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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로 본 법률상식

직무발명 찔금 보상 노벨상 인재 유출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직무발명 찔금 보상 노벨상 인재 유출

미국 캘리포니아대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 교수는 일본의 한 회사 연구원으로 일하던 1993년 청색 LED(발광다이오드)를 발명한 공로로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적색과 녹색뿐이던 LED는 그의 발명으로 원하는 모든 색의 빛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빛의 삼원색(Red, Green, Blue)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소자 크기가 0.1mm 정도로 작아 적색, 녹색, 청색을 모두 모아놓으면 백색을 만들 수 있게 된 것. 백색 LED는 기존 백열등이나 형광등에 비해 열이 나지 않아 수명은 길고 효율은 20배 이상 좋아졌다.

나카무라 교수가 당시 근무하던 일본 회사는 청색 LED 발명에 힘입어 연간 매출 1조 원을 올리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나카무라 교수에게 돌아온 건 보상금 2만 엔과 과장 승진의 혜택뿐이었다. 나카무라 교수는 이에 실망해 미국으로 떠났고 회사에선 영업비밀 유출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응해 나카무라 교수는 회사를 상대로 200억 엔(약 2200억 원)의 특허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직무발명’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2004년 1심 법원은 200억 엔 전부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2005년 2심에서 8억5000만 엔으로 회사와 합의했다. 이때 나카무라 교수는 “일본의 사법제도가 썩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의 발명진흥법상 ‘직무발명’은 회사의 종업원, 법인의 임원 또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발명한 것이 그 성질상 사용자나 법인 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업무 범위에 속하고, 발명 행위가 종업원 등의 현재 또는 과거 직무에 속할 때 쓰는 법적 용어다(발명진흥법 제2조 2호). 직무발명 보상과 관련해 기존 법해석은 연구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회사에서 부담했으므로 발명자는 별다른 보상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개념이 많이 바뀌었다. 국가적 차원에서 발명을 권장하고자 회사로 하여금 일정한 보상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나아가 회사의 보상 규정이 불합리한 경우에는 발명자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할 권리까지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발명진흥법 제15조 6항 후단).



실제 우리에게도 그런 사례가 있었다. 2G 휴대전화의 제한된 자판 수 문제를 해결했던 ‘천지인 자판’의 경우 이를 발명한 연구원은 제1심에서 패소했다. 하지만 그 후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바뀌었고 2심을 진행하면서 상당한 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법원의 실제 사례를 보면, 회사가 연구비 등을 지불한 만큼 약 90%의 기여도를 인정하고, 연구원에게는 5~10%의 공로를 인정해 보상하게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와 비슷한 수준이다. 근래에는 삼성전자의 한 연구원이 HD(고선명)TV 관련 특허로 제1심에서 60억3000만 원 보상금을 인정받았지만 역시 항소심의 조정 과정을 거쳐 합의했다. 합의금은 확인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축 산업인 전자산업은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다. 일본을 모방하던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이 된 반면, 일본은 과거 상태를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고도의 신기술을 계속 발명해내지 못한다면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언제 세계 시장을 빼앗길지 모를 위기에 처했다.

일본 기업은 세계적인 발명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하지 않아 세계적 석학을 미국에 빼앗겼다. 문제는 우리 보상체계도 일본과 유사하다는 점. 문화 특성상 직무보상이 활성화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직무발명과 관련해 정당한 직무보상을 해야 한다는 법규정이 있고, 실제로도 많은 보상을 받은 사례가 있음에도 이러한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산업을 발전시키고 노벨상을 타려면 먼저 직무와 관련된 발명으로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부터 널리 알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주간동아 959호 (p68~68)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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