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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美 노예제처럼 때론 국가도 잘못 저지르지만 잘못 인정-사과 중요… 日 위안부도 마찬가지”

美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샤론 불로버 의장 “위안부 기림비 건립은 당연”

  • 신석호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kyle@donga.com

“美 노예제처럼 때론 국가도 잘못 저지르지만 잘못 인정-사과 중요… 日 위안부도 마찬가지”

“美 노예제처럼 때론 국가도 잘못 저지르지만 잘못 인정-사과 중요… 日 위안부도 마찬가지”
한국인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더 잘 이해하고 분노하며 행동에 나서는 미국인들이 있다.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의장(행정수반)인 샤론 불로버(사진)도 그중 한 명이다.

불로버 의장은 워싱턴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한인 단체들이 5월 30일 페어팩스 카운티 청사 내에 위안부 기림비와 평화공원을 조성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한 인물. 미국 내에서는 7번째였지만 미국 수도인 워싱턴 인근에는 처음으로 기림비가 들어선 것이다.

기림비 제막 4개월을 맞아 9월 22일 불로버 의장을 인터뷰했다. 그의 집무실 책상 위에는 한국의 에밀레종 모형이 세워져 있었다. 그가 한국과 미주 한인사회와의 관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소품이었다.

인터뷰 도중이었지만 “위안부에 대한 당신의 공감(empathy)은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대뜸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해 작고한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였습니다. 그것도 일본 오키나와와 이오지마, 사이판 등에서 일본군과 싸웠죠. 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 ‘모두에게 불행했던’ 전쟁의 경험을 자주 들려줬습니다. 그래서 일찍부터 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키웠죠.”



하지만 정작 위안부 이슈에 눈을 뜬 것은 2년 전이었다.

“2012년 관내 조지메이슨대에서 열린 위안부 관련 세미나 자료를 구해본 뒤 위안부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비디오 내용은 너무 강력했고 비극적이었어요. 그동안 내가 이 문제를 몰랐다는 것에 놀랄 따름이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감동받았고 한인들에게 동정심이 생겼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관내 한인들이 카운티 내 공원 등에 기림비를 세울 수 있을지 문의해왔다. 불로버 의장이 이끄는 카운티 당국은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판단해 아예 청사 안에 공원을 짓고 기림비를 세울 것을 결정했다.

그는 “페어팩스 카운티의 한국 교민사회는 매우 활동적”이라며 “한인들이 역사를 기리는 일에 동참할 수 있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제막식 전 워싱턴 일본대사관 직원이 찾아와 “위안부 기림비가 일본 국민에게 얼마나 논란거리인 줄 아느냐”고 항의하기도 했지만 정작 제막식 이후에는 별다른 반발이 없었다는 소식도 전했다.

한인센터 건립에도 적극 지원

위안부 문제에 대해 불로버 의장은 확고한 원칙을 갖고 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보편적 인권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인신매매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잘라 말했다. 사과하지 않는 일본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때론 국가도 잘못을 저지릅니다. 미국도 건국 얼마 동안 노예제도를 운영했죠. 국가든 개인이든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시인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위안부 문제도 비슷하다. 여성들이 의지에 반해 성적 노예 행위를 강요당했다”며 단호한 태도를 나타냈다.

불로버 의장은 4개월 전 기림비 제막식에서 강을출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을 처음 만났다. 그는 “80세가 넘었지만 상냥하고 아름답고 연약한 여인이었다”며 “위안부를 상징하는 나비를 날리는 장면과 한국의 전통 살풀이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떠올렸다. 위안부 문제를 통해 한국 편에 선 그는 최근 페어팩스 카운티 한인센터를 만드는 일을 적극 지원하는 등 미국 내 한인들의 정치력 신장을 촉진하는 ‘소중한 미국 친구’ 구실을 하고 있다.



주간동아 2014.09.29 956호 (p52~52)

신석호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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