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8

2014.12.22

聖스럽고 특별한 추억 낮보다 밤이 아름다워!

  • 백승선 여행칼럼니스트 100white@gmail.com

    입력2014-12-22 11: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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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곳이다. 대부분은 봄과 여름, 가을에 유럽여행을 떠나지만 중세의 로맨틱한 분위기가 가득한 유럽을 만나려면 지금이 가장 좋은 때다. 유럽 도시 대부분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14세기 독일에서 시작해 이제는 유럽 여러 국가에서 펼쳐지는 가장 큰 행사가 됐다. 아름답고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진 큰 광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수공예품과 아기자기한 장식품들을 파는 전통 시장이 선다. 이 시장은 매년 11월 말부터 한 달여 동안 문을 연다. 광장은 물론 이를 둘러싼 교회, 성당 앞에도 크고 작은 규모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특히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도시들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수많은 관광객으로 늘 붐빈다. 어딘가로 훌쩍 떠나야 할 것 같은 크리스마스.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는 곳, 크리스마스 마켓이 자리한 풍경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독일 뉘른베르크

    해마다 수백만 명 발길

    크리스마스 마켓의 본고장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나라가 독일이다. 그 수가 2500여 개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대표적 도시를 들라면 뉘른베르크. 1628년에 문을 연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됐으며 규모도 가장 크다. 정식 명칭은 ‘아기예수마켓(Christkindlesmarket)’. 아기예수가 다시 오기를 기다리며 성탄절을 준비하는 대림절 기간에 손수 만든 수공예품을 광장에 가지고 나와 판 것이 기원이 됐다고 한다. 마켓이 열리는 동안 관광객 약 200만 명이 몰려든다.



    마켓은 아름다운 숲과 성곽으로 둘러싸인 뉘른베르크 구시가의 중앙광장에 자리 잡고 있다.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에 장식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마켓이 문을 연다. 파는 상품은 크리스마스와 관련한 모든 것. 크리스마스트리와 아름다운 장식, 수천 가지 종류의 전구와 조명등,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과 인형, 개성 넘치는 케이크, 산타복장과 분장 도구까지…. 특히 아기예수의 탄생을 재현한 말구유 인형 세트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크리스마스 전통 장식품이다.

    이곳 마켓에서 가장 인기 있는 먹을거리는 ‘글뤼바인(Glu¨ehwein)’이다. 와인에 계피와 오렌지를 넣고 끓여내는 글뤼바인은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이 지방 사람들이 수백 년 동안 즐겨 마셔 온 전통음료다. 계피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따뜻한 글뤼바인을 두 손으로 감싸 들고 홀짝거리며 마켓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이곳 글뤼바인은 와인잔이 아닌 머그잔에 담아 판매하는데, 음료 값에 잔 값까지 포함돼 기념으로 가질 수 있다. 글뤼바인 머그잔은 해마다, 마켓마다 다르게 만들기 때문에 이 머그잔을 수집하는 사람도 많다. 계피는 뉘른베르크 지역의 특산물로, 마켓에서는 계피향이 나는 과자 ‘레브쿠헨(Lebkuchen)’도 많이 팔리는 간식거리다. 일종의 생강빵인데 이 지역에선 레브쿠헨을 먹는 것이 크리스마스의 상징이 돼버렸다고 한다.

    광장으로 이어지는 거리엔 아기 천사와 눈꽃송이 등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돋우는 장식들이 장관을 이룬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해가 지고 트리와 각종 장식에 붙은 전구에 불이 들어오면서 따뜻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광장은 물론, 도시 전체가 수만 개의 전구로 빛난다. 어떻게 보면 바로 이 광경을 보기 위해 크리스마스 때마다 수백만 명이 이 도시를 찾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름답다. 그 풍광은 유서 깊은 중세 도시에서 만나는 크리스마스를 더욱 따뜻하게 만들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게 한다.

    聖스럽고 특별한 추억 낮보다 밤이 아름다워!

    독일에서 가장 오래되고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 구시가 중앙광장에서 열린다.

    오스트리아 빈(Wien)

    산타마을에 온 착각

    聖스럽고 특별한 추억 낮보다 밤이 아름다워!

    오스트리아 빈 시청사 앞 광장에 통나무로 만든 상점들이 걸어놓은 각양 각색의 등과 크리스마스트리(위). 오스트리아 빈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가게마다 전통 장식품을 비롯해 다양한 크리스마스 기념품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오스트리아 빈 크리스마스 마켓은 유럽 최대 규모의 크리스마스 선물 시장이다. 700년 역사와 전통을 가진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마켓 중 하나이기도 하다. 1296년 알브레히트 황제가 12월에도 시민들에게 생필품을 거래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하면서 시작된 크리스마스 마켓은 처음엔 생필품점이 모인 작은 시장이었다가 18세기 장식품 가게와 침대 가게 등이 늘어가면서 대규모 마켓으로 발전했다.

    크리스마스 전 4주에 해당하는 이 기간 빈에선 ‘크리스트킨드마르크트(Christkindlmarkt)’라는 이름으로 시청사 광장과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 쇤브룬 궁전 광장 등 도시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크리스마스를 카운트다운하는 숫자가 걸려 있는 시청사 건물 앞에는 통나무로 만든 140여 개 상점이 들어서고 가게를 밝히는 각양각색의 등과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한 조명이 어우러져 도시 전체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누구든 이곳에 오면 어릴 적 상상했던 산타마을에 온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이 동화 같은 마켓에선 시민과 어린이를 위한 많은 행사가 이어지는데, 특히 크리스마스카드와 성탄절 쿠키, 양초 등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다. 광장 한쪽에서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연극 공연도 열린다. 마켓 주변을 도는 미니 기차와 조랑말, 회전목마를 탄 아이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산타클로스 복장의 상인이 나눠주는 선물을 받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정겹기만 하다.

