신, 홍대 앞 라이브 클럽에서 까마득한 후배들과 어울린다. 과거 영광을 바탕으로 한 경험주의적 회고 대신 직관적이고 철학적인 발화로 어린 세대와 대화한다. 라디오 방송의 오프닝을 직접 쓴다는 건 방송가에서 유명한 얘기다. 늘 과거가 아닌 현재에 발 딛고 서 있으며, 직업이 아닌 사람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인물, 김창완이다.

‘용서’는 그런 김창완의 어떤 단면을 보여준다. 김창완밴드의 앨범 중 그를 가장 잘 읽을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 한국 대중음악사의 씨줄과 날줄에서 붕 떠 있는, 천공의 성 같은 존재로서의 김창완이 ‘용서’를 통해 슬쩍 드러난다.



주간동아 2015.02.16 976호 (p112~112)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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