    이곳에 오면 한 달 동안만 운영하는 크리스마스 우체국에서 크리스마스 기념 스탬프가 찍힌 엽서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일도 놓쳐선 안 된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우리 장터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크리스마스와 관련한 전통 물건부터 신제품에 이르기까지 온갖 상품으로 넘쳐난다. 각종 먹을거리와 장인의 숨결이 묻어 있는 수제품들이 관광객을 유혹한다. 형형색색의 장식용 유리그릇, 양초, 인형, 도자기 등 다양한 재료와 다양한 모양으로 만든 수공예품, 성탄절 쿠키와 초콜릿, 소시지, 햄 등 다양한 먹을거리가 즐거움을 더한다. 아이는 무알콜 사과음료를 마시고 어른은 따뜻한 글뤼바인을 마시며 겨울밤의 추위를 이겨낸다.

    쇤브룬 궁전에서 열리는 마켓은 수제품으로 유명하다. 특히 오스트리아 전통 생활 풍습이 그려진 도자기그릇은 장식품을 넘어 예술품으로 여겨진다. 손으로 직접 만든 목각인형과 장식품 등도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지만 항상 많은 관광객으로 북적댄다. 연간 약 300만 명이 방문하는 빈 크리스마스 마켓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전야에 폐장한다. 브라스밴드와 성가대 공연을 마치고 오후 5시 폐장 종소리가 울리면 마켓 안 통나무 가게의 불빛이 하나 둘씩 꺼지며 다음 해를 기약한다.

    체코 프라하(Praha) 구시가 광장

    유럽의 찬란한 3대 야경

    체코 프라하는 있는 모습 그대로도 여행자에게 충분히 감동을 주는 도시다. 유럽의 3대 야경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중세 도시 프라하의 아름다움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빛을 발한다. 화려하게 장식한 거대 트리와 활기찬 크리스마스 마켓의 분위기는 프라하가 지닌 자체 매력과 함께 1년에 1개월밖에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프라하 크리스마스 마켓은 구시가 중앙광장(Old Town Square)의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에 달린 수천 개의 작은 조명에 불이 켜지면서 막이 오른다. 틴 성당 아래로 광장을 가득 메운 빨간색 지붕의 상점들은 저마다 준비한 크리스마스 장식들과 토속 상품, 수공예품을 파느라 분주하다. 그중에서도 전통 과자와 블타바 강에서 잡은 잉어로 만들었다는 수프와 과자, 그 유명한 마리오네트 인형, 보헤미아 지방의 특산품인 유리 제품이 특히 인기가 많다.

    광장 곳곳에서 거리 악사들이 연주하는 귀에 익은 캐럴이 이어지고 사람들은 이를 반주 삼아 목청을 높인다. 소규모로 조직된 오케스트라의 즉석 연주에 맞춰 몸을 흔들거나 춤을 추는 사람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노래와 춤은 축제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한다.

    유럽 다른 도시의 마켓에선 보통 따뜻한 와인을 마시면서 추위를 이겨내지만 프라하에선 꿀을 넣고 뜨겁게 데운 메도비나(Medovina)라는 이름의 술과 럼주 차인 펑크(Punc)를 마시는데, 이 술들의 알코올 도수는 11~12도로 따뜻한 술 한 잔을 손에 쥐고 겨울 밤 구시가 광장을 걷는 특별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프라하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2015년 1월 1일까지 열린다.

    聖스럽고 특별한 추억 낮보다 밤이 아름다워!
    벨기에 브뤼셀(Brussel)

    지루할 틈 없이 황홀

    聖스럽고 특별한 추억 낮보다 밤이 아름다워!
    크리스마스 마켓 하면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유명하지만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도 겨울이면 다른 도시와는 구별되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윈터 원더(Winter Wonders)라 부르는 전통 크리스마스 마켓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까지 설레게 한다. 축제 같은 분위기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장식이 넘쳐난다.

    브뤼셀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새하얀 지붕에 장식용 전구를 단 통나무 노점상이 2km 정도 늘어서 있으며, 스케이트를 탈 수 있도록 아이스링크도 설치돼 있다. 회전목마와 관람차 같은 놀이기구도 마켓 곳곳에 설치돼 있어 아이나 어른이나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 마켓에선 나무로 만든 구유, 양초, 채색인형, 스노볼 등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여러 장식품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벨기에산 초콜릿도 직접 살 수 있어 관광객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도시 전체에 볼거리가 가득한 브뤼셀 거리를 걷다 보면 곳곳에 크리스마스 마켓과 관련한 행사나 이벤트도 만날 수 있다. 특히 세계인에게 잘 알려진 오줌싸개 동상은 이 시즌이면 산타 복장을 하고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내 즐거움을 선사한다. 오줌싸개 동상 근처의 골목마다 만화 ‘스머프’와 ‘틴틴’의 여러 주인공이 그려져 있다. 이 만화들의 탄생지와 무대가 바로 브뤼셀이다. 건물 모양을 그대로 이용한 만화 캐릭터 그림들을 찾아 골목과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 브뤼셀 크리스마스 마켓은 2015년 1월 4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